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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모로코

황제의 도시를 돌다- 모로코 3

 

황제의 도시를 돌다 - 모로코 3

 

 오전  8시 30분. 마라케시 호텔을 출발하는 버스에 일행들이 올라탔다. 

 황제들이 살았던 도시를 함께 돌아다닐 우리 여행멤버들이다. 오늘  우리는 카사블랑카로 떠난다.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해진 이곳은 모로코 여행자들이 꼭 한 번 가고 싶어하는 도시다. 

호텔을 출발한 버스가 근처 대추야자나무 농장에 멈춰섰다. 가이드가 자랑하듯 대추야자나무 농장을 보여주는데...

에게게~ 튀니지의 엄청난 대추야자나무 농장과 비교도 안 되게 작고 소박하다.

 

 

 

 

 

 

 

 

 

마라케시를 떠나 카사블랑카로 가는 고속도로는 한가하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7유로. 참 저렴하다.

이곳 모로코의 디젤 기름값은 리터당 0.8유로라는데, 얼마전에 값이 껑충 오른 것이란다.  

그래도 국가에서 기름값의 반을 보조해주기에 요금이 올라도 큰 부담은 없고,

국민들도 요금이 올랐다고 데모나 항의를 하지 않는단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바라본 모로코의 자연풍광이 참 특이하다. 계속 이어지는 사막언덕이 황량하기보다 따뜻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드디어 카사블랑카에 도착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우선 밥부터 먹고봐야겠지?

우리는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 아돌드중령 부부와 합석했다.

30년 넘게 외국을 돌아다니며 군생활을 했다는 아놀드 중령의 영어가 참 유창했다.

아는 것도 많고, 엄청난 수다쟁이라 그와 함께 있으면 심심하지 않다. 영어를 쓰는 남편은 참 좋은 친구를 만난 셈이다.

그들 부부 역시 외국인인 우리부부를 세심하게 배려해주었다. 나는 영어를 못하는 그의 아내를 위해 그녀와 프랑스어로 수다를 떨었다.

슬하에 5남매를 두었고, 손주도 다섯명이라는 부부는  부부만의 삶을 위해서 파리를 떠나 툴루즈 근처 작은 마을로 이사를 했단다.

우리가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아쉬워하며... 여행이 끝난 뒤, 자기네 집으로 초대를 하겠단다.

(정말이었다. 이들은 여름 내내 놀러오라는 이메일을 보내왔다. 호의는 고마웠지만 약간(?)부담스러워서 정중하게 거절했었다.) 

 

 

 

 

<식당을 나서며 아놀드 중령 부부와 함께?....일부러 포즈를 취한 것이 아니라 그냥 식당을 나서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우리 일행을 태운 버스가 핫산2세 모스크가 보이는 바닷가로 향했다.

마치, 바다에 떠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핫산 2세 모스크는 이제 카사블랑카의 상징으로 우뚝 솟은 곳이다.

너무 규모가 커서 가까이서 보기보다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모습이 더 아름답단다.

국민성금으로 지었다는 어마어마한 모스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카사블랑카에 온 목적을 이룬 것 같다.

 

 

 

 

 

 

 

 

모스크로 가까이 갈수록 우리의 존재가 작아졌다.

그냥 이렇게 햇살 아래서 잘 생긴 모스크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아놀드중령부부와 나는 일광욕을 즐기며 모스크를 바라보기로 했다. 

호기심 많은 남편이 대표로 추가입장료를 내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어오기로 했다. 내가 너무 소극적인가?

그래도 다리 아프게 모스크안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아놀드중령부부와

재미나게 수다를 즐기며 카사블랑카에서 여유를 맛보고 싶었다.

 

 

 

 

 

 

 

 

 

 

 

 

 

 

 

핫산2세 모스크를 나와 모하메드5세 광장으로 향했다. 도로는 곳곳이 공사중이고, 청년실업자들의 데모도 한창이었다.

어디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 우리는 지금 여행 중이지만, 저들은 자신의 삶을 버겁게 살고 있는 중 일거다.

 

 

 

 

 

 

 

모로코의 중산층 수준은 어떨까? 가이드 설명은 간단했다. 한 달에 7백 유로 정도만 벌면 중산층이란다.

에게게 겨우 7백 유로? 하는 우리들의 눈빛을 읽은 가이드가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모로코는 교육비가 공짜고, 물가도 비싸지 않기에 그 정도 수입이면 넉넉하게 살 수 있단다.

공짜 고육비에 싼 물가! 정말 부러웠다.

쓸데없이 국민소득만 높은 나라보다 모로코 국민들이 어쩌면 더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대서양이 바라보이는 바닷가 휴양지 산책에 나섰다. 타히티 비치는 돈을 내야 입장이 가능하단다. 

해수욕을 할 생각이 없는 우리는 한 없이 바닷가를 걸었다. 카사블랑카에는 도시 이름 그대로 하얀집들이 많다.

이틀 동안 마라케시의 붉은 황토색에 익숙했던 내 눈이 다 시원해 질 정도로 도시는 온통 흰색이다.

모로코의 도시들은 색으로 그 특징을 나타내는 것 같다. 카사블랑카의 작고 앙증맞은 빨간색 택시도 인상적이다.

 

 

 

 

 

 

 

 

 

앙파힐의 고급주택가를 버스로 휘리릭 돌아보고, 프랑스사람이 디자인했다는 교회로 향했다.

이슬람국가에 자리잡은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가 인상적이었다.

 

 

 

 

 

 

 

시내구경을 마치고 호텔로 향하는 길. 도로가 장난이 아니게 막혔다.

인구 5백만이 사는 대도시에 온 것이 실감났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호텔은 멋진 이슬람풍.

규모는 크지 않지만 럭셔리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저녁을 먹으러 호텔식당으로 내려가다가 

로비에서 분주하게 결혼식을 준비하는 사람들과 마주쳤다. 라마단을 앞둔 지금이 이슬람국가에서는

최고의 결혼시즌이란다. 살짝 걱정이 앞섰다. 혹시, 오늘 밤에 결혼식 소음에 시달리는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