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으로 떠난 가족여행. (2007년 12월 22일~)
아들이 오면 함께 할 일이 참 많다. 여행도 함께 할 거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 근처를 돌며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살림을 장만했는지도 알려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많이 해주고,
근사한 식당에 함께 가서 맛있는 음식도 함께 먹고 싶었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행사는 가족여행.
올 여름, 아들은 친구들과 한 달간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왔는데 다행히 녀석의 일정에 스페인은 없었다.
우리는 아들을 위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를 돌고, 안도라공화국까지 다녀오는 계획을 세웠다.
드디어~ 아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하고 싶었던 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게다가 우리 여행에 남편이 대장으로 나서게 됐으니 금상첨화. 더 없이 좋고 행복한 가족여행이 되리라...
<엑스의 집을 떠나 바르셀로나로 가는 길>
바르셀로나 첫날/ 2007년 12월 22일.
우리가 바르셀로나를 간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이구동성으로 바르셀로나 칭찬이 이어진다.
모두 바르셀로나는 꼭 다시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라며 입을 모은다. 얼마나 근사할지 기대가 컸다.
한편으로는 바르셀로나에서 이틀간 머물려던 계획이 너무 짧은 건 아닌가 걱정도 됐다.
우리는 짧은 시간을 보충하려고 새벽같이 바르셀로나로 떠나기로 했다.
새벽 5시. 부스스 잠이 깬 우리는 세수만 겨우 하고 집을 나선다.
엑스에서 바르셀로나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5시간.
네이게이터 톰톰이 계산한 시간이니 더 걸릴 게 틀림없다.
또 하나, 걸림돌이 생겼다. 일기예보에도 없던 비가 내린다.
날씨 복이 빵빵한 우리가 비를 만나다니 이상하다.
그래. 분명히 바르셀로나에 도착하면 비가 그칠 거야. 우리의 날씨 복을 믿어보자.
우리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전날 미리 싸 놓은 김밥을 먹으며 부지런히 바르셀로나를 향해 달려갔다.
소문대로 바르셀로나는 굉장한 도시다.
콜럼부스 탑이 있는 항구며, 행위예술가로 가득한 람브라스 거리의 풍경이 우리를 압도한다.
프랑스와는 다른 자유분방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예상대로 비도 그쳤다. 낮 기온도 14도. 겨울여행 치고는 포근한 날이다.
<바르셀로나에 도착하자, 해가 쨍쨍하다.날씨도 포근해서 좋다>
그런데 문제는 사람들이다. 여행안내서에도 나와 있듯이 스페인은 소매치기와
강도가 많은 나라이고 람브라스 거리 역시 소매치기의 천국이란다.
겁 많은 우리는 서로서로의 안전을 챙기랴, 멋진 거리의 풍경을 구경하랴 정신이 없다.
<람브라스 거리는 행위예술가로, 관광객들로 붐볐다>
바르셀로나의 명물이라는 싼주셉시장을 구경하고 람브라스의 낡은 성당에도 들어가 보고
드디어 까딸루나 광장에 입성!
광장 근처에 세워져 있는 ‘기아자동차’ 광고간판을 보니 더 반갑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에서 보다 스페인에서 우리나라 자동차를 더 많이 만난 것 같다.
<까딸루냐 광장에 선 부자. 아빠보다 키는 크지만 아들은 아직 장난꾸러기다. 흐믓~>
바르셀로나 대성당을 돌고 고딕지구로 접어드니 거리의 악사가 분위기를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였는데, 악사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곡이 촉촉하게 울려 퍼지는 거리는
한층 차분하다. 왕의 광장 근처를 거닐다가 케밥과 비슷한 샌드위치를 사먹는다. 으윽~ 짜다.
스페인 음식도 프랑스 못지않게 짠가 보다. 한국음식이 짜서 건강에 해롭다더니 유럽 음식에 비하면 양반이다.
바르셀로나는 건축의 도시다.
천재건축가 가우디의 건축물을 따라다니며 감상하는 것이 바르셀로나 여행의 묘미라고 하는데,
가우디의 건축물뿐 아니라 다른 건물들도 웅장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이다.
까사 바뜨요와 까사 밀라를 훑어보듯 구경하고 싸그리다 파밀리아 성당으로 향했다.
<가우디의 건축물 까사 밀라>
싸그리다 파밀리아는 1882년에 착공했고 다음해에 가우디에게 공사가 인계된 성당.
네오 고딕양식으로 설계됐으나 한 세기가 지난 지금 기독교에 이슬람 약식을 가미한 무데하르양식과
자연주의가 가미된 초현실주의 양식으로 지어지고 있는 어마어마한 성당.
기부금만으로 지어지고 있기에 아직도 미완성이고 언제 완성될지 모르는 재미난 성당이다.
우리는 성당의 규모에 압도당하고, 기상천외한 가우디의 건축을 감탄하면서 성당안과 밖을 들락거렸고
성당 주변을 떠날 줄 몰랐다.
<가우디의 상상력은 어디까지일까? 야자수를 심어놓은 듯한 성당기둥이 인상적이다>
<싸그리다 파밀리아에서 필을 받은 우리는 구엘의 별장으로 갔다>
겨울 해는 왜 이렇게 짧은지... 구엘의 별장을 보고 나니 날이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아들이 가고 싶어 하던 바르셀로나 축구장 주위를 돌고 있는데 후둑후둑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아쉽지만 참 다행이다. 오늘 일정을 거의 끝냈을 무렵에 비가 다시 내리다니...
역시 우리 가족의 날씨 복은 알아줄만 하다. 우리는 서둘러 호텔로 차를 몰았다.
<아들은 바르셀로나에서 이곳 바르셀로나구장을 제일 가고 싶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