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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프랑스 구석구석

여자 셋이 프로방스 꼬따쥐흐를 누비다4

 

 

여자 셋이 프로방스 꼬따쥐흐를 누비다4/

막세이, 생뜨 빅뚜아흐, 앙시 그리고 아쉬운 이별 (2008년 4월25~30일)


4월 25일. 우리는 일주일째 계속되는 강행군에도 지칠 줄 모른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가 함께 여행하는 시간들이 더 소중해진다. ㅎㅎㅎ 오늘은 까시를 여행할 계획.

지중해 예쁜 마을 까시에서 배를 타고 깔랑끄(les Calanques)를 구경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부지런한 우리는 터미널에 15분이나 일찍 도착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까시행 버스가 안 온다.

버스시간표에 분명히 11시 출발이라고 써 있는데 왜 안 오는 걸까? 어찌된 영문인지 모르겠다.

매표소직원에게 문의를 하자,  잘 모르겠다면서 11번 터미널에서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한다.

여기까지가 프랑스의 한계인 것 같다.(아니 내 프랑스어의 한계인가?)

  

우리는 기다림에 약하다. 30분쯤 더 기다리는데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래, 막세이로 가자! 출발부터 문제가 있다면 돌아오는 것도 문제일 거다.

막세이는 5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니니까 오고가기가 쉽다. 그러니까 막세이로 가자.

 

 

 

 

 

 

여행의 느낌은 날씨에 따라 80%이상이 달라진다.

햇살이 쨍쨍한 막세이는 지난 일요일의 비 내리던 막세이와 느낌이 확 다르다.

마침, 막세이 항구에는 생선시장도 섰다. 시장구경을 하는 선배와 영은이가 신났다.

꿩 대신 닭이라고 우리는 막세이 항구를 출발, 이프섬과 프히우섬을 돌아 나오는 배를 탔다.

요금은 일인당 15유로.

 

 

 

 

 


 

참 다양하다. 버스에 기차 그리고 이제 배까지 탄다.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재미있고 신이 난다.

우리를 실은 유람선은 지중해바다를 달려서 이프섬에 도착! 이프섬을 돌아보고 다시 프히우섬으로 향한다.

이프섬이 소설 속에서 몽테크리스토백작이 갇혔던 유배지이었다면(정말 천혜의 감옥섬이다) 

프히우섬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아름다운 섬이다. 게다가 사방으로 펼쳐진 깔랑끄가 장관이다.

<섬의 풍경을 깔랑끄라고 표현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내 눈엔 깔랑끄와 똑같이 생겼더라>

전화위복이다. 까시에서는 배를 타고 깔랑끄를 휘익 돌아보기만 하는데, 이곳에서는 내가 직접

깔랑끄를 탐험할 수 있으니 더 신난다.

 

 

 

 

 

 

프히우섬은 자체가 하나의 깔랑끄같다. 깔랑끄를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국적인 경치에 탄성을 지른다.

바다와 어우러진 섬의 경관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는 섬을 구석구석 누빈다.

다리 아프다고 찡찡거리면서도 그냥 돌아가자는 말은 아무도 안 꺼낸다.

 

 

 

 

                   <지중해의 자랑 깔랑끄. 깍아지른 바위가 해안선을 따라서 멋지게 펼쳐져있다.>

 

 

 

 

 

처음 이 섬에 도착했을 때, 식당에서 우아한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생각이었으나

그 보다 섬을 더 돌아보자는데 의견을 모은다. 열심히 발품을 팔며 섬 구경을 했지만 우리는 섬의

남쪽코스만 겨우 돌아보았다. 다시 항구로 나와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대신한다.

그래도 식당에 우아하게 앉아서 먹는 샌드위치다. ㅋㅋ

이제 섬을 떠날 시간이다. 막상 배가 섬을 떠나려니 아쉬움이 남는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푸히우섬>

 

 

막세이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예전에 못 찾았던 비에이유 샤히뜨(Vieille Charite)를 찾아 나섰다.

이번에도 지도는 없다. 항구를 주욱 돌아서 찾아가면 쉽겠지만 또 잔머리를 굴려서 샛길로 들어섰다.

막세이 서민들이 사는 조금은 꾸질꾸질한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드디어~ 비에유이 샤히뜨에 도착했다.

역시 나의 길 찾기 감각은 동물적이다. ㅎㅎㅎ

 

 

 

 

 

                    <비에이유 샤히뜨를 찾아가던 길. 낡고 오래된 집들은 삶에 찌들어있다. 

                     펄럭거리는 빨래가 남루하다. 그런데 영은이는 그 모습이 너무 좋단다. 

                     막세이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라나?>

 

 

중세수도원같은 분위기의 비에이유 샤히뜨 정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었는데 너무 늦었나보다.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다. 우리 몸도 어느새 지쳤다. 아! 따뜻하고 푸근한 우리 집으로 가자!

 

 

                   

 

 

 

4월26일. 원래는 버스를 타고 생뜨 빅투아흐 산을 다녀오려고 했었다.

 

오늘은 남편이 북경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이다. 그래서 내일, 선배랑 영은이는 앙시로 둘만의 여행을 간단다.

출장에서 돌아온 남편과 오붓한(?)시간을 보내라는 두 사람의 배려다..


그런데 안시행 테제베티켓을 사면서 문제가 생겼다. 뭐가 그리 좋은지 우리 셋은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는 사이에도 깔깔거리며 수다가 한창이었다.

그 와중에 선배가 기차표를 받을 이메일주소를 잘 못 알려준 것이다.

허걱, 기차표를 찾는데 필요한 정보가 모두 날아갔다. 다행히, 내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적어놓은 예약코드 덕분에 엑스기차역을 두 번이나 오가는 소동을

겪은 뒤 무사히 기차표를 받아들었다. 휴우~

 

 

 

 
                     <엑상 프로방스의 소박한 기차역. 우리는 이곳을 두 번이나 오갔다>

 

 

소동을 겪느라 귀한 시간을 낭비했다. 벌써 오후다. 생뜨 빅투아흐 산을 가는 것은 포기다.

할 수 없이 엑스시내를 돌아다니기로한다. 토요일 오후의 엑스거리는 활기 그 자체다.

카페 앞에서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도 보인다. 우리 어깨도 절로 들썩들썩한다.

프랑스풍의 옷을 즐겨 입는 영은이는 신이 나서 옷을 사느라 정신없다.


이제, 출장에서 돌아오는 남편을 맞을 시간!

우리 세 여자는 부지런히 집안 청소를 하고 요리를 준비한다.

오후 7시! 남편이 오자마자 다시 생뜨 빅투아흐에 대한 미련이 꿈틀거린다.

다행히 남편은 11시간의 비행을 했지만 별로 지친 기색이 아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생뜨 빅투아흐를 얼른 다녀오자고 했더니 단박에 오케이다.

 

 


 

 

 

세잔이 영감을 받은 산, 생뜨 빅투아흐의 가이드는 남편 몫이다.

새로운 가이드를 만난 두 사람은 그동안 무모한 독재가이드 때문에 고생했다며 하소연을 한다. ㅋㅋ

남편은 안 봐도 뻔하다며 한마디 거든다. 죽이 척척 잘도 맞는다. 드디어 생뜨 빅투아흐에 도착!

감성적인 선배는 생뜨 빅투아흐의 웅장함을 향해 감탄사를 연발한다. 

해가 길어서 다행이다. 섬머타임을 실시하는 프랑스에 감사한다.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거의 9시. 모두들 나의 육개장 솜씨에 감탄을 하면서 꿀맛 같은 저녁을 먹었다.

시장이 반찬이었겠지만... 나는 나의 요리를 칭찬한 그들의 진심을 믿는다.


 

 

 


 

나머지 여행들... 

4월27일 이른 아침, 두 사람은 부지런히 앙시를 향해 떠났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차려주고,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까지 준비해주려니...

기드에서 민박집 아줌마로 변신한 느낌이 든다. 그냥, 집에 있었어도 되는데...

우리부부는 테제베역까지 두 사람을 배웅해주면서도 걱정걱정이다.

이제 두 사람은 가이드도 없이 다녀야한다. 똑똑한 사람들이니까 잘~ 하겠지...

말도 안 통하는데 괜찮을까... 내 마음도 갈팡질팡이다.

남편은 혹시, 엑스로 돌아오는 기차를 놓치면 당장 데리러 갈 테니 꼭 전화를 하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그런데 이런 우리의 걱정은 모두 기우였다. 

 

 

 

                         <두 사람이 용감하게 여행을 한 앙시. 사진은 앙시의 옛감옥>

 

 

 

4월 29일 오전! 영은에게 전화가 왔다. 무사히 엑스역에 도착했고, 쇼핑을 하고 들어온다나?

그런데 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온 시간은 오후 5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점심을 대접하려고 잔뜩 기다리고 있었는데.. 쩝!)

선물 쇼핑을 하느라 밥 먹을 시간도 없었다는 두 사람은 쇼핑백을 잔뜩 들고 신이 난 표정으로 들어선다.

 

 

 

 

 

 

이제부터 그들의 여행모험담이 시작된다.

일주일 동안 무모한 가이드를 따라서 프로방스와 꼬따쥐흐를 휘젓고 다닌 덕분에 두 사람의

앙시여행은 비교적 순조로웠단다. 우리가 그동안 하도 많이 걸어다녀서 앙시역에서 유스호스텔까지

걸어간 건 일도 아니었다나? (인터넷에서 무진장 멀다는 정보를 접했었다)

두 사람은 앙시를 샅샅이 돌아본 다음에 에비앙까지 갔다가 왔단다. 물론 말도 못하는 해프닝을 겪으면서...

에비앙에서 길을 잃어버릴 뻔 했었고, 하마터라면 엑스로 돌아오지 못했을 거라며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두 사람이 참 대견하다. 그리고 먹다남은 과일까지 알뜰하게 챙겨온 모습에 웃음이 난다.

평소에 알뜰과는 거리가 먼 두 사람이었는데... 푸하핫! 여행이 두 사람을 알뜰여행자로 만들었나보다.


 

 

 

 

 

여행후기...

선배와 영은이는 4월의 마지막 날, 새벽같이 프로방스를 떠났다. 공항에서의 이별은 가슴 아프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는데 눈물이 핑 돈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막세이 공항에서 만났던 것이 조금 전의 일 같았는데 벌써 헤어지다니.

우리 인생도 이렇게 빠르게 지나가는 것이겠지?

 

 

 

 

 

 

여행은 많은 것을 보는 것보다 많은 것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편안한 패키지 여행보다 배낭여행이 더 좋은지도 모르겠다.

이번 여행은 내게 색다른 경험이었다.

 

 

 

 

 

남편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여행을 할 수 있었다는 것!

전투를 하듯 많은 문화유산과 아름다운 경치를 섭렵하지 않았다는 것!

그 대신, 천천히 주변을 돌아보고 느낄 수 있었다는 것!

여행지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서 마냥 행복할 수 있었다는 것!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지만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는 것!

가장 중요한 건,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나누었다는 것이다.

 

여행은... 날씨와 여행을 하려는 사람의 마음가짐과 그때그때 느끼는

분위기에 따라서 참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