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여행2-에드푸신전&코옴보신전
이집트 여행2-에드푸, 코옴보신전
*오늘의 일정
6시 기상 -> 7시까지 아침 -> 8시까지 일정설명 -> 8시부터 에드푸 호루스신전방문->
12시 점심 -> 출항 -> 4시 차와 커피의 시간 -> 코옴보신전 관람 -> 이집트특별파티 ->
출항 -> 이집트특선저녁
오늘은 어제보다 한가로운 하루를 보낼 것 같다. 쿠르즈바또로 나일 강을 항해하다가
신전 두 곳을 방문하는 것이 전부다. 오늘은 이집트의 뜨거운 태양도 두려울 것 같지 않다.
그래도 햇빛을 가릴 수 있는 가볍고 긴팔 옷을 준비해서 입는다.
에드푸신전은 호루스신을 모신 고대이집트의 전형적인 신전이다.
2천 살이 넘은 이 신전은 이집트 신전들 가운데 가장 원형보존이 잘 된 곳이란다.
버스를 타고 에드푸 신전에 도착한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신전의 웅장함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남편은 이곳이 카르나크 신전보다 더 감동적이라며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신전 곳곳에는 고대이집트인들의 역사와 그들이 살았던 시절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우리는 가이드 미미아줌마가 알려주는 호루스신의 슬픈 가족사를 들으며 감동에 젖어든다.
(신전 입구에 있는 호루스신 상.)
그리고 천천히 벽화를 바라보며 호루스신의 가족사와 무용담을 되새긴다.
호루스신은 오시리스신과 이시스신의 아들이다. 남매사이인 오시리스와 이시스는 결혼해서
아들 호루스를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단다. 그러나 이들의 행복을 질투한 남동생 세트가
오시리스를 죽이고 왕이 된다. 호루스의 어머니 이시스는 갈기갈기 찢겨져 버려진
남편 이시스의 시신을 모아 부활시키고, 아들 호루스도 강하게 키워낸다.
복수의 칼날을 갈던 호루스신은 마침내 나일 강의 하마로 변신한 삼촌 세트와
결투를 벌이고 그를 작살로 죽여서 복수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신전을 돌아보며, 고대 이집트인들이 벽화에 남긴 수많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느껴본다.
지금 들으면 만화영화 같은 이야기가 그 시절에는 신화로 칭송되던 이야기였을 것이다.
신전 한쪽에는 나일강의 범람을 측정하는 나일로메타도 있다. 고대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이 범람해서
사막을 옥토로 만들어주기를 원했고, 그래서 신전에 나일강의 벌람을 측정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어
놓았단다. 이집트인들에게 나일강은 곧 생명수이고, 어머니보다 더 신성한 존재라는 말이 실감난다.
크루즈바또로 돌아오는 길, 버스에서 바라본 시내풍경에 잠시 실망한다. 거리도 사람들도 먼지투성이의
남루한 모습들이다. 조금 전에 보았던 신전이 이집트의 과거였다면 지금 이곳은 이집트의 현재다.
사람들은 인도를 놔두고 차도를 걷고 있고, 길을 건널 때는 달리는 자동차 사이로 무작정 뛰어든다.
곧 사고가 날 것 같아 우리가 더 조마조마하다. 곳곳에 쓰레기가 뒹구는 거리풍경은 보는 사람을
더 불편하게 만든다. 고대이집트 시대의 서민들도 이렇게 살았을까... 자꾸 혼란스러워진다.
쿠르즈바또 안은 또 다른 세상이다. 방으로 들어오자 코브라가 인사를 하고 있다.
아침에 두고 나간 팁에 대한 답례로 룸메이드가 만들어놓은 것 같다.
우리가 들어온 걸 확인한 룸메이드가 찾아와서 자신의 작품이 어떠냐고 묻는다. ㅎㅎㅎ
오전 11시. 크루즈바또는 에드푸를 떠나 코옴보신전으로 향한다.
나일강을 바라보며 점심을 먹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강바람에 몸을 맡긴다. 성격 급한 사람들은
벌써 수영복 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일광욕을 즐기기엔 햇살이 너무 강하다.
나는 이렇게 수영복을 깜빡 잊고 안 가져온 나의 실수를 덮어버린다.
참 여유로운 여행이다. 비로소 여행의 전투에서 벗어난 것 같다. 비슷한 예산으로 편안하고
여유 만만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니 나일강 크루즈는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옥상 카페에서 음료수를 마시며 한없이 나일강변의 풍경들을 바라본다.
이집트의 뜨거운 태양이 아직은 참을만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나일강가의 녹지대와
무성한 파피루스를 바라보자니 스르륵 잠이 온다.
방으로 돌아온 우리는 이번에는 침대에 누워 나일강 풍경을 바라본다. 에어컨 덕분에 더운 줄도 모르겠다.
평소에는 에어컨 바람을 싫어했는데 이집트에서는 에어컨이 그저 고맙고 좋기만 하다.
창밖으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들과 고기를 잡는 어부들 그리고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아이들 모습이
지나간다. 우리는 가장 편안한 자세로 누워서 시시각각변하는 경치를 바라보다가 까무룩 잠이 든다.
배위에서 달콤한 낮잠을 즐기다니...전투에서 벗어난 우리 여행이 참 편안하고 럭셔리해졌다.
4시에 시작되는 티타임을 앞두고 다시 옥상카페로 올라갔다. 몇몇 커플들이 춤선생 가이드에게
맘보를 배우고 있다. 그들의 신나는 댄스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나다.
옥상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다시 나일강 바라보기를 시작한다. 오후의 태양이 강렬하다.
기분좋게 불던 강바람도 점점 뜨거워진다. 저 멀리 코옴보 신전이 보인다.
코옴보신전은 악어신과 매의 머리를 한 호루스신을 모시는 곳이다.
두개의 신전을 결합해서 하나의 신전으로 만든 것이란다.
다른 신전들이 동서의 축으로 건설된 것과 달리 이곳은 남북을 축으로 만들어졌단다.
(가이드 미미 아줌마와 나. 핑크빛 양산은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이 신전은 한때 나일강모래에 묻혔다가 발굴된 곳이다. 가이드 미미아줌마는 조근조근 신전에
새겨진 그림과 문자의 의미를 설명해준다. 쉬운 말은 쉽지만 어려운 말은 여전히 어렵다.
들을 때는 이해가 되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상황이라 남편에게 통역도 제대로 못 해준다.
신전벽화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악어의 머리를 가진 소베크신에게 파라오가 곡물을 바치는
모습을 보면서 고대이집트인들이 나일강의 악어를 얼마나 무서워했으면 신으로 숭배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또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 신을 내세운 고대이집트 왕들의 횡포(?)도 느껴본다.
신전을 돌아보는 동안, 나는 가이드 곁에 딱 붙어서 열심히 설명을 듣는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니까.
하하하 이런 내 모습이 완전모범생 같다. 반면에 프랑스어를 모르는 남편은 불량학생처럼 혼자서 신전을
배회하면서 사진을 찍고, 신전에 남겨진 벽화를 구경하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지루한 얼굴로
씨익 미소를 날린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남편에게 틀에 박힌 가이드여행은 고행임에 틀림없다.
저녁에는 크루즈바또에서 파티가 열린다. 오늘, 이집트전통의 밤이 펼쳐질 것이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무서운(?)이집트장사꾼들과 흥정을 하면서 쇼핑을 할 엄두도 안 났고, 한 번 입고 말
이집트 옷을 산다는 건 낭비 같아서 파티준비를 전혀 안 했다. 뭐~ 별거 있겠어?
(우리와 함께 여행을 한 프랑스인들. 우리팀 이름은 로튀스, 연꽃이라는 뜻이다.)
이런 나의 무심함은 30분도 못가서 폭풍 같은 후회로 바뀌었다. 잠깐 나가본 로비는 온통 이집트 전통복장을
한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언제, 어디서들 옷을 사 입었는지...평상복을 입은 우리가 민망할 정도다.
에잇! 옷이 비싼 것도 아닌데, 한 벌쯤 살걸 그랬나... 우리는 후다닥 바또에 있는 가게로 올라갔다.
당연히 내가 입을만한 옷은 없다. 대신 남편이 스카프를 사서 이집트남자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휴~
오늘 저녁특선인 이집트요리는 나쁘지 않지만 우리 입맛에는 별로다. 레스토랑은 축제분위기다.
이집트전통의상을 입고, 이집트음식을 먹으며 이집트를 느끼는 밤이다.
그런데 나만(물론 나처럼 평상복을 입은 프랑스인들도 있었지만) 동떨어진 느낌이다.
새삼 파티문화에 익숙하지 못한 내 자신이 짠해진다.
나일강을 거슬러 오르는 크루즈바또의 항해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는 옥상카페에 앉아 밤바람을 맞으며 나일강의 야경을 바라본다.
저 멀리 화려한 불빛이 보인다. 아스완에 거의 도착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