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여행5-카이로, 기자 피라미드지구
이집트여행5-카이로, 기자 피라미드지구
*오늘의 일정
아침 6시 기상 +호텔에서 아침식사 -> 7시 기자 피라미드지구로 출발 ->
12시 카이로시내에서 점심식사 -> 옵션참가자는 멤피스와 사카라 관람.
나머지는 호텔로 돌아옴 -> 8시 호텔에서 저녁식사
오늘은 이집트여행의 하이라이트 피라미드를 보러가는 날이다. 들뜬 마음 탓인지, 모닝콜이
울리기도 전에 번쩍 눈이 떠진다.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될 징조다. 신선한 커피와 빵 그리고
달콤한 케이크와 과일로 맛있는 아침식사까지 마쳤다. 이제 피라미드를 만나러 갈 모든 준비가 끝난 셈이다.
아침 7시. 버스가 헬리오폴리스 지역에 있는 호텔을 출발한다. 이제 버스는 카이로 시내를
가로 질러 기자 피라미드로 간다. 출근시간이라 차가 막히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막상 길을
나서니 거리가 텅 비었다. 오늘은 이집트공휴일이라 카이로시민들이 모두 교외로 놀러나갔단다.
차창 밖으로 카이로 시내풍경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이 밀려온다.
거리 곳곳에 엄청난 유적이 보이는가 하면, 어떤 곳에서는 폭탄을 맞은 것 같은 건물들이 나타난다.
극과 극을 체험하고 있는 느낌이다.
어느 도시건 부촌과 빈촌이 존재한다. 우리 서울도 그렇다. 그런데 카이로는 정도가 너무 심하다.
빈부의 차이도 심하지만 더럽고 지저분한 거리가 더 문제인 것 같다.
기자지구에 들어서자 멀리 피라미드가 보인다. 우와~ 버스 안 여기저기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고대 7대 불가사의 중 현존하는 마지막 하나, 파리미드를 만난다는 흥분에 너도나도 들뜨기 시작한다.
우리는 기자지구의 피라미드로 들어선다. 거대한 쿠푸왕의 피라미드와 그의 아들 카프레왕의 피라미드가
그들의 절대 권력을 뽐내며 서 있다. 4천5백 년 전에 저런 건축물을 짓다니...더구나 건축법은 아직도
베일에 휩싸여 있다니...놀랍고 놀라울 뿐이다. 쿠푸왕의 피라미드는 30년 동안 연인원 십만 명이나 되는
인부들이 돌을 깎고, 다듬고, 수송해서 지은 것이란다. 피라미드에 들어간 돌은 약 230만개로 추정된다는데,
이 돌들을 다 해체해서 담을 쌓으면 프랑스를 한 바퀴 돌 수도 있단다.
신기한 것은 육중한 피라미드가 그 무게를 잘 견뎌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5천년 된 피라미드가 처음 건축당시보다 1.25센티미터만 내려앉았다고 한다.
분명, 신이 아닌 인간이 지은 건축물이 맞나 싶은 생각이 저절로 든다.
피라미드 앞에서니 감탄과 함께 저절로 기가 죽는다. 아마도 그 옛날 절대권력 앞에서 선 이집트인들도
이런 마음이었을 것이다. 파라오가 누렸던 절대 권력과 그가 꿈꾸었던 부활은 후손들에게 어마어마한
문화유산이 되어 남았다. 그러나 당시 이집트인들에게 그의 존재는 과연 존경의 대상이었을까,
아니면 절대 권력을 휘두르는 독재자였을까 궁금하다. 또 하나 재미있는 상상! 고대이집트인들은
왕이 죽은 뒤에 미이라상태로 시신을 남겨두면 다시 살아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손들은 어쩌면
막강권력의 파라오가 다시 살아나는 것이 두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살아나더라도 밖으로 못
나오게 꽁꽁 거대한 피라미드에 가둬놓은 것이 아닐까?
(카프레왕의 피라미드로 들어가는 입구)
피라미드 사이를 오가며 기념사진을 찍던 우리는 카프레왕의 피라미드로 향한다.
(피라미드로 들어가는 입장권은 따로 구입해야한다. 일인당 30 이집트파운드) 그런데 입구를 지키고
섰던 험상궂은 이집트인이 ‘노 포토’를 외치며 카메라를 든 사람은 입장을 못하게 막는다.
카메라를 가방 안에 넣는 것도 안 된단다. 멀리 주차장까지 가서 가이드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오란다.
세상에, 한 걸음만 걸어도 땀이 주르르 흐르는 날씨에 저 멀리 주차장까지 갔다 오라니...
할 수 없이 나는 입구에 서 있고, 남편은 카메라를 맡기러 갔다. 입구에는 나처럼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여럿이다. 잠시 후, 남편이 나타났다. 축지법이라도 쓴 건가? 빨리 갔다 왔다고 감탄을 하자
남편이 슬쩍 웃는다. 중간쯤 가다가 덥고 억울한 생각이 들어서 카메라를 바지주머니에 넣고
다시 돌아왔단다. 푸하핫!
우리는 무사히 입구를 통과해서 피라미드 안으로 들어섰다. 내리막길인 입구는 허리와 무릎을 굽
혀야 할 정도로 비좁다. 허리를 굽히고 한창 내려가는 길, 어둡고 답답한 느낌에 숨이 막혀온다.
잠시 수평 길이 이어진다 싶더니 다시 오르막이다. 사방이 콱 막혀있으니 여기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거대한 돌덩이 파리미드 안에 갇혔다는 답답함만 느껴진다. 온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드디어, 왕의 시신이 있던 현실에 도착했다. 빈 석관 하나가 덩그마니 놓여있는 현실은 쿠푸왕의 것보다
크지만 내부구조는 간단 하단다. 피라미드를 나서며 새삼 이집트 파라오의 절대 권력을 실감한다.
다시, 피라미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카메라에 추억을 담는다. 잠시 낙타를 탈까 갈등을 한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기도 하지만 나라도 낙타의 고생을 덜어주어야 할 것 같아서 낙타체험은 포기한다.
뜨겁다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더운 날씨에 땀으로 범벅을 한 인간들을 태우고 다녀야 하는
낙타들이 정말 불쌍해 보인다.
기자의 스핑크스는 생각보다 거대하다. 길이 57m 높이 20m인 이 스핑크스는 지금까지
발굴된 스핑크스 중에 가장 크고 오래된 것으로 사자의 몸에 인간의 머리를 하고 있다.
파라오 카프레를 상징함과 동시에 기자의 왕족묘지의 수호자였단다.
우리는 스핑크스주변을 거닐면서 오랜 풍화작용과 인간들 때문에 훼손된
스핑크스를 바라본다. 파괴된 스핑크스의 코와 턱수염이 이집트의 현실처럼 안타깝다.
패키지여행의 나쁜 점은 가이드를 위한 물건구매다. 우리나라만 그런 줄 알았는데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아스완에서는 향수공장을 방문하더니 오늘은 파피루스공장방문을 한다. 물론 물건을 사라고 강매를
하지는 않는다. 거의 대부분 여행자들도 물건을 사지 않는다. 그래도 어쩐지 이런 시간이 싫다.
패키지여행의 스트레스는 점심시간에도 계속됐다. 기자지구에 있는 큰 뷔페레스토랑은 겉모습만 멀쩡했다.
식당 안은 구질구질하고 식당 주변은 비명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지저분하다. 테이블도 그 위에 놓인 컵도
더러워서 음료수를 주문할 수가 없다. 겨우겨우 배탈이 안 날 것 같은 따뜻한 음식들만 조금 먹고 나왔다.
아! 빨리 호텔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호텔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우리는 다시 동네탐험을 나선다. 호텔 문을 나서는 순간, 모험이 시작된다.
우선 길을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가 안 보인다. 할 수 없다. 사람들을 따라서 무단횡단을 시도한다.
곧 덮칠 것처럼 달려오는 자동차 사이를 뚫고 길을 건너는 일은 무모한 도전이다.
길을 건너자 무너지기 직전인 건물들 사이로 가게들이 즐비하다. 길바닥은 다 깨졌고, 거리는 쓰레기투성이다.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이다. 우리는 작은 슈퍼로 들어가서 파인애플음료와 무알콜맥주를 샀다.
값은 5.25리브흐. 1달러 정도다. 와! 정말정말 싸다. 똑같은 음료수를 한 병에 2,3유로씩 주고
사먹었었는데...역시 관광객은 봉인가보다.
호텔 안을 어슬렁거리다보니 여기저기 우리 팀 사람들이 보인다. 함께 밥을 먹으면서 친해진
마리존느가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호텔수영장으로 나가자 느긋하게 일광욕을 즐기는
일행들도 보인다. 지금 이들은 힘든 옵션여행대신 편안하고 완벽한 바캉스를 즐기고 있는 중이다.
부럽다. 저들의 느긋한 여행스타일이. 그러나 우리가 익숙해지기에는 아직 멀고 먼 그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