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와르고성지대1
르와르 고성지대1 -샹보르 성 (Chateau de Chambord)
옛날, 막강한 권력과 부를 자랑하던 프랑스 왕들과 영주들은 앞을 다투어
르와르지방에 자신들의 왕국을 건설했다. 그들에게 르와르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었다.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식량 그리고 양질의 포도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
그들이 르와르에 지어놓은 성들은 수십 채. 지금은 세월과 함께 퇴색되었지만 아직도
많은 성들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르와르 고성지대로 가면 가장
프랑스다운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 르와르의 고성들을 찾아 나섰다.
프랑스에서 제일 긴 르와르 강을 따라 달리다가 안개가 자욱한 샹보르 숲으로 들어선다.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숲은 참 깊었다. 그 옛날 왕과 영주들의 사냥터 역할을 톡톡히 해 냈을 것 같다.
숲을 지나자 저 멀리 샹보르 성이 보인다. 1519년에 프랑스와 1세가 지은 성이다.
프랑스와 1세는 블로아성, 앙브와즈성 등 14개의 성을 소유한 것도 모자라서 거대한 샹보르성까지 세웠다는데,
일설에는 그가 근처에 살던 트루아 공작부인과의 밀회를 즐기기 위해서 샹보르 성을 지었다고 한다.
르네상스 양식으로 지어진 샹보르 성의 내부길이는 117미터. 440개에 달하는 방과 365개의 화려한 굴뚝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성이다. 그런데 성안은 썰렁하다. 분명히 성안이 텅 빈 건 아닌데도 오슬오슬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스산하다. 아마도 사람이 살지 않는, 보여주는 성이라서 그런 것 같다.
대신, 소박한 옷을 입은 여인이 크고 화려한 모자를 쓴 것처럼 성의 지붕은 아름답고 화려하다.
샹보르 성은 프랑스판 신데렐라이야기 ‘당나귀공주, 뽀 단(Peau D'Ane,1970년 작)’을 촬영한 곳이다.
뽀 단(Peau D'Ane)은 샤플페로가 쓴 원작동화를 각색한 뮤지컬영화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배우
까트린 드뇌브가 주연을 맡았다. 영화내용은 만화보다 더 황당하지만 화려한 영상과 동화적인
등장인물들이 뿜어내는 매력이 철철 넘친다.
영화내용은 이렇다.
옛날 옛날 먼 옛날에 황금을 낳는 당나귀를 가진 부자 왕이 살고 있었다. 왕은 사랑하는 왕비가 죽자
슬픔을 못 이겨서 외동딸인 공주를 외면하고 살았다. 몇 년 뒤, 왕은 재혼상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을 찾았는데 바로 자신의 딸이었다. 공주는 아버지와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세 가지
신비한 드레스를 만들어 달라, 당나귀를 죽여서 가져다달라는 조건을 내건다.
왕은 모든 조건을 들어주지만, 공주는 요정의 도움을 받아서 당나귀 가죽을 뒤집어쓰고 이웃나라로
도망을 간다. 공주는 그곳에서 당나귀처럼 흉한 모습으로 허드렛일을 하면서 산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가 잠시 당나귀 가죽을 벗어놓은 사이에 이웃나라 왕자가 공주를 보게 되고 왕자는 곧 사랑에 빠지게 된다.
(샹보르성의 유명한 이중나선형 계단 외부모습)
왕궁으로 돌아온 왕자는 천한 신분인 당나귀공주와 결혼하고 싶어서 묘안을 생각해낸다.
왕자는 중병에 걸린 척 하면서 어머니인 왕비에게 당나귀공주가 만든 케이크를 먹고 싶다고 한다.
곧 왕비는 당나귀공주에게 케이크를 만들라고 명령을 하고, 공주는 몰래 자신의 반지를 넣은 케이크를
만들어 바친다. 왕자는 케이크를 먹다가 반지를 발견하고, 왕과 왕비에게 반지를 보여주면서
이 반지가 손가락에 꼭 맞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선언한다. 이웃나라의 모든 여자들은 반지를 끼고
왕자와 결혼하고자 성으로 몰려든다. 그러나 반지가 손가락에 맞는 사람은 딱 한 사람, 당나귀공주뿐이다.
반지를 낀 공주는 요술처럼 본래모습으로 돌아오고, 모든 사람들의 축복 속에서 왕자와 결혼한다는 내용이다.
영화에서 샹보르 성은 이웃나라 왕자가 사는 성이다. 성의 주요무대는 이중나선형계단이 보이는 커다란 홀.
이곳에서 동화처럼 멋진 파티도 열리고, 반지를 끼려고 찾아온 여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곳이기도 하다.
이 성의 계단은 신기한 구조를 갖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설계 되어 있어서 계단을 내려가는 사람과
올라가는 사람이 절대 마주치지 않는다. 참 신기하다. 나선형 이중계단을 오르내리면서 다시 한번
프랑스건축예술을 생각해 본다.
계단을 올라 지붕으로 간다. 이 성의 하이라이트는 화려한 지붕이다.
지붕에서 내려다보는 성의 정원에 가을이 깃들었다. 잘 가꾸어진 정원은
너무 넓고 아름다워서 부러워할 엄두도 안 난다.
성을 산책하는 일은 동화 속을 걷는 느낌이다. 이곳에 훌륭한 왕과 왕비가 살았었다는 상상과
그들이 누렸을 행복을 엿보는 일이기도 하다. 그리고 당나귀공주가 씩씩한 왕자를 만나서
행복해진 것처럼 우리도 이 성을 거닐면서 더 행복해지기를 이기적으로 빌어본다.
르와르 고성지대로 가는 방법
-자동차가 없다면 르와르 고성투어를 이용한다.
-르와르 고성지대의 거점 도시는 투르(TOURS)로 이곳 오피스투히즘(관광정보센터)에
문의하면 3,4개의 고성을 돌아보는 투어를 예약할 수 있다. 빠리에서 투르까지는 기차로 1시간 거리다.
-투르 역이나 오피스투히즘 앞에서 출발하는 고성투어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하루에 3,4개의 고성과 포도주저장고 꺄브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으로 요일 별로
방문하는 고성이 다르다.
-빠리에서 출발하는 고성투어도 있다. 마이버스, 뮤버스, 시타라마, 빠리 비종 등이
버스투어를 하고 있는데, 아침에 빠리를 출발해서 밤에 돌아오는 코스로 3개의 성을 방문하고
점심식사도 포함되어 있다. 예약은 샹제리제 거리에 있는 오피스투히즘에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