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렛뜨 2011. 4. 15. 19:13


Chez 미헤일


엑상프로방스를 벗어난 자동차는 생트 빅투아르 산을 따라 남쪽으로 향한다.

30분쯤 지났을까 넓은 들판과 함께 휘보(Fuveau) 마을이 나타나고...

자동차는 능숙하게 길을 접어들어 미헤일의 집을 찾는다.

은퇴와 함께 알콩달콩 즐거운 인생을 시작한 미헤일의 집이다.


 

 

 

 

 

             <집안에서 바라 본 정원. 정원관리는 바깥주인 베흐나 닐씨의 일이다.>

 

 

 

                         (천생연분 찰떡궁합을 자랑하는 미헤일과 베흐나 부부)

 

 

 

미헤일 닐, 빠리지엔느였던 그녀는 7년 전 빠리를 떠나 프로방스로 이사를 왔다.

그녀의 괴짜남편 무슈 닐의 오랜 소망, 은퇴 후에는 꼭 프로방스에서 살겠다는

꿈 때문이었다. 엔지니어였던 그녀의 남편은 마당이 넓은 프로방스의 집에서

제 2의 인생을 멋지게 시작했다. 정원관리를 하면서 건강을 가꾸고,

투명하도록 맑은 프로방스의 공기를 마시며 인생을 철학을 논하다가

3권의 철학책을 쓰기도 했단다.

 

 

 

 


 

 <2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꾸며놓은 그녀의 컬렉션 공간. 그녀의 남편 베흐나의 책도 전시되어 있다.>

 

 

 

 

아내 친구들을 만나서 신이 난 닐씨는 우리에게 샴페인을 권하며 자신의 철학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나 같은 외국인은 물론이고 평범한 가정주부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이야기다.

미헤일은 남편에게 그만하라며 슬쩍 눈치를 주지만 그의 강연은 끝날 줄을 모른다.

그녀는 못 말린다는 듯 남편을 바라보다가 내 옆으로 다가오며 투덜거린다. 

 

“봤지? 저 사람이 저렇다니까... 울라라~ 나나 되니까 매일매일 철학이야기만 하는

 남편이랑 살지...어이구 지겨워라...” 

 

 

 

 

 

 

 

 

                               <현관 왼쪽에 위치한 식당. 툭 트인 느낌이 시원한 곳이다.>

 

 

 

 

그녀의 집은 겉과 속이 다른 느낌이었다. 마당은 넓었지만 돌로 지은 그녀의 집은

약간 낡고 작고 소박해보였다. 그런데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겉에서

보던 것과 달리 집안이 굉장히 넓고 화려하다. 정원이 훤히 보이는 식당, 부엌공간을

센스 있게 나누어 놓은 멋진 수족관, 이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에 놓인 장식 공간,

3곳으로 공간이 분할된 커다란 거실, 그리고 정원으로 이어지는 정겨운 문들...


 

 

 

 

 

 

 

 <식당 한쪽에 있는 그녀의 컬렉션들. 그녀는 동양문화에도 관심이 많다.>

 

 

 

 

                                   <그녀의 부엌. 씽크대는 정원으로 수납장은 수족관으로 연결되어 있다.>

 

 

 

 

        

                 <부엌을 로맨틱하게 만든 수족관. 수족관 위에 걸린 그림은 그녀의 남편이 그린 것이란다.>

 

 

 

 

   

                <현관에서 거실로 가는 공간. 안주인의 센스가 곳곳에서 느껴진다.>

 

 

 

 

  

             <거실 중앙. 스웨이드 소파와 넓은 탁자 덕분에 공간이 더 아늑해 보인다.>

 

 

 


 

           <벽난로가 있는 거실공간. 프로방스에서 벽난로는 가장 따뜻하고 행복한 곳이다.>

 

 

 

 

 

 

 


은퇴 후, 부부의 삶은 달라졌다. 남편은 철학자가 되었고, 아내는 아티스트로 변신했다.

그녀의 예술세계는 다양하다. 처음에는 취미로 그림을 그렸고, 작은 바늘이 창조해내는

화려한 퀼트의 매력에 빠져들기도 했단다. 그녀의 예술은 장르를 넓혀갔고,

이제 집안 곳곳은 그녀가 창조한 작품의 전시장이 되었다.

 

(이어지는 사진은 그녀의 작품들)


 

 

 

 

 

 

 

 

 

 

 

 

 

 

 


          <그녀의 남편이 태어나자마자 입었던 배냇저고리는 멋진 작품이 되어 걸려있고,

                          부부의 아이들과 손자들의 사진도 집안을 빛내고 있다.>

 


 

 

                                    <그녀의 남편 베흐나 닐이 쓴 세권의 철학책.>

 

 

 

그녀의 집은 부부의 삶과 인생이 빼곡하게 담긴 행복공간이다.

맑은 공기와 따뜻한 프로방스의 햇살이 있기에 더 없이 즐거운 곳이다.

그러나 가장 부러운 것은 열심히 일을 한 뒤, 이렇게 느긋하게 은퇴자의 삶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다. 죽어라 열심히 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이고

프랑스 젊은이들도 은퇴 후에 이런 삶을 살기는 쉽지 않다.

아! 우리의 현실은 가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