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에 둥지를 틀다2
집 없는 서러움
베아트리체. 우리에게 집을 보여주는 부동산중개인이다. 마흔일곱 살의 이혼녀. 그녀의 전 남편은 유명한 건축가였단다. 우리에게 집을 보여주면서 근사한 건물들 여러 개를 가리키며 모두 전 남편이 설계한 건물이라고 자랑을 한다. 그와 28년을 함께 했고, 이혼을 한 후에도 친구처럼 지낸단다. 역시 프랑스야~
베아트리체와 세 번 만나면서 우리는 일곱 채의 집을 소개받았다. 제일 처음 소개받은 집은 값도 싸고 전망도 넘넘 좋았으나 집안내부 시설이 별로였다. 과감하게 제끼고 다른 집을 소개받았는데... 이게 뭐람? 갈수록 태산이다.
값은 점점 비싸지는데, 집의 품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엑스는 빠리 다음으로 집세가 비싼 지역이란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지난 금요일에 어렵사리 집을 결정했다. 방 두개에 거실과 부엌이 있는 깨끗한 아파트였다. 전망이 별로라는 것만 빼고는 가격도 좋고, 집도 마음에 들었다. 답답한 스튜디오 호텔 생활을 벗어나고 싶었던
우리는 당장 베아트리체에게 오케이~ 계약합시다~ 라고 외쳤다.
프랑스에 도착한지 꼭 보름 만이었다. 이사는 10월 1일에 가능하단다. 이제 집구하는 일이 끝났다.
휴우~ 우리는 큰 숙제를 무사히 끝낸 홀가분한 기분으로 그날 밤 로제 와인으로 축배를 들었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이람? 남편이 월요일에 출근해서 전해준 소식! 집이 날아갔다는 것이다.
집주인이 다른 사람과 계약을 하기로 했다는데 무슨 속인지 모르겠다. 베아트리체가 띨띨해서 일처리를 잘 못한
건지... 아니면 우리가 동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집주인이 우리에게 세 놓기를 꺼리는 건지...
만약 후자라면 으으~ 참을 수 없는 서러움이여! 드디어 우리도 내 나라를 떠나 타국에 살면서 차별을 경험하는
구나. 치사한 인간들...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 사람들의 외국인 차별도 만만치 않다고 들었다. 서양인에게는
우호적이지만 동남아인과 흑인들은 어쩐지 다가가고 싶지 않고, 왠지 친해지고 싶지 않아하는 것이 우리 본심인
것 같다. 나 역시, 외국인과 부딪친 경험은 없지만... 그들을 차별하지는 않겠지만 선뜻 따뜻하게 다가갈 용기는 없다. 이런 나도 이번 기회에 반성을 해야겠지?) 할 수 없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해 주어야지.
솔직히 집주인 입장에서 외국인에게 세를 주는 일은 불안한 일일지도 모른다. 생활풍습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이
내 집에 어떤 해악을 끼칠지... 또 집세는 꼬박꼬박 잘 낼지... 걱정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
그래! 치사빤스지만 이해해 주자. 이렇게 마음을 접고... 새로운 집 찾기에 나선다.
베아트리체 언니~ 제발 좋은 집 좀 구해주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