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처럼 챙겨주기
엄마처럼 챙겨주기
대학시절, 수업을 빼먹는 일은 다반사였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다니면서 아까운 줄 모르고 걸핏하면 수업을 빼먹고
서클 공연연습을 한다며 온갖 잘난 척을 다하고 다녔던 것 같다.
그 결과는 대학1학년 때 성적에 그대로 나타났으니 벌은 제대로 받은 셈인데...
그래도 나는 반성을 전혀 할 줄 모르는 뻔뻔한 학생이었다.
그렇게 불량학생이었던 내가 프랑스에 와서 완전 모범생으로 변신했다.
아직까지 학교를 다니면서 결석이란 내 사전에 없다. 지난번에 친구가 딸을 데리고
프로방스로 여행을 와서 우리 집에 나흘이나 있었는데, 그때도 나는 악착같이 학교를 나갔다.
남편은 그런 내 모습에 어이없어 했다. 회사를 다니는 것도 아닌데, 멀리서 온 손님을 대접할 생각은 않고
공부만 하러 다닌다며 뭐라고 했으나 개의치 않았다. 그 어떤 것도 나의 향학열을 막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런데 어린 학생들, 우리 반 아이들은 툭하면 결석을 한다.
나 역시, 그런 시절을 겪어본 지라 그들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수업을 빼먹는 아이들이 참 안타깝다.
하루 수업을 빠지면 손해가 얼마나 막심한데... 특히 2학기 들어서는 진도가 팍팍 나가기 때문에
결석은 치명적인데도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조금만 피곤하고 아프면 그냥 결석이고, 놀러 갈 일있으면 수업은 뒷전인 것 같다.
그나마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결석한 날 어떤 공부를 했는지 물어보고,
내 노트를 빌려서 필기를 하는 성의를 보이지만 그도 저도 아닌 아이들이 더 많다.
지난 일요일 저녁, 조앤느에게 전화가 왔다.
그녀는 몸이 아파서 지난 금요일에 결석을 했다며 걱정을 늘어놓는다.
진도가 많이 나갔는지, 시험은 어떤 걸 봤는지, 무슨 공부를 했는지 궁금한 것도 참 많다.
"조앤느, 너무 걱정하지마! 내가 내일 만나서 다 가르쳐줄게."
"정말? 정말 고마워! 네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정말 고마워..."
푸하핫! 연신 메르씨를 외치는 그녀와 통화를 하다보니 갑자기 내가 왕모범생이 된 기분이다.
다음날, 조앤느에게 자료를 빌려주고, 보충설명을 해주는데 하라가 삐죽삐죽 다가온다.
쉬프러스에 다녀오느라고 결석을 한 그녀도 내 노트를 빌리고 싶은 눈치다. 당연히 빌려줘야지.
그날 이후, 두 아이들은 아예 내 양옆에 자리를 하고 앉았다. 좌 조앤느, 우 하라라고 표현해야 하나?
양쪽에 딸 같은 아이들을(실제 내 아들보다 어리다)데리고 공부를 하려니 가끔은 내가 엄마가 된
기분이 들고 엄마처럼 아이들을 챙겨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엄밀히 말하면 나의 동창생들인데 내 눈에는 귀여운 딸아이로만 보이니...
나는 어디를 가도 엄마 기질을 못 버리는가보다. 아마도 나이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