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기/나, 유학생 맞아?

봄은 왔는데 아이들은 아프다

비올렛뜨 2009. 7. 19. 03:39

 

봄은 왔는데 아이들은 아프다.

“아니. 아줌마들보다 젊은 아이들이 더 약한 것 같아”

“맞아. 요즘 왜 그렇게 아픈 아이들이 많은 거야?”


봄바람과 함께 시름시름 앓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그래서 더 선옥씨와 나는 병이라도 날까..

매일매일 노심초사하며 공부관리 못 지 않게 몸 관리에도 온 힘을 쏟고 있다.

공부하다가 배가 고파서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아침도 든든하게 먹고, 보약을 챙겨먹듯

인삼차에 비타민 그리고 오렌지를 늘 달고 산다.

공부한답시고 앉아만 있다보니 체중이 늘어서 걱정이지만 지금은 체중보다 건강이 더 우선이다.

잘 먹고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아줌마들은 아파서 결석하는 일 없이 지금까지 학교를 잘 다니고 있다.


 

 

 

                        <프로방스에도 봄이 왔다. 사진은 가흐라방으로 오르는 길>

 

 

지난겨울, 살짝 감기기운이 있었다. 나는 약 대신 따뜻한 홍차를 마시며 감기를 이길 수 있는

영양식으로 몸보신을 하면서 무사히 감기를 떨쳐냈다.

그 후에도 살짝살짝 감기와 몸살기운에 시달린 적은 여러 번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지, 우리 반에는  유난히 아픈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감기와 비염을 달고 사는 중국처녀 씨를 비롯해서 아이들은 돌아가면서 감기와 몸살을 앓았다.

행여 그들에게 감기를 옮을까봐 얼마나 조심하면서 살았던지...

그런데 지난주부터 우리 반 하라가 또 아프기 시작했다.

 

 


 

 

 

예쁜이 하라는 튼튼해 보이는 체구와 달리 비실거릴 때가 많았다.

목감기가 심해서 포네티크 시간은 포기를 할 정도였다. 그래도 열심히 결석 않고 학교를 나오던

아이였는데, 지난 화요일 드디어 결석을 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오전만 결석을 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되는 아뜰리에 수업을 들으러 가는 길에 하라를 만났다.

반가운 마음에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뭐야~ 왜 오전에는 결석을 한 거야?”

 

그런데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고 병색이 완연하다.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니...

“나 너무너무 아픈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말을 하는데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힘이 없어 보인다.

지금은 조금 괜찮아져서 오후 수업을 들으러왔다는 그녀가 기특했다.

그녀와 같이 앉고 싶었으나 빈 자리가 없어서 통로를 사이에 두고 나란히 앉았다.

 

 

 

 

 

아틀리에시간, 마흐샬교수의 열정적인 강의가 한 시간 넘게 계속되었다.

정열적인 그녀의 수업은 때로는 자극이 되고 때로는 힘이 되어준다.

그날도 그랬다. 한창 그녀의 수업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쾅하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하라가 바닥으로 쓰러져있는 게 아닌가.

후다닥 일어나서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얼음처럼 차갑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진 그녀가 안쓰러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의학공부를 한 영국처녀 제니가 얼른 응급조치를 하듯 그녀를 건드리지 말고

그냥 두라면서 하라의 맥을 살폈다. 나는 열심히 하라의 손과 팔을 주물러주었다.

그 사이, 교수는 비서를 시켜서 소방관(프랑스119응급요원)을 불렀고 우리에게

신속하게 강의실을 나가라고 했다. 아픈 환자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이리라.

 


 


 

하라가 쓰러지고 15분~20분 정도? 소방관이 오고, 그녀의 상태를 체크하고, 그녀가 깨어나고,

구급차에 실려서 큰 병원으로 가는데 걸린 시간이다. 정확하게 재어보지 않았으나 그 정도 걸린 것 같다.

교수는 갑자기 하라가 쓰러져서 놀랐지만 나름대로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했고,

하라가 무사히 병원으로 간 것에 만족해한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답답하고 불만투성이었다. 아무리 환자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지만

차가운 돌바닥에 그냥 눕혀 놓은 것이며, 우리나라 같으면 5분도 안 돼서

후다닥 달려올 구급요원들이 15분이나 지나서 온 것들이 마음에 안 들었다.

마흐샬교수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고 담배를 피우며 연신 프랑스의 응급시스템을 칭찬한다.

아! 안타깝다. 마흐샬교수가 한국의 놀라운 스피드를 경험해 봤어야 하는데...

 

그나저나 하라와 같이 공부하며 정이 듬뿍들었는데... 그녀가 아프다니 내 마음도 너무 아프다.

큰 병은 아니면 좋겠다. 빨리 건강해지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