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기/Aix에서 사는 동안
엑스의 집시청년
비올렛뜨
2009. 7. 19. 03:47
엑스의 집시청년과 ‘사의 찬미’
성 소뵈르 성당 앞을 지날 때면 ‘사미찬미’가 은은하게 거리를 적신다.
스무 살도 안 돼 보이는 집시청년이 연주하는 아코디언 선율은 눈부신
프로방스의 햇살아래서 마치 저항의식을 치루는 것처럼 구슬프다.
“어? 저 사람이 윤심덕의 ‘사의 찬미’를 어떻게 알았지?”
구시가지로 산책을 나가던 길, 남편이 반갑게 아는 척을 한다.
푸하핫! 남편은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 때문에 현해탄에 투신했던 비운의 여인,
윤심덕이 부른 노래가 루마니아작곡가 이바노비치의 ‘도나우강의 잔물결’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이 청년, 아는 노래가 그것 밖에 없는지... 계속 ‘사의 찬미’만 연주한다.
사람마음 괜히 구슬퍼지게 말이다. 일부러 벽걸이미술관 쪽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척하면서 연주를 듣는데 도무지 연주곡은 바뀔 줄 모른다.
할 수 없이 자리를 뜨려는 찰나, 드디어 곡목이 바뀐다.
‘quizas, quizas, quizas' 역시 분위기 만빵인 노래다.
그런데... 왜 그가 연주하는 곡들은 우울할까?
밝은 프로방스의 햇살과 어울리는 곡을 선곡하면 그의 깡통에
더 돈이 쌓이지 않을까? 혼자 생각해 본다.
그의 삶이 우울한 걸까, 아니면 그가 아는 곡이 저것뿐인가?
내가 조금 더 대한민국 아줌마처럼 번죽이 좋다면... 그 이유를 물어 볼 텐데... 아쉽다.
그래도 좋다. 집으로 오가는 길목에서 늘 이렇게 멋지고 훌륭한 연주를 들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