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트라다무스와 반 고흐의 St-REMY- DE- PROVENCE
노스트라다무스와 반 고흐의 생 해미 드 프로방스.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 해미 드 프로방스(St-REMY- DE- PROVENCE)는 노스트라다무스의 고향이다.
의사이자 천문학자고 위대한 예언자였던 노스트라다무스. 그러나 그를 만나기 위해서 생 해미를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생가. 생각보다 생가는 낡고 초라하다. >
마을 입구로 들어서는 순간, 왠지 낮이 익는다. 언젠가 들렸던 루베홍 산자락의 마을과 비슷한 풍경이다.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다보면 어느 순간 비슷비슷한 풍경에 기억이 엉겨버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시대와 문명에 따라서 건축물의 형태가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유럽 특유의 분위기가 묻어있기 때문이다.
이곳도 다른 프로방스의 작고 소박한 마을과 참 많이 닮았다.
낡았지만 깨끗한 집들이 골목골목에서 정겨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을의 오래된 성당. 지붕이 빤떼온과 닮은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마을을 돌아다니다 보니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구시가지를 하나로 이은 예쁜 산책길때문이었다.
허름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생가가 있는 작은 골목길은 또 다른 골목길로, 마치 하나의 산책로처럼 이어진다.
고대의 문을 중심으로 마을 안쪽은 아기자기한 집들과 작은 부띠끄가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마을 곳곳에 자리한 독특한 분수에서 흘러나온 물은 물길로 이어져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다.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니 처음에 느꼈던 오래된 느낌이 따뜻하고 다정한 느낌으로 바뀐다.
마을 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오후의 햇살을 즐기는 프랑스인들의 낭만도 곳곳에 흩어져있다.
아... 이곳도 아무런 생각 없이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 즐기고 싶은 곳이다.
구시가지를 벗어나면 또 한 사람의 예술가를 만날 수 있다.
아를(Arles 불어발음은 아흘르)에서 그토록 만나고 싶어 했던 빈센트 반 고호다.
이곳에는 고흐가 입원했었다는 생 뽈 드 모졸수도원이 있고, 고흐의 작품들과 관련된 산책길이 있다.
여행책자에서는 미스트할이 부는 날, 고지대의 휘청거리는 측백나무를 보면서 불행했던 예술가 반 고호를
추억하란다. 실제로 5월과 6월에는 그를 기리기 위한 축제가 열린다.
그날은 축제도 끝났고, 미스트할 대신 프로방스의 태양이 뜨거웠다.
반 고흐는 수도원 병설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었단다.
차분한 병원입구의 산책길에는 열정적인 그의 그림과 자화상이 곳곳을 장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만난 그의 동상. 뼈만 앙상하게 남은 그의 모습에서 치열했던 예술가의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사후에 예술가로선 성공했지만 살아있는 동안 평범한 행복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던 그의 삶이 갑자기 불쌍해진다.
불행하지만 성공한 예술가와 행복하지만 실패한 예술가. 그 중에 후자의 삶을 선택하려는 것이
나의 인생관이라서 일까... 성공한 예술가 고호의 마른 몸을 만지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반 고흐가 입원했던 수도원 전경>
불행한 천재의 버거운 삶이 측은하게 느껴진다. 성공한 천재예술가의 삶이 남긴 것은 무엇인가.
명성? 전 세계인의 동경과 추앙? 어쩌면 모두가 부질없는지 모른다.
고호의 발자취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 혼자서 읊조린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어차피 천재나 영웅으로 태어난 인생도 아니니까.
그냥 내게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고 자연으로 돌아갈 때...
행복했었노라는 자위만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