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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이집트

이집트여행4-아부심벨, 카이로도착

 


이집트 여행4-아부심벨, 카이로도착


*오늘의 일정

새벽2시 기상 -> 살롱에서 간단하게 차를 마시고 3시에 아부심벨로 출발 ->

7시 아부심벨, 람세스2세 사원에 도착 ->9시30분 카이로행 비행기탑승 ->

12시30분 카이로호텔도착과 점심 -> 7시 호텔에서 저녁식사



아스완의 새벽이 밝았다. 새벽2시, 모닝콜 소리에 깨어난 우리는 비몽사몽 중에도 드디어 아부심벨신전을

만난다는 사실에 들뜨기 시작한다. 새벽3시. 살롱에서 간단하게 차 한 잔을 마시고 아부심벨로 가는

버스에 오른다. 입구에서 미리 준비한 케이크상자를 하나씩 나누어준다. 빵과 잼, 음료수와 치즈가

가득한 아침도시락이다. 그런데 혼자 먹기에는 너무 많아 보인다.

 

 


 

 

 

 


시내를 벗어난 버스는 외곽에 있는 경찰서 마당에 우선 정차를 하더니 떠날 줄을 모른다.

무슨 검문이라도 하는 건지, 경찰들도 왔다갔다한다.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안전을 위해서

관광버스들이 모여서 한꺼번에 출발하는 거란다. 안전이라니? 사막에 강도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오늘 일정표에 보면 9시 30분에 카이로행 비행기를 탄다고 되어있는데, 어느 세월에 아부심벨을

돌아보고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버스가 경찰서마당을

출발한다. 이제, 정말로  아부심벨을 향해 떠나는 거다.  

 

 


 

 

 

 


버스는 어둠을 뚫고 사막을 가로지르며 달린다.  도로 곳곳에 사막모래가 흩어져있다.

바람에 날린 모래가 도로까지 침범한 것 같다. 아스완에서 아부심벨까지는 300km.

좁은 버스 안에서 쏟아지는 잠에 시달리며 아부심벨로 간다. 사막이 끝없이 이어진다.

 

 

 

 

 

 

 

 

 

“어이~사막투어 가고 싶다는 사람! 졸지 말고 경치 좀 보셔. 사막투어가 따로 없다니까.”

 

정말 그랬다. 고운 모래가 한 없이 펼쳐진 사막을 바라보자니 사막투어를 온 것 같은 느낌이다.

사막 한 가운데를 달리고 있는 기분이다. 그런데 자꾸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아부심벨이 60km남았단다. 사막에 취한 남편은 잠도 자지 않고 창밖의 경치만 바라보고 있다.

 

 

 

 

 

 

 

 

 

7시가 넘은 시간, 아침도시락을 꺼내 먹는다. 둘이서 도시락 하나만 꺼내 먹는데 반도 못 먹겠다.

아부심벨이 가까워지자 인공으로 조성해 놓은 오아시스가 보인다. 오아시스와 함께 신흥마을도

들어섰다는데, 가이드 미미아줌마는 이 사실을 자랑하듯 알려준다. 


 

 

 

 

 

 


8시. 드디어 세계문화유산 아부심벨신전에 도착했다. 이집트에서 가장 위대한 파라오 람세스2세가 

누비아지방이던 아부심벨을 정복하고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이란다. 이 신전은 규모와 기술면에서

아주 뛰어난 신전이다. 그러나 아부심벨신전이 더 경이로운 것은 유네스코의 완벽한 복원작업 때문이다.

 

 

 

 

 

 

 

1950년대 아스완댐이 건설되면서 아부심벨신전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가 구출작전에

나섰다. 신전을 통째로 옮길 프로젝트공모로 시작된 작전은 4년 동안 바위산 덩어리를 조각조각

내어 옮긴 후 퍼즐을 맞추듯이 짜 맞추는 방법으로 무사히 끝났다고 한다. 아부심벨 신전을 지은

고대이집트인들도, 신전을 고스란히 다른 곳으로 옮겨 놓은 현대인들도 모두 존경스러울 뿐이다.

 

 

 

 

 

 

 

 


아부심벨신전은 람세스2세가 호루스신에게 바친 신전으로 추정되지만 실제로는 자기자신을 위해

건축한 것이다. 신전 정면에 조각된 4개의 람세스 2세는 각각 상,하 이집트를 의미하는 의상을

입고 있다. 일반적인 고대 이집트 부조석상과 달리 얼굴을 측면이 아닌 정면으로 조각한 것도

독특하다. 왼쪽에서 두 번째 석상은 지진으로 인해 상체부분이 손상됐다는데 복원하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단다. 바닥에 떨어진 석상머리의 규모도 엄청나다.


 

 

 

 

 

 

 

 


신전은 들어가는 입구도 굉장하다. 그런데 여기서부터는 또 사진촬영금지다.

카메라를 가방에 넣어두고, 우리는 천천히 신전내부에 새겨진 벽화와 상형문자들을 바라본다.

람세스 2세가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는 그림과 시도 보인다. 신전 가장 안쪽으로 들어서자

네 개의 석상이 보인다. 일년에 두 번 기적이 연출되는 현장이다.

 

 

 

 

 

 

 

 

정 동쪽을 향해 지어진 신전은 매년 2월22일과 10월22일 ,아침태양이 솟아오를 때 그 빛이

신전을 비추도록 설계되었단다. 그런데 신기한 사실은 네 개의 석상 중, 라 호라크신과 아문신

그리고 람세스2세의 석상까지는 빛이 도달하지만 어둠과 죽음의 신인 프카에게는 빛이 비치지 않는단다.

 

 

 

 

 

 

               (네페르타리 소신전. 네페르타리 여왕을 위해 지어진 신전. 9미터 높이의 입상 중에 4개는

          람세스2세를 조각한 것이고 나머지 2개가 네페르타리다. 무릎 높이에는 그들의 자녀들이 세워져있다).

 

 

 

 

 

 

우리는 람세스 2세가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마음으로 느껴본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에는

너무나 많은 암호가 담겨있다. 신전마다 새겨놓은 이집트의 역사와 생활사를 완벽하게 해독할 수

없지만 그들의 이야기가 이렇게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뿌듯하다.

 

 

 

 

 

 


아부심벨신전을 둘러보고 나온 시간은 오전 10시. 9시30분에 카이로행비행기를 타야하는데

가이드는 천하태평이다. 신전과 공항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고, 비행기는 승객들이

다 탈 때까지 떠나지 않은 거라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설마 그럴 리가...

그러나 가이드의 말은 진실이었다.


 

 

 

 

 

 

공항으로 가는 길, 미미아줌마는 관광객을 위해서 아부심벨에 공항과 호텔이

들어섰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아부심벨신전 하나가 도시를 부흥시키고 더

나아가 이집트의 국력을 신장시켜준다니... 문화재의 힘이 대단하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11시25분. 아부심벨공항을 이륙한 비행기는 이집트를 종단하기 시작한다.

가도 끝없는 사막이 이어지고 나일강 주변만 녹지대가 형성되어 있는 모습이 생생하게 보인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는 이집트 풍경이 장관이다. 남편은 이 명장면을 카메라에 담느라 정신이 없다.

새벽부터 단 한숨도 안 자고 참 잘도 버틴다. 그런데 나는 잠이 쏟아진다. 웬만해서는 비행기에서

잠을 못 자는데 어지간히 피곤했나보다. 깜박 졸고 있는데 남편이 나를 흔들어 깨운다.

어서어서 창밖의 멋진 풍경을 보라며 나를 재촉한다.  


 

 

 

 

 


12시40분. 드디어 카이로공항에 도착했다. 국내선구간이라 그런가, 공사 중이라 그런가 공항내부는

지저분하고 냄새가 펄펄 난다. 더 황당한 건, 공항화장실에서 돈을 받고 있는 거다.

아부심벨신전 화장실에서 돈을 받은 것까지는 이해를 했지만 공항화장실에서도 돈을 요구하는 건

너무했다싶다. 척 봐도 공식적인 것 같지 않지만 악착같이 돈을 달라는데 어쩔 수가 없다. 

 

 

 

 

 

 

 

 

공항 밖의 풍경도 어수선하고 정신없기는 마찬가지다.

아!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그들의 과거에는 감탄을 하지만 현재에는 너무 실망을 하게 된다.

 

 

 

 

 

 

 

 

콩코드 엘 살람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이제 공식적인 오늘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지금부터 낮잠을 자도 좋고, 호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일광욕을 즐겨도 좋다.

오늘의 할일을 모두 끝낸 우리는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호텔주변을 산책한다.

그런데 호텔 밖으로 나갈 엄두가 안 난다.

 

 

 

 

 

 

 

헬리오폴리스 지역에 있는 호텔은 시내와도 멀고, 주변지역도 별로다. 방안에서 바라 본 호텔 밖의 풍경은

복잡복잡 시끌시끌이다.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가득하고 빵빵거리는 경적소리가 끝도 없이 이어진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아파트들은 여기저기 허물어진 상태로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있다.

인구 2천만이 사는 대도시의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산책을 포기하고 호텔로 들어온다.  

 

 

 

 

 

 

 


호텔 안과 밖의 세상은 너무 다르다. 저녁을 먹으러 내려와 보니 수영장 근처 가든 카페가

화려한 결혼식 피로연장소로 변해있다. 호텔로비는 신랑신부를 둘러싼 하객들의 축하노래로

시끌시끌하다. 이집트여성들이 내는 축복의 소리 자가리드도 울려 퍼진다. 신혼부부가 액운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라는 의미란다. 흥겨운 그들의 결혼식풍경에 우리 기분도 저절로 들뜬다.

어느새 밤이 깊었다. 우리는 밤새도록 이어질 결혼식피로연을 뒤로하고 방으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