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을 떠나다/이집트

이집트여행3-아스완

 


이집트 여행3- 아스완 (ASWAN)


*오늘의 일정

9시까지 아침 -> 12시 30분, 배에서 점심 -> 1시30분부터 아스완하이댐 방문

그리고 팔레섬 이시스신전 방문 -> 7시30분, 배에서 저녁


 


오늘의 일정은 어제보다도 더 한가하다. 공식적인 오전 일정이 없다.

그 이유는 옵션 때문이다. 쉬고 싶은 사람은 바또에서 오전 내내 늦잠을 즐기며 쉬고,

여행을 더 하고 싶은 사람은 옵션을 선택하면 된단다.

여행사가 돈을 더 벌려는 속셈인지 아니면 프랑스인들이 느긋한 여행을 좋아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인지 잘 모르겠다. 하여간, 일인당 27유로라는 옵션일정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우리는 옵션대신 우리끼리 아스완시내를 돌아다니기로 한다.


 

 

 

 

 

 

 


막상 우리끼리 돌아다니려니 이집트사람들의 속임수와 호객행위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이런 걱정은 바또를 떠나기 전부터 현실로 나타났다. 아침을 먹고 나오는데, 종업원이 어제 밤에

찍은 사진 7장을 내밀며 20유로를 내란다. 작은 사진 한 장에 3유로 꼴이다. 헉! 엄청난 바가지에

화가 난 우리는 단호하게 사진을 안 사겠다고 했다. 결국 흥정 아닌 흥정을 하게 됐고, 우리는 다음날

그 사진들을 6유로에 샀다. 리셉션에서 환전을 할 때도 그랬다. 환전을 해주던 직원이 돈을 덜 주었다.

우리가 돈이 모자란다고 하자 그때서야 슬쩍 돈을 더 내준다.

에고고~ 과연, 이집트사람들을 믿고 여행을 해야 할지 걱정이다. 




 

 

 

 

 


바또를 나오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온실을 떠난 화초가 된다. 이집트인들이 계속 우리를 따라오며

펠루카를 타라, 엘리판틴섬까지 좋은 가격에 갈 수 있다며 말을 걸어온다. 싫다고 해도 소용없다.

지나가던 택시도 멈춰 서서 어서 택시를 타라며 우리를 부른다.

 

 

 

  

 

 

 

 

 

 

아스완은 아부심벨로 유명한 누비아지방의 대표도시다. 나일강을 따라 들어선 아스완시내는

걸어 다니기에 충분할 정도로 크지 않다. 이곳 역시 오래된 도시라 그런가, 건물들은 낡았고

거리는 쓰레기가 뒹굴고 있다. 여전히 사람들은 인도를 놔두고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차도를

걷고 있다. 왜 이들은 인도를 싫어하는 걸까? 한 오 분쯤 거리를 걷다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인도가 오르내리기에 너무 높다.


 

 

 

 

              

 

 

 


아스완기차역 옆에서 시작되는 수크 거리를 걷는다. 아직 아침시간이라 그런가 문을 연 가게가 많지 않다.

소심한 우리는 귀찮게 흥정을 걸어오는 상인들이 무서워서 구경도 제대로 못한다.

수크거리를 나온 우리는 이번에는 나일강변길로 접어든다. 길을 건너려는데 횡단보도에 행인용신호등이 없다.

어떻게 길을 건너라는 건지 모르겠다. 자동차신호등을 대충 보고 후다닥 길을 건넌다.


 

 

 

 

 

 

 


나일강변을 따라 남쪽으로 남쪽으로 걷는 길. 여전히 펠루카를 타라, 택시를 타라며 흥정을 붙여오는

이집트인들 때문에 산책길이 피곤하다. 싫다고 거절하는 일이 미안하면서도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우리는 로컬페리를 타고 엘리판틴섬으로 들어간다.


 

 

 

 

                                (로켈페리 선착장. 우리가 탄 배는 꼬마 둘이 운행을 하고 있었다.)

 

 

                             (로컬페리 안에서...누비아여인들은 더운 여름 날에도 검은 옷을 입고 있다.)

 

 

 

아스완에서 가장 큰 섬인 엘리판틴섬은 이름처럼 코끼리를 닮은 섬이다.

이집트왕조 이전의 유물들을 볼 수 있는 역사유적지이기도하다. 섬의 남쪽에는 누비아인들의 마을도 있다.

그래선가 페리승객 대부분이 누비아인들이다. 로컬페리로 강을 건너는 시간은 3분 정도.

그런데 배 앞쪽에 타고 있던 누비아여인이 자꾸 우리에게 뭐라뭐라 말을 건넨다.

영어와 불어도 안 통한다. 뭐라는 말인지 알 길이 없어서 그냥 웃고 만다.

 

 

 

 

 

 

 

 

 


섬은 입구부터 지저분하다. 아스완박물관으로 가는 길에는 우리 말고 일행이 더 있다. 

우리는 염소 떼를 따라서 박물관 안으로 들어간다. 이곳은 1898년 아스완댐공사를 한 영국인 

윌리엄 월콕스의 별장이었고 공사가 끝난 뒤 박물관으로 개조되었단다.

 

 

 

 

 

 

30이집트파운드를 내고 들어온 박물관내부는 본전(?)생각이 날 정도로 허름하고 허술하다.

이집트 왕조 이전의 유물부터 미이라 전시실까지 구색을 갖추고 있다는 소개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보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박물관 안에서도 졸졸 따라다니며

팁을 요구하는 이집트인에게 스트레스를 잔뜩 받은 탓도 있다.

 

 

 

 

 

 

 

 

박물관을 나온 우리는 박물관건물 옆으로 난 정원 길을 따라 크놈 신전터로 갔다.

고대이집트의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와 로마제국 시대의 유물인 크놈 신전은 중왕조와 신왕조를 세운

크놈왕에게 봉헌 된 곳이란다. 우리는 그 옛날의 영화가 느껴지는 신전 터를 돌아다닌다.

엄청난 신전들을 본 탓인가... 별다른 감흥이 오지 않는다.

높은 전망대에서 아스완과 누비안 마을의 전경을 바라보는 느낌이 더 좋다.


 

 

 

 

 

 


아스완으로 건너오는 길, 이번에는 로컬페리의 앞쪽에 앉는다. 분명히 갈 때 왕복요금을

지불한 것 같은데 또 요금을 달랜다. 짜증나지만 할 수 없다. 출발을 기다리는데 누비아 여인들이

배에 오르면서 우리를 보고 자꾸 머뭇거린다. 왜 그러지? 그때, 뒤쪽에 앉았던 남자가 우리를 보고

이쪽으로 오라며 손짓을 한다. 아하! 배의 앞쪽은 여자들이 앉는 곳이었다.

그래서 누비아 여인들이 여성석에 앉은 남편을 보고 당황했었고, 아까 누비아 아주머니는 남성석에

앉은 내가 못마땅해서 계속 뭐라뭐라 했었나보다.

하하하 누비아판(이슬람문화인지 모르겠지만) ‘남녀칠세부동석’이다.



 

 

 

 

 


바또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흥정을 걸어오는 이집트인들에게 시달리느라 바쁘다.

이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려는 이들이 한편으로 측은하게 느껴진다. 그런데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국적을 막론하고 다 별로인 것 같다. 사기성이 농후한 그들의 상술이 너무 싫다.

정찰제가 불가능한 이집트에서 합당한 가격의 기준을 모르는 여행자는 계속 속는 기분만 든다. 

 

 

 

 

 

 


1시30분. 오후 일정이 시작된다. 먼저 아스완하이댐을 구경하고 필레섬에 있는 이시스신전을 방문한다.

아스완의 오후는 뜨겁다. 겨울에도 한낮에는 기온이 30도까지 오른다니 9월의 아스완은 오죽할까...

새삼 뜨겁고 건조한 날씨 속에서 팍팍한 삶을 살아갈 이집트인들의 현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아스완하이댐은 높이 111m에 길이 3.3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댐이다.

1900년대 초반에 지어졌던 아스완댐의 상류 7km 지점에 새롭게 건설된 것으로

1971년에 준공됐다. 댐의 저수용량은 소양강댐의 50배란다.



 

 

 

 

 

댐이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는 느낌이다. 이 어마어마한 댐은 이집트인들에게 물과 전기를 주는

고마운 존재다. 공학도인 남편은 댐의 모든 것을 알려주려는 듯 내게 이런저런 설명을 해준다.

그러나 내 눈에 들어오는 건 멋진 댐의 경치뿐이다. ‘소귀에 경 읽기’가 따로 없다. 

 

 

 

 

 

 

 


아스완댐을 떠나 필레섬으로 가는 길. 도로 양옆이 온통 모래사막이다. 고운 모래가 바람에

실려 도로 주변을 뒤덮은 곳도 있다. 새삼, 내가 사막의 나라에 와 있다는 실감이 난다.


 

 

 

 

 

 

이시스(Isis) 신전이 있는 섬까지는 보트로 이동해야한다. 신전이 있는 섬의

정확한 이름은 필레(Phalae)섬이 아니라 아기르키아(Agirkia)섬이다.

 

 

 

 

 

 

 

원래 이시스신전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시대에 필레섬에 건설되었으나 아부심벨처럼

아스완하이댐의 건설로 수몰될 위기에 처했었다. 유네스코 복원사업(1974년~1980년)으로

필레섬에서 550미터 떨어진 현재 섬으로 옮겨졌단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하는 길. 꼬맹이 두 명이 따라 타더니 장사를 시작한다.

가이드 미미아줌마와 친한 사이인지, 미미가 직접 목걸이와 팔지 가격을 말해준다.

1유로, 2유로. 싼 값이다. 가격흥정을 할 필요 없이 가이드가 말해준 적정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다는 안도감에 너도나도 물건을 사느라 정신이 없다.   


 

 

 

 

 

 


이시스 신전은 호루스신의 부모인 오시리스와 이시스의 신화를 바탕으로 한 신전이다.

신화에 의하면 이곳은 이시스가 찢겨 버려진 그녀의 남편 오시리스의 시신을 찾아낸 중요한 곳이란다.

신전의 건축은 약 8백 년 동안 진행되었다는데, 고대 이집트와 그레코로만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된 걸작이란다. 신전은 입구부터 압도적이다.

 

 

 

 

 

 

 

 


우리는 신전의 장엄한 아름다움에 압도당한 채 제1탑문으로 들어선다.

탑문에 새겨진 선명한 조각에서 우리는 이시스와 호루스 신의 이야기를 다시 듣는다.

 

 

 

 

 

 

 

 

이시스는 그리스의 아프로디테(풍요와 다산, 여성의 전형을 상징하는 신)와 동일시되는 이집트의 여신이다.

오빠 오시리스와 결혼해서 아들 호루스를 낳았고, 형을 시기한 남동생 세트가 오시리스를 살해한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온갖 고생 끝에 갈기갈기 찢겨 버려진 남편의 시신을 찾아 부활을 시키고,

아들 호루스를 세트에게 복수를 할 만큼 강하게 키워내는 모성애의 상징이기도 하다. 

신전내부에는 이시스가 호루스를 낳은 장면과 세트를 피해서 습지에서 호루스를 돌보는 장면도 새겨져있다.


 

 

 

 

 


 

 

 

 

 


이시스의 신화를 몰라도 신전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아름답다.

이곳에서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진실도, SF영화 같은 신화도 별 의미가 없다.

그냥, 신전은 내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가만히 앉아 신전을 바라보거나,

천천히 신전주변을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을 먹고 들어오니, 룸메이드들이 또 재주를 부려놓았다. 나일강의 악어인가보다. 

오늘은 크루즈바또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이다. 침대에 누워 하염없이 나일강 물결을

느끼며 아스완의 야경을 바라본다. 이대로 마지막 밤을 보낼 수 없다. 

다시 옥상카페로 향하던 우리는 게시판에 붙은 내일 일정을 확인한다.

캭! 새벽2시 기상이란다. 억지로라도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