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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이집트

이집트여행1-룩소르

 

이집트 여행1-룩소르

 

 

*오늘의 일정

프랑스 막세이유공항 출발(새벽1시40분)-->이집트 룩소르공항도착(새벽 6시10분)

-->나일강 쿠르즈배로 이동 -->크라나크신전 관람-->배에서 점심

-->맴논의 거상, 왕비의 계곡, 왕의 계곡 관람-->배에서 저녁식사->배는 에드푸로 이동

 


 

2010년 여름, 오랜 망설임 끝에 드디어 이집트여행을 예약했다. 우리가 이집트여행이라는 행복한 고민을

시작한지 2년만이다. 그동안 남편은 이집트관련 여행서적을 뒤적이면서 시간이 날 때마다 여행계획을

짰다가 풀었다가를 반복했었다. 여행경로와 일정 그리고 예산을 열심히 짜던 남편이 드디어 결론을 내렸다.

이집트는 자유배낭여행을 하기 힘든 나라다. 아무리 우리가 자유여행을 선호해도 어쩔 수 없다.

이집트는 그냥 패키지여행을 하자. 그게 훨씬 안전하고 편안하니까.

 

 

 

 

 

 

 

 

우리가 선택한 여행프로그램은 7박8일간 나일강 주변을 쿠르즈로 여행한 뒤, 카이로로 이동해서

유적지를 돌아보는 코스. 우리는 여행사와 계약을 하고, 이집트대사관에서 비자도 받았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하하 여행사를 따라가니까 참 편하고 좋다.

여행일정부터 호텔, 교통편까지 여행사가 다 알아서 해주니 그냥 몸만 따라다니면 되는 거다.

여행의 성취감은 떨어지겠지만 그래도 프랑스사람들과 함께 여행한다는 재미를 느낄 수 있으니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여행첫날 일정은 강행군이다. 밤비행기를 타고 이집트에 도착해서 바로 옷만 갈아입고 룩소르를

돌아본단다. 원래 여행사이트에 나온 첫날과 둘째 날 일정을 교묘하게 합해 놓은 것이다.

어쩐지 속은 것 같은 찜찜한 기분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여행을 떠날 때마다 새벽같이 달려 나가던 우리가 이번에는 한밤중에 여행가방을 들고 집을 나선다.

막세이유프로방스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공항에 있는 여행사창구에 도착한 시간은 10시20분.

11시부터 짐을 부치고 티켓을 받는다. 헉! 새벽1시 비행기다. 탑승을 기다리는데 잠이 쏟아진다.

지금 자면 안 된다, 비행기에서 충분히 잠을 자야 여행일정을 무사히 소화할 수 있다며... 발버둥친다.

 

1시40분, 드디어 비행기가 이륙한다. 지금부터는 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지만 이미 잠시간을

넘긴 시점이라 잠은 벌써 저만큼 달아난 상태다. 뒤적뒤적 몸부림치며 4시간을 보낸다.

새벽4시. 아침밥인지 새벽밥인지모를 기내식이 나왔지만 입맛이 없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

 

현지시간 새벽6시 10분. 드디어 룩소르공항에 도착했다. 하늘에서 바라 본 도시의 불빛이 굉장하다.

우리 마음도 덩달아 흥분하기 시작한다.

 

 

 

 

 

 

 

 

입국수속을 하고 짐을 찾을 때였다. 갑자기 공항이 왁자지껄 소란스러워진다.

국내선라인으로 이집트전통복장을 한 남자들이 몰려들더니 짐을 찾기 시작하는데

떠드는 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귀가 멍멍해질 정도다. 이런 것이 이집트의 문화일까? 잠시 혼란스럽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이집트 현지가이드 화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름 카리스마가 있는 젊은 친구다. 우리를 태운 버스는 공항을 떠나 나일강으로 향한다.



 

 

 

             

 

 

 


룩소르(Luxor)는 인구 42만의 남부 이집트 최대도시로 고대도시 테베(Thebe)로 알려진 곳이다.

BC2천년 경 남북이집트가 통일되면서 고대 이집트의 수도가 멤피스에서 테베로 옮겨졌고,

이곳에서 이집트는 파라오중심의 강력한 중앙집권을 확립하고 고대국가 최고의 문명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4천 년이 지난 지금...여행자의 눈에 비친 룩소르 시내는 참 어수선하다.

너무 오래된 도시에 살아서 그런 것일까...이집트인들의 삶도 낡고 빛바랜 느낌이다.

 

 

 

 

 

 

 

 

 

 

크루즈바또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 지금부터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옷을 갈아입고

9시까지 로비로 집합하란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집트여행이 시작되는 것 같다.


옛날 이집트인들은 나일강을 중심으로 룩소르를 동안과 서안으로 나누었다.

해가 뜨는 나일강 동쪽은 살아있는 사람들과 신들의 공간으로, 해가 지는 서쪽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었단다. 우리는 지금 산자와 신들의 공간인 나일강 동쪽에 있고,

그 가운데 가장 큰 이집트 신전 카르나크로 간다.

 

 


             

 

 

 

 

카르나크는 이집트 최대의 신전이다. 4천년 역사를 가진 이 신전은 여러 명의

파라오에 의해서 건설된 아문라(Amun-La)신의 신전과 신전 주변에 무트(mut),

몬트(Mont) 신전 등이 함께 있는 복합신전이다.

우리는 이집트 가이드 미미아줌마를 따라서 매표소를 지나 숫양의 머리를 한 스핑크스가 늘어선 길을

걷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신전이 우리 가슴을 벅차게 한다. 비록 옛날의 영광이 사라진

모습이지만 신전은 쨍쨍한 이집트 햇살 속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다.


 

 

 

 

 

 


제2탑문을 들어서니 15미터 높이의 람세스 2세 석상이 서 있다. 제사장들에 의해서 사라졌다가

20세기 초에 현재 상태로 돌아온 것이라는데, 그의 석상은 일반 파라오들과 약간 다르단다.

바로 석상 앞에 있는 부인(우리 가이드는 부인 네페르타리가 아니라 람세스2세의 딸이라고

설명해주었다.)의 석상 때문이란다. 다른 파라오들의 것은 무릎을 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은 그런 불문율을 깨고 크게 지어졌단다.


 

 

 

 

 

 


이집트 가이드 미미아줌마는 조근조근 설명을 잘 해준다. 설명을 듣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깨갱하고 막혀버리지만 생각보다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모범생처럼 열심히 가이드설명을 듣고

있는데 남편이 다가와서 한마디 한다.

"뒤돌아서면 다 잊어버릴 걸 뭘 그렇게 열심히 듣고 있어?" 맞는 말이다. 하하하


 

 

 

 

 

 

             

 

 

 

 


호렘헵에 의해 만들어진 제2관문을 지나자...가로 100미터 세로 50미터의 공간에 134개의 웅장한

원형기둥이 늘어서있는 아문라신전의 대열주실이 나온다. 세티1세와 람세스2세에 의해 지어졌다는

이곳은 카르나크신전의 하이라이트 같은 곳이다. 기둥들에 국민을 의미하는 물떼새의 조각들이

새겨져 있어 왕권과 국민의 결합을 상징한단다. 그런데 이런 신전을 짓느라 혹사당한 당시

국민들은 과연 자신들이 왕권과 결합된 국민이라고 느꼈을까?


 

 

 

 

 

 

 

 

지금은 곳곳이 무너진 상처투성이지만 4천년을 살아온 신전의 모습은 여전히 꿋꿋하다.

짝을 잃고 서 있는 하쳅수트와 투트모스1세의 오벨리스크도 굳건해 보인다.

어마어마한 문명의 힘 앞에서니 빈약한 우리의 삶이 더 초라해 보인다.

오늘이 겨우 이집트문명을 만나는 첫날인데 벌써부터 기가 죽는 것 같다. 


 

 

 

 

 

 

 


미미아줌마의 설명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새 신성한 호수 앞이다. 대강 카르나크신전 소개를 끝낸

그녀는 지금부터 자유시간을 줄 테니 마음껏 신전을 감상하란다. 그녀가 인심을 쓰듯 준 자유시간은

겨우 40분. 우리는 우선 그녀의 충고대로 화강암으로 만든 쇠똥구리 주변을 시계반대방향으로 돌기

시작한다. 믿거나말거나한 전설이지만, 쇠똥구리주변을 돌면 행운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단다.

 

 

 

 

 

             

 

                 (태앙을 굴린다는 쇠똥구리상. 주변을 돌면 행운과 행복을 얻을 수 있단다.)

 

 

 

 


우리는 신전 안을 천천히 산책한다. 신전은 우리 같은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여기저기서 영어와 프랑스어

그리고 독일어와 스페인어가 들려온다. 아문, 무트, 콘스의 신당을 둘러보고 람세스3세의 석상이 지키고

있는 아문신전도 들어가 본다. 우리가 4천년 살이 넘은 석상들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실감이 안 난다.

인생은 짧지만 예술은 길다. 그런데 예술은 길지만 돌들은 영원한 것 같다.

 

 

 


 

 

 

 


이집트왕조의 영광을 예찬하며 카르나크신전을 나오는 길, 그들의 후손이 감흥을 깬다.

패키지여행을 하면 귀찮은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닌가보다. 싫다고 하는 여행자들을

줄줄 따라다니며 물건을 사달라, 돈을 바꿔달라는 장사꾼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간혹 환전을 해준다면서 2유로짜리와 비슷한 이집트 동전을 끼워 넣는 속임수를

쓰기도 한단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달려드는 장사꾼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나일강을 따라 늘어선 주변 녹지대. 이집트인들의 식량을 책임지는 귀한 곳이다)

 

 

쿠르즈바또로 돌아와서 점심을 먹자마자 바로 오후 일정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나일강의 서쪽,

망자들의 공간으로 간다. 오전에 이미 이집트 태양의 뜨거운 맛을 본 우리는 선크림도 두둑하게

바르고 햇빛을 가릴 수 있는 스카프까지 준비를 한다.


 

 

 

 

 

 

 


쿠르즈바또를 떠난 버스는 동쪽 나일강변을 따라 한참을 달린다. 유명호텔들이 즐비한 이곳은

룩소르관광의 중심지란다. 사막도시답지 않게 거리는 꽃나무들로 빼곡하다.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꽃나무들은 정갈하기보다 자유분방한 모습이다. 말을 탄 이집트인이 천천히 도로를 지나가고 있다.

성질 급한 버스와 자동차들의 크락숀에도 끄떡없는 모습이다. 겨우 말을 추월한 버스는 다리를

건너 서쪽강변을 따라 올라간다. 그리고 첫 번째 도착한 곳이 멤논의 거상.

 

 


 

 

 

 

 

 


2개의 거대한 석상, 멤논의 거상은 테베에서 가장 컸던 아멘호테프 3세의 장례신전 입구에 있던 것이란다.

지금 장례신전은 사라지고 이 두 거상만 남았다는데, 와~ 탄성이 나올 정도로 거대하다. 높이 17미터의

거상은 진흙으로 빚은 벽돌로 만들어진 것으로 19왕조 시대의 건축양식을 보여주고 있단다. 

군데군데 뭉개진 모습이지만 그 위용만큼은 대단하다. 거상 앞에 버스를 세운 가이드가 잠깐 나가서

사진만 찍고 들어오란다. 문이 열리는 순간, 버스 안으로 뜨거운 공기가 몰려들어온다.

날씨 때문에 오래 머물수도 없지만 어쩐지 사진만 찍고 들어오라는 가이드의 말이 서운하다.


 

 

 

 

 

 


왕비의 계곡과 왕의 계곡을 돌아보는 일정은 한 마디로 지옥훈련이었다.

그나마 왕비의 계곡까지는 괜찮았다. 왕의 계곡을 돌아볼 때 기온이 최고조에 달했던 것 같다.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살이 타는 것 같은 느낌이다. 햇빛을 피하려고 스카프로 몸을 감싼다.

그런데 내 몸을 두른 얇디얇은 스카프가 꼭 솜이불처럼 무겁고 뜨겁다. 한증막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이런 날씨에 그늘 하나 없는 왕의 계곡을 걸어 다니려니 구경도 좋지만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옛 파라오들은 자신들의 묘가 도굴을 당할 것이 두려워서 계곡 깊은 곳에 무덤을 썼단다.

그런데 투탕카문의 묘를 빼고는 모두 도굴을 당했고(사실, 투탕카문의 묘도 합법적이지만

후손들에게 도굴을 당한 것이 아닐까?) 지금 무덤 안에 남아있는 것들은 벽화뿐이다.

그나마 모든 무덤 안의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있다.

 

 

 

 

 

 

 

 

지하에 있는 무덤들은 밖의 날씨보다 더 덥고 후텁지근하다. 더 짜증나는 건, 입구에서 부채처럼

쓰라며 종이를 나누어주던 남자들이 막무가내로 팁을 요구하는 것이다.  안 그래도 숨 막히는 

더위때문에 쓰러질 것 같은데, 이집트인들의 막무가내 식 팁요구는 내 마음을 상하게 한다.

결국 나는 왕의 계곡에서 3개의 무덤을 볼 수 있는 표를 끊고서도 두개만 보고 말았다.

 

 

 

 

 

 

 

 

 

왕가의 계곡을 나오는 길, 이번에도 장사꾼들이 계속 달라붙는다. 쇼핑을 강요당하는 것이 싫지만

이렇게라도 먹고 살려고 애쓰는 그들이 안쓰러워진다. 그런데 목각인형을 들고 1달러를 외치던

장사꾼들은 우리가 관심을 보이는 것과 동시에 가격을 200달러로 확 바꿔버린다. 기막히다.

당연히 안 사겠다고 하자 미친 듯이 따라붙으며 가격을 내린다. 마음이 상한 우리는 계속 싫다고,

안사겠다지만 소용없다. 결국 값은 5달러까지 내려간다. 이런 흥정을 즐기는 사람들은 상관없겠지만

정찰판매에 익숙한 우리는 이런 쇼핑이 너무 싫다. 슬슬 장사꾼들이 미워진다.


 

 

 

 

 

(버스 안에서 찍은 룩소르 신전.)

 

 

쿠르즈바또로 돌아오는 길, 오후 5시가 넘은 현재시각 기온이 42도다. 에어컨이 빵빵 나오는 버스가

하나도 시원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며 이집트의 더위를 실감한다.

그리고 여행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이집트인들의 상혼도 생각해본다. 조상들이 남겨놓은

업적덕분에 먹고 살면서 조상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국민성의 문제인지,

막대한 관광수입은 국가와 몇몇 부자들이 가져간 탓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가난한 이집트인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뻥과 사기를 쳐야만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정직함이 사라진

사회는 환영받지 못한다. 국가의 이미지도 나빠진다. 여행자의 시선에서도 이집트의 현실이 안타깝다.

 

 

 

 

 

 

 

여행객을 실은 쿠르즈바또가 나일강을 따라 항해를 시작한다.

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우리는 피곤함도 잊은 채 옥상으로 올라간다.

멀어지는 룩소르를 바라보며, 나일강변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일강의 정취를 느낀다.


 

 

 

                    (나일강의 상징이 된 펠루카가 시원스레 나일강을 따라 달리고 있다.)

 

 

 

 

 


우리는 멋진 나일강변의 풍경을 바라보며 저녁을 먹고, 잠시 옥상을 산책하다가 방으로 들어왔다.

피곤이 몰려온다. 침대에 누워 멋진 나일강변의 경치를 바라보다가 까무룩 잠이 들었다.

노곤하고 행복한 잠이다.

 

 


 

 

 

 

 

뭔가 부딪치는 소리에 깨어보니 창밖에 사람들이 몰려서 있다. 반사적으로 얼른 커튼을 닫았다.

밖이 계속 시끌시끌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커튼을 살짝 열고 보니 우리 배가 수로를 통과하고 있는 중이다.

12시가 넘은 시간인데 강가는 아직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열대야를 견디려는 이집트사람들 인가보다.


수로를 통과한 배는 다시 나일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배안에서 바라보는 야경이 황홀하다.

나일강변 마을에서 흘러나오는 불빛을 바라보다가...깜박 졸다가를 반복한다.

이렇게 30분쯤 지났을까? 드디어 배가 정박을 시작한다. 에드푸에 도착한 것 같다.

창밖으로 왔다갔다하는 선원들이 보이자 얼른 커튼을 닫는다. 이제 정말로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