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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ut! 프로방스/프로방스의 집

공작부인의 집, 데보라가 사는 집

 

 

데보라가 사는 집

 

집은 우리의 몸과 마음이 머무는 곳이다. 우리와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끊임없이 우리에게 힘을 주는 존재다.

그리고 내 친구 데보라에게 프로방스의 삶을 선물해준 곳이기도 하다. 

 

 

 

 

 

 

 

                   <데보라가 사는 까흐티에 마자항. 미하보거리 남쪽에 있는 주택가다.>

 

 

 

데보라를 만난지 7개월. 그동안 우리는 수없이 그녀의 집이야기를 들었다.

집주인은 공작부인이고, 집안 분위기는 박물관처럼 멋지다며 늘 자랑을 했었다.

흠이라면 두 사람이 살기에 집세가 좀 비싸다는 것인데(한달 집세 2천유로.주차장사용료 90유로는 별도)

그녀는 이 부분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녀의 집은 집세가 비싼 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대문에 달린 장식. 선옥씨는 이 장식을 방문객에게 노크를 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

 

 

 


도대체 어떤 집일까 궁금했다. 공작부인이 사는 프로방스 귀족의 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보고 싶었다.

그래서 데보라를 따라 그녀의 집 구경을 나섰다. 그녀가 사는 곳은 뮤제 그하네 근처, 옛날에

귀족과 부자들이 많이 살았던 동네다. 집은 건물 입구부터 범상치 않다.

 

 

 

 

 

 

 

 

 

 

 

 

 


데보라는 가방에서 커다란 열쇠를 꺼내더니 씽긋 웃으며 대문을 연다.

육중한 문이 열리고 짜잔~ 건물입구가 보인다. 철갑옷을 입은 기사가 건물을 호위하듯 서 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곳곳에 놓인 조각상과 벽에 걸린 그림들이 눈에 들어온다.

데보라가 왜 자기 집을 박물관 같다고 했는지 알 것 같다. 


 

 

 

 

 

 

 

 

     <건물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이곳을 통해 내려가면 집주인이 방학 때마다 찾아오는 손주들을 위해서

       꾸며놓은 아뜰리에 겸 놀이방이 있단다. 우와~>


 

 

 

 

 

     <이 집이 대저택이라는 증거로 17세기 말에 지어진 필립 오떼망공작의 저택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HOTEL은 호텔이 아니라 대저택이라는 뜻이다. 불어에서 호텔은 O를 ô 로 쓴 HôTEL이다. >

 

 

 

 

 

 

 

 

 

 


데보라는 필라델피아를 떠나며 살던 집을 팔았단다. 정원을 가꾸고 꾸미는 일이 힘들어서

프로방스에서는 아파트에서 살 생각이었고 처음 이 집을 보자마자 너무 마음에 들어서 당장

계약을 했단다. 이 집은 미국인들이 갖고 있는 프랑스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한 곳이었단다.


 

 

 

 

 

 

 

 

 

 

 

 

카페트가 깔린 계단과 가족들의 초상화가 걸린 복도는 18세기 모습 그대로다,

공작부인이 살고 있는 2층 복도에는 화려한 벤치와 장식품들도 놓여있다.

 

“공작부인의 집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보다 백배쯤은 화려하고 멋있어. 집안 가득한 엔티크 가구들,

벽에 걸린 그림들, 화려하고 멋진 장식품들...와우~ 얼마나 멋지던지...입이 안 다물어지더라.”

 

데보라는 눈을 반짝거리며 공작부인의 집에 놀러갔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드디어 데보라가 살고 있는 3층으로 올라왔다. 3층 복도를 장식한 가구들도 범상치 않다.>


 

 

 

 

건물복도와 계단은 웬만한 호텔보다, 박물관보다 더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다. 3백년이 넘은 건물인데도

반지르르 윤이 나도록 깨끗하다. 건물 유지비가 엄청날 것 같다. 인건비 비싼 나라에서 이 건물을

유지하려면 집세를 많이 받더라도 남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재미있는 건, 집 관리를 공작부인이 직접 한다는 거야. 외출 하다보면 룰룰랄라

노래를 부르며 청소를 하는 공작부인을 자주 만나거든.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


우리는 건물을 몇 채씩 갖고 있는 공작부인이 직접 청소를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검소하고 성실한 그녀의 생활방식을 본받아야 하는 건지, 아니면 너무 구두쇠처럼 산다고

흉을 봐야하는지...판단이 안 선다.

 

 

 

 

 

 

 

 

 

            <데보라네 거실. 거실 벽에는 그림을 걸어놓은 것 같은 장식들이 새겨져있다.

             프로방스 귀족의 집에서 볼 수 있는 양식으로 17세기의 것이란다.>


 

 

 

 

 

 

 

 

 

 

 



데보라의 집은 구조가 특이했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앙트레(현관문으로 이어지는 넓은 공간)다.

소파와 책상이 놓인 넓은 앙트레를 지나면 발코니가 있는 복도가 보인다. 복도는 현대식으로 잘 수리를 해 놓은

부엌으로 이어진다. 부엌 옆으로 커다란 식당이 있고, 식당과 이어진 복도를 따라서 가면 넓직한 거실이 나온다.

프로방스풍으로 지어진 전형적인 귀족의 집 거실이다.


 

 

 

 

 

 

 

 

 

 

                    <데보라의 테라스에서 바라 본 프로방스 하늘과 엑스 시내.>

 

 

 

 

침실은 이층에 있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복층아파트 같은 구조다.

이층에는 또 프로방스의 파란 하늘 아래서 엑스 시내를 품에 안을 수 있는 멋진 테라스도 있다.

데보라는 이곳에서 프로방스의 태양을 즐기며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신단다. 내가 좋아하는

프로방스의 스칼렛 기와지붕을 매일매일 바라볼 수 있는 그녀가 새삼 부럽다. 


 

 

 

 

 

 

 

 

                 <데보라의 침실. 35년 된 그녀의 침대는 여전히 건재하다. 새것처럼 느껴진다.>

 

 

 

 

 

         <벽난로가 있는 커다란 식당. 매일매일 손님을 초대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부엌 옆에도 이렇게 작고 아름다운 발코니가 있다.>

 

 

 

 

 

              <발코니에서 바라 본 1층 정원. 프로방스에는 이렇게 감추어진 정원들이 많다.>

 

 

 

 

 

 


데보라네 집 구경을 하면서, 멋진 공작부인의 집에 감탄을 하면서도 나는 이 집에 살 자신이 없다.

아니 별로 살고 싶지 않다. 현실적으로 집 평수에 비해서 집세가 엄청나게 비싸고,

엘리베이터는 물론이고 차고도 없으니 일상생활은 또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서다.

그런데 데보라는 다르다. 그녀는 이 집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내가 꼬투리로 잡은 문제점들을 모두 덮어버리고 남을 정도로 멋진 곳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녀가 발견한 가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다만 이 집이 그녀에게 프로방스의 삶을 선물해준

소중한 곳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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