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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나, 유학생 맞아?

안녕! 나의 학창시절이여...

 

늦깎이 학창시절을 마무리하면서...


le temps passe vite~

그렇게 고심하고, 그렇게 갈등하면서 갈망했던 학교생활이 꼭 일주일 남았다.

시간은 정말 빠르다. 학교 운동장에서 해바라기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학생이나

교수들의 입에서도 ‘le temps passe vite~’ 라는 말이 한결같이 흘러나온다.

 

 

 

 

 

 

나 역시 그렇다. 시간은 이렇게 빨리 지나가고, 우리 인생도 이렇게 속절없이

흘러가는 것이겠지? 학교를 다니기 전에는 정말로 갈등이 많았었다.

 

내가 학교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빡세다는 교과과정을 이수할 수 있을까,

젊은 아이들 틈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해 낼 수 있을까, 엄청난(?)등록금을

아깝게 날리는 건 아닐까, 스트레스 때문에 병이라도 나는 건 아닐까...

이런 모든 걱정을 가뿐하게 이겨내고 이제 1년이라는(실제 수업기간은 7개월이지만)

긴 일정의 끝을 향해 가고 있다.

 

 

 

 

 

 

<8 jours plus tard...일 주일 후,>

 

 


 

                          <우리학교 교수님들. 왼쪽이 마담 땅까니 우리 담임교수.>

 

 

5월15일. 26주간, 8개월의 긴 장정을 끝냈다.

두려움에 떨면서 온갖 갈등을 겪으면서 등록했던 학교를 단 하루의 결석도 없이 무사히 잘 마쳤다.

학교만 졸업하면 프랑스어는 다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나의 맹신은 산산조각 났지만

그래도 이만큼 공부를 했고, 프랑스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 사실로 만족한다.

 

 


 

 

 

 

 

간혹 공부를 더 할까 하는 욕심도 살짝 들었지만 지난번에 ‘영화대사’ 시험을 보면서

여기까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 것도 아닌데, 왠 스트레스가 그리 심했던지

교수 앞에서 텍스트를 읽는 순간 온 몸의 피가 머리로 솟구쳐 오르면서

팔과 다리는 물론 가슴까지 묵직하게 저리는 느낌이 왔었다.

순간, 내가 이러다가 쓰러지는 건 아닐까 하는 겁이 더럭 났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며 사는 것도 좋지만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그 어떤 것을 얻어도 소용없다.

꼭 성공한 삶이 최고가 아니듯이 최선을 다해서 공부하고 노력했으면 됐다.

나는 만족한다. (Je suis contente.)

 

 

 

 

 

 

학교를 다닌 경험은 나의 프랑스생활에 활기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아들이나 딸 또래의 아이들 틈에 섞여서 나이를 초월한 친구가 되었고,

프랑스어로 외국친구들과 수다를 떨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

교수님들이 나를 보며 보끄드 프로그래(beaucoup de progrès)를

외칠 정도로 나의 프랑스어실력은 일취월장했다.

가장 기특한 것은 단 하루도, 한 시간도 빠지지 않고 수업을 들었다는 것이다.

지각을 한 적도 없다. 개근상이라는 것이 있다면 1등 개근상은 내 차지일 것이다. 

내 자신이 기특해서 머리라도 쓰다듬어 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런데... 아! 벌써부터 하라와 조앤느가 보고 싶어진다. 귀여운 완팅도...


“당신, 학교 끝나면 심심해서 어떡하냐?” 남편이 걱정스런 얼굴로 묻는다.

“어떡하긴 뭘? 다시 즐겁게 놀면 되지. 우와! 신난다~ㅎㅎㅎ”


 

 

 

 

 

 

추신/ 일주일 후, 졸업식 비슷한 걸 했다. 간단한 가든파티가 열렸고, 디플롬도 받았다.

      이제 정든 얼굴들과 마지막 작별을 할 시간이다. 자기나라로 돌아가는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소영, 우리는 또 만날 수 있겠지요?”

      “그럼요. 제가 가끔 학교로 놀러올게요.”

      “그럼, 그때 우리 멋진 식당에서 같이 식사도 할 수 있겠죠?”

 

      물론이죠. 그런데 어쩌지? 다시 교수님을 만났을 때는 지금보다 더 프랑스어를 잘 해야 될 텐데...

      에고고~ 앞으로 프랑스어랑 더 친해지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