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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베네룩스3국

졸업여행, 베네룩스삼국을 가다3-암스테르담

 

졸업여행-베네룩스삼국을 가다3- 암스테르담

오늘 우리는 트랩을 타고 암스테르담 탐방을 한다.

처음부터 그럴 계획이었지만, 어제 저녁에 미리 암스테르담 시내를 돌아본다면서 차를 몰고 나갔다가

새삼 복잡한 시내를 차로 돌아다니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무모한 일인가를 알게 됐다.

더구나 살인적이라는 암스테르담주차비도 무시무시하다.

(암스테르담은 주차공간도 별로 없고, 주차비는 1시간당 5유로다. 으악!)


 

 

 

 

우리는 호텔에서 1일 교통권을 샀다.

준비성이 철저한 남편은 인터넷으로 암스테르담 지도와 트랩노선도를 다운받아왔다.

이제 하루 종일, 트랩을 타고 내리면서 우리가 가고 싶은 곳을 돌아다니면 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트랩은 승객이 거의 없다. 거리도 텅텅 비었다.

도시를 유유히 흐르는 운하가 고요해 보인다.

 

 

 

 

                              <왕궁과 담 광장. 이른 아침이라 한산하다>

 

 

우리가 암스테르담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단 하루.

제대로 암스테르담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돌아다니는 수밖에 없다.

 

 

 

 

 

 

당연히 박물관, 미술관 관람은 포기해야한다. 무릎이 부실한 나는 오랫동안 서 있어야하는

박물관, 미술관 관람은 슬슬 기피하는 중이라 차라리 잘 됐다 싶기도 하다. 

 

 

 

 

 

 

 

담 광장에서 트랩을 내린 우리는 그 주변을 돌아다니다 재미있는 발견을 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는 자동차보다 자전거를 조심해야 한다는 소문처럼 정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인 자전거를 좋아하지만, 보행인 입장에서 보면 자전거도 때로는 흉기가 될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거리를 걷다가 조금만 한눈을 팔면 쌩쌩 달리는 자전거와 부딪칠 것 같은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브레이크 없는 자전거. 손잡이 말고 다른 곳에 브레이크가 있는 걸까? 잘 모르겠다...>

 

 

더구나 수많은 자전거들은 브레이크도 없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안전관리 의식이 철저한 남편은 이런 무모한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단다.

물론 페달에서 다리를 내리면 자전거가 멈추겠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사고로 이어지기 딱 좋은 상황이다.

그래도 건강과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자전거타기가 보편화 되어있는 암스테르담이 은근히 부럽다.

 

 

 

 

 

 

 

나의 무릎이 부실해지고 나서 우리의 여행스타일이 많이 바뀌었다.

‘걷기와 바라보기’를 하던 스타일에서 ‘걷기와 앉기 그리고 자동차를 타고 바라보기’로 바뀐 것이다.

암스테르담에서도 약간 걷다가 다리 아프면 앉거나 트랩을 탔다.

걷는 걸 좋아했던 내게 형벌처럼 답답한 여행길이지만 어쩌랴...

그래도 이렇게 천천히 걸으며 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를 하면서 살아야지.

 

 

 

 

 

 

 

미술관구경은 포기했지만, 그래도 겉모습은 봐야겠지?

우리는 암스테르담의 루브르라는 ‘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

미술관 근처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로 가득하다. 미술관관람을 미리 포기한 것이 다행이다 싶다.

 

 

 

 

 

미술관 근처 공원에는 재미난 조형물이 있다.

‘I amsterdam' 아이엠 스테르담인지, 암스테르담인지...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우리는 조형물사이를 어린아이처럼 들락거리면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때, 웬 남자가 다가왔다. 자신이 경찰이라면서 우리가 주차한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다며 신분증을 요구했다.

이게 뭔 소리? 순간 당황했지만 곧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무슨 일인지 모르지만 문제가 있다면 경찰서로 가자고했다.

그 남자는 약간 당황하는 기색이더니 저쪽에 주차한 자동차가 우리 것이냐고 허둥대며 묻는다.

아니라고 하자 그럼 괜찮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난다.

칫! 관광객을 노린 별의 별 사기꾼 강도가 다 있다더니...   

 

 

 

 

 

네덜란드는 다이아몬드가 유명하단다. 보석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잠깐 들러서 다이아몬드 구경에 나선다.

휘황찬란한 다이아몬드를 보여주고, 세공과정을 알려주고, 가장 중요한 것은 관광객들에게 보석을

파는 것이겠지? 이 기회에 비싼 반지를 사달라고 조를까... 잠시 심술 맞은 갈등을 하다가 그만둔다.

내가 별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데 남편은 보석에 무관심한 아내 덕분에 돈을 엄청 절약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국립미술관을 건너 뛴 건 괜찮았지만... 반 고흐미술관을 그냥 지나치려니 갈등이 심했다.

지금 반 고흐 미술관을 보려면 모든 일정을 포기해야한다.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에고~ 내가 반 고흐에 목숨을 건 것도 아닌데 포기하자.

우리는 발길을 돌려 트랩을 타러간다.

 

 

 

 

 

 

우리는 다시 트랩을 타고 암스테르담 탐방에 나선다.

시내는 관광객들과 암스테르담 시민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됐다. 우리는 꽃시장을 둘러보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싱겔 운하에 자리한 꽃시장은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향기로운 꽃향기와 사람들의 활기가 뿜어내는 분위기가 만빵이다.

씨앗에서부터 꽃, 화분 등 꽃에 관한 모든 것을 판다는 꽃시장을 돌아보는 동안

감탄이 저절로 흘러나온다.

 

 

 

 

 

 

 

특히 꽃시장에서 파는 구근들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꽃시장에서 파는 꽃씨가 세계로 퍼져나가 꽃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로 전한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식당을 찾아서 헤매던 꽃시장 주변. 이곳을 몇 바퀴를 돌아는지 모른다>

 

 

 

 

꽃시장을 돌다보니 배가 고파진다. 남편은 라이스터플을 즐길 수 있다는 식당을 찾아두었다며,

곧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고 큰소리를 뻥뻥친다.

라이스터플은 원래 인도네시아요리지만 지금은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먹을거리가 되었단다.

식당은 꽃시장 근처에 있단다. 그런데 아무리 꽃시장 근처를 뱅뱅 돌아도 식당을 찾을 수가 없다.

식당주소를 찾아 꽃시장 근처를 몇 바퀴를 돌았다. 다리도 아프고 배에서는 꼬르륵소리가 난리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리이스터플이고 뭐고 다 필요없다. 빨리 배를 채우는 것이 급선무다.

우리는 꽃시장 근처를 돌다가 발견한 예쁜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의 주 메뉴는 샌드위치. 마침 서빙하는 갹송이 한국인이다.

우리끼리 메뉴를 정하는 모습을 보고 그가 먼저 한국인이냐며 말을 건네 온다.

와~ 한국말로 주문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좋다.

우리는 그가 추천해준 메뉴로 점심을 먹었다.

기대했던 라이스터플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맛있는 점심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우리는 다시 트랩을 타고 시내를 돌아다녔다.

이제 홍등가를 돌아볼 시간이 다가왔다.

 

 

 

 

 

 

섹스산업으로 유명한 암스테르담의 홍등가.

함부로 사진을 찍다가는 카메라를 뺏긴다는 소문을 들은 터라 겁이 많은 우리는 카메라를 깊숙이

감춘 채 홍등가로 갔다. 밤에 찾아가야하는 홍등가를 환한 대낮에 찾아가다니... 어쩐지 안 어울린다.

제대로 볼 걸 못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홍등가를 가로 지르는 운하> 

 

 

  <홍등가를 막 지난 골목. 여기도 홍등가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내 생각과 달리 대낮에도 있을 건 다 있다.

벌건 대낮인데도 아슬아슬한 속옷차림의 여자들이 영업 중이었고,

방금 일을 마치고(?) 홍등가를 나온 남자가 자랑스럽게 웃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섹스산업을 이렇게 양성화한 건 참 대단한 코미디다.

 

 

 

 

 

 

 

안네프랑크가 살았었다는 안네의 집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트랩을 타고 가다가 멋진 교회가 있어서 무작정 내렸던 길, 우리는 길게 줄을 선 사람들의 행렬을 만났고

곧 그들이 안네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줄을 선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암스테르담은 어딜 가나 만원사례인가보다. 지금은 관광성수기도 아닐 텐데, 이렇게 관광객들이 많으니...

성수기에는 오죽할까. 유태인과 안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우리는 박물관으로 개조했다는

안네의 집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암스테르담은 운하도시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운하가 빚어내는 분위기가 낭만적이다.

그런데 물을 들여다보면 감상적인 낭만이 싹~ 달아난다. 우선 시커먼 물색부터 정이 떨어진다.

온갖 도시의 폐수로 가득한 것 같다. 아무리 낭만과 추억을 생각한다고 해도 도저히 이런 똥물(?)에서는

유람선을 타고 싶지 않다. 그냥 멀리서 운하를 바라보는 걸로 만족한다.

 

 

 

         <마헤레 개폐교. 워털루 광장에서 암스텔 강쪽으로 가다보면 만날 수 있다. 건축가 마헤레가

          1671년에 만든 80미터 길이의 목재 개폐교로 지금도 배가 지날 때마다 개폐가 되고 있단다.>

 

 

그래도 운하를 따라 들어선 집들은 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상가옥인지, 아니면 특별하게 지어진 집인지...

어쩐지 보헤미안적인 기질이 느껴지는 집에 마음이 간다.

운하의 물이 깨끗하고 맑다면 저런 집들이 더 돋보이겠지?


 

 

 

 

거리를 걷는 사람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더 많은 도시,

남들은 꽁꽁 감추는 마약과 섹스산업을 과감하게 오픈하고 있는 도시,

암스테르담은 기대했던 것만큼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다.

운하를 따라서 걸어도 유람선을 타고 도시를 즐겨도 다 좋은 

그래서 마음이 저절로 행복해지는 도시다.

 

이제, 암스테르담을 떠날 시간이다.

우리는 암스테르담의 추억을 고이고이 마음에 접어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