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의 베니스-스톡홀름1
“내가 기적처럼 싼 비행기표를 발견했는데, 당장 잡아야겠지?”
퇴근과 동시에 남편이 컴퓨터를 켜면서 스톡홀름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리 저가항공이라지만 요금이 정말 파격적이다.
우리는 재고의 여지없이 당장 인터넷으로 예매를 끝냈다.
아! 드디어 스톡홀름을 간다. 갑자기 감개무량해진다.
17년 만에 드디어 스웨덴 땅을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스톡홀름 시청. 노벨상 수상과 피로연이 열리는 곳이다.>
1994년. 프로듀서 k가 스웨덴의 가정과 복지를 다룬 특집다큐멘터리를 함께 하자는 제안을 해왔다.
당시, 나는 주 2회 방송되는 정규방송의 원고를 쓰느라 바빴지만 그와의 친분 때문에 원고를 맡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그는 조연출에게 문제가 생겼다면서 내가 대신 스웨덴 촬영을 따라 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열혈 프로듀서였던 K는 프로그램을 위해서 기꺼이 작가를 모시고(?) 일을 하겠다는 결정을 했던 것이다.
보통 작가들은 해외촬영을 가지 않는다. 예산문제와 작가들의 생계문제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촬영기간도 15일이나 되니 이것저것 걸리는 문제가 많았다. 다행히 정규프로그램 프로듀서의 양해와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로 문제들이 해결됐고 스웨덴출장을 결정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사고가 터졌다.
나와 연관된 사고는 아니었지만 그 여파로 일이 복잡해졌고, 나는 눈물을 머금고 출장을 포기해야했다.
보름동안 힘들어도 스웨덴을 만나고 느낄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했었는데...그날 이후 스웨덴은 내게
멀고 먼 나라가 되어버렸다. 프로방스에 살면서도 스웨덴은 쉽게 갈 수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스톡홀름 감라스탄지구의 골목길. 오래됐지만 참 정갈한 골목길이다.>
<다리 위에서 바라 본 시청사. 스톡홀름은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 북유럽의 베니스다.>
<시내 곳곳에는 이렇게 멋진 공원이 수두룩하다. 내가 본 스톡홀름은 초록도시다.>
<호스텔로 사용 중인 배와 마로니에 나무. 엑스는 마로니에꽃이 다 졌는데 이곳은 한창이다. .>
막세이유를 떠난 라이언에어가 스톡홀름 스톱스키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아무리 스톡홀름이 안전한 도시라지만 우리는 밤늦은 시간에 시내로 들어가는 일이 무서웠다.
시내까지 버스로 1시간 20분이나 가야하고, 어두운 스톡홀름 밤거리를 헤매며 호텔을 찾을
일이 걱정됐다. 안전한 여행을 추구하는 우리는 공항 앞에 있는 호텔에서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일찍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3층 우리 방에서 내려다 본 호텔 내부. 칵테일 한 잔 생각이 간절해지는 분위기다. ㅎㅎㅎ>
<착륙 직전에 찍은 스웨덴의 첫 얼굴. 우거진 침엽수림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9시가 넘은 스웨덴의 밤은 너무 훤하다. 아직도 해가 방실방실 웃고 있는 것 같다.
호텔 예약만 안 했더라면 당장 스톡홀름 행 버스를 타도 될 것 같다.
갑자기 시간이 남아도는 것 같은 생각에 호텔주변을 산책한다. 바람이 스산하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반팔 옷을 입고 덥다고 헉헉거렸는데, 지금은 옷을 여려 겹 껴입고도
덜덜 떠는 중이다. 추운 건 딱 질색이지만 참아야한다. 어렵게 찾아온 스웨덴 땅 이니까.
저 멀리 구름이 우리 마음처럼 둥둥 떠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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