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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스웨덴

북유럽의 베니스-스톡홀름2

 

 

 


북유럽의 베니스-스톡홀름2

아침부터 주적주적 비가 내린다. 호텔을 나서는 것과 동시에 썰렁한 한기가 몸속으로 파고든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어도, 테이크아웃한 따뜻한 커피를 꼬옥 쥐고 있어도 으슬으슬 춥다.

스톡홀름으로 들어가는 첫 공항버스는 아침 8시. 인터넷으로 예매한 표를 보여주고 버스에 오른다.

공항에서 시내까지는 버스로 1시간 20분. 버스는 끝없이 이어지는 침엽수림과 너른 들판을 따라 달린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진다. 동시에 여행으로 살짝 들떴던 우리 마음에도 시무룩한 찬비가 내린다.

 

 

 

 

 

 

 

 

 

 


‘우와~’ 버스가 스톡홀름 시내로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시무룩해졌던 마음이 다시 들뜨기 시작한다. 스톡홀름이 이렇게 잘생긴 도시였다니...

아! 춥고 비 오는 날씨도,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비싼 물가도 모두모두 용서해야 할 것 같다.

 

 

 

 

 

 

 

 

 

 

 

 

우발적(?)으로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우리는 잠시 후회를 했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두 배 이상

비싼 호텔비와 교통비에 주눅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적이며 정보를 찾는데 여기저기서 스톡홀롬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불평만 들렸다. 북유럽 물가가 비싸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부딪쳐보니 더 실감이 났다.

알뜰여행자인 우리는 머리를 맞대고 대책회의에 들어갔다.

어떻게 하면 가장 경제적으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을까?

 

 

 

 

 

 

 

 

 

 


‘스톡홀름 카드를 살 것인가’ ‘교통카드만 살 것인가’

남편은 출발 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 3박4일 일정 중에서 우리가 스톡홀름을 온전히 돌아볼 수 있는

날은 딱 2일. 이틀 동안 스톡홀름의 온갖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스톡홀름카드(550Kr)를 살 것인가, 아니면

교통카드(120Kr)만 살 것인가... 고민 끝에 우리는 교통카드가 더 경제적이고 즐거운 여행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 성격에...비싼 스톡홀름카드를 사면 본전을 뽑는다면서 무리를 해가며 박물관순례를 할 것이 뻔했다.

차라리 입장료를 비싸게 내더라도 꼭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천천히 여유롭게 다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첫날은 시내산책과 박물관 구경을 하고, 둘째 날은 교통카드를 사서 스톡홀름을 구석구석 돌아다니자’

 

 는 결론을 내렸다. 자! 이제부터 본격적인 스톡홀름여행 시작이다!!!

 

 

 

 

 

 

 

 

 

 

 

 

 

다행히 비도 그쳤다. 여전히 쌀쌀하지만 산책을 즐기기엔 적당한 날씨다. 우리는 천천히 세르겔광장을 지나

왕립공원으로 접어든다. 문화회관이 있는 세르겔광장은 스톡홀름의 현대적인 도시이미지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왕립공원에는 튤립이 한창이다. 남프랑스에서는 4월말에 벌써 꽃이 다 졌는데 이곳은 5월 중순인데도

마로니에 꽃이 활짝 피었다. 하긴, 지금 기온이 10도란다. 바람까지 불어서 더 춥지만 아름다운 스톡홀름이

주는 감동을 누르지 못한다. 산책을 하며 느끼는 스톡홀름은 오스트리아 비엔나와 참 비슷한 분위기다.

 

 

 

 

 

 

 

 

 

 

 

 

 

우리는 박물관들이 모여 있는 유루고르덴섬으로 가기 전에 왕궁이 있는 감라스탄지구로 향한다.

스톡홀름은 14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다. 섬과 섬을 잇는 다리를 지나며 발틱해의 검은 물결을

바라본다. 코발트빛 지중해와 비교된다. 그런데 바다가 더러워보이지는 않는다.

생활하수로 오염된 것이 아니라 원래 색이 검은 것 같다.

 

 

 

 

 

 

 

 

 

 

 

 

 


원래 감라스탄지구는 내일 구경하기로 한 코스라 오늘은 왕궁근처만 살짝 돌아본다.

1754년에 완성된 왕궁을 지나 대성당을 구경하며 오래된 골목길을 지나다닌다.

중세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거리가 참 아름답고 정갈하다. 현대적인 도시보다 중세도시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 꼭 맞는 곳이다. 저절로 발걸음이 느려진다. 남편이 갈 길이 바쁘다면서 나를 재촉한다.


 

 

 

 

 

 

 

 

 

 

 

 

유루고르덴섬으로 가는 길. 바다를 따라서 늘어선 길이 평화롭다. 조경이 잘 된 가로수 길과

아름다운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도시의 품격을 높여준다. 바다를 따라서 난 산책길은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과도 이어져있다. 해를 가린 구름색이 점점 짙어진다. 곧 빗방울이 떨어질 것 같다.


 

 

 

 

 

 

 

 

 

 

 


박물관섬, 유루고르덴섬에서 제일 돋보이는 건물은 북방민족박물관이다. 스톡홀름에는 75개가

넘는 박물관이 있단다. 헉! 너무 많아서 스톡홀름카드를 샀어도 다 돌아볼 수 없을 정도다.

우리는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바사박물관과 스칸센 야외박물관을 돌아보기로 한다.

 

 

 

 

 

 

 

 

 

 


먹구름이 드디어 비를 뿌린다. 박물관섬 산책을 더 즐기려던 우리는 비를 피할 겸 바사박물관으로 향한다.

그런데 박물관 입성이 쉽지 않다. 30분 넘게 줄을 선 끝에 우리는 겨우 입장권판매소로 들어섰다.

남편의 반대를 무릅쓰고 학생증을 내밀었더니 ㅎㅎ 학생할인이 가능하단다. 남편은 110kr, 나는 80kr에

표를 샀으니 30kr를 벌었다. 소박하다 못해 유치한 나는 6천원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기분이 한껏 고조된다. 

 

 

 

 

 

 

 

 

 

 

 


바사박물관은 1628년, 스톡홀름 항구를 출항하는 것과 동시에 바다로 침몰한

비운의 배 ‘바사(Vasa)’를 전시해 놓은 박물관이다. 조상의 허물을 오늘의

영광과 수입으로 돌린 스웨덴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우리는 ‘바사호’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왜, 어떻게 바사호를

만들었는지부터 출항과 동시에 바사호가 왜 침몰했는지, 그 책임은 누가 졌는지, 어떻게

333년 만에 바사호를 건져낼 수 있었는지... 박물관은 온통 바사호에 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너무 거대해서 사진 한 장으로는 담을 수 없는 바사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배를 바라본다.

어둑어둑한 실내분위기가 전시실의 분위기를 고조시켜준다. 박물관은 참 다양하게 구성되어있다.

바사호를 중심으로 전시공간은 5층으로 나누어져있다. 지하2층부터 지상2층까지 오르내리면서

바사호를 바라볼 수 있고, 각층에는 바사호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전시공간도 마련되어있다.

바사호스토리를 총 정리해주는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도 있다.


 

 

 

 

 

 

 

 

 

 

 

우리는 다리가 아프도록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바사호를 바라보았다. 배를 침몰시킨 원인중의 하나였다는

조각장식은 참 정교하고 화려하지만 다소 무거워 보인다. 너무 예술에 치중하느라 현실직시를 못 했나보다.

바사박물관은 디스플레이의 개념이 뛰어난 박물관이다. 333년 만에 바다에서 건져낸 배 한척을 갖고

이렇게 멋진 박물관을 조성할 수 있는 스웨덴사람들의 저력이 놀라울 뿐이다.

 

 

 

 


 

 

 

 

 

 

 


박물관에는 또 바사호에서 발견된 사람들의 유골도 전시되어있다. 유골을 갖고 컴퓨터그래픽으로

생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공간도 보인다. 세상에...333년 동안 바다 깊은 곳에 갇혀있었는데

지금은 박물관 전시품이 되어 있다니... 참 기구한 운명이다.



 

 

 

 

 

 

 

 

 

 


바사호스토리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벌써 5시 10분전이다. 네 시간 가까이 박물관을

누비고 다닌 셈인데 전혀 지루한 줄도 몰랐다. 곧 박물관 문을 닫을 시간이라는 방송도 나온다.

바사박물관을 나선 우리는 스칸센 야외박물관을 향해 걸음을 재촉한다.


 

 

 

 

 

 

 

 

 

 

 

 

 

 

1891년에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세계 최초의 야외박물관이란다. 스웨덴 전국방방곡곡에서 통째로

운반해온 150여 채의 건물을 옛 모습 그대로 재현해 놓은 스웨덴판 민속촌이다.

옛날 스웨덴의 정원과 농가를 그대로 복원해 놓았고, 야생동물원과 수족관도 구경할 수 있다.

 

 

 

 

 

 

 

 

 

 


5시간 넘어서 도착한 야외박물관은 입장료가 반값이다. 오후 5시까지는 100kr를 받지만 5시가 넘으면

50% 할인된 가격 50kr를 받는단다. 와! 입장료할인을 받고, 한적하게 야외박물관을 즐길 수 있다니 잘 됐다.

우리는 들뜬 마음으로 박물관산책을 시작한다. 오락가락하던 비도 그쳤고 저녁햇살도 막강하다.


 

 

 

 

 

 

 

 

 

 

스웨덴의 건축문화와 생활상을 느끼며 박물관을 돌아보는데. 민속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인사를 하며 지나간다. 가방을 든 폼들을 보니 퇴근길인 것 같다. 갑자기 아쉬워진다.

입장료 할인을 받은 건 좋지만 더 많은 볼거리를 놓친 느낌이다.


 

 

 

 

 

 

 

 

 

 

 

매표소에서 나눠준 지도를 들고 우리는 박물관탐방을 시작한다. 스웨덴 전통가옥들을 지나 농가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한다. 농가에는 가축들도 보이고, 규모가 제법 큰 농가주택들도 즐비하다.

산이 많고 나무가 우거진 지역답게 집들은 목조주택들이 대부분이다.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하는데 꺼억꺼억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바다표범이 저녁햇살을

받으며 수영을 즐기고 있다. 야생동물구역으로 들어선 것 같다. 우리는 동물원구경을 온 어린아이처럼

들뜨기 시작한다. 어린시절, 창경원에서 동물들을 구경하며 환호하던 기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곰 세 마리가 나무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며 노는 모습을 보자 남편이 흥분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저런 육중한

몸으로 나무를 오르내릴 수 있는지...곰을 피한답시고 나무위로 올라가봤자 소용없을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녁식사중인 시라소니. 사진을 찍든지 말든지 우리한테 관심도 없다.>

 

 

 

 

 

 

 

 

 

 

 

 


야생동물구역을 지나자 다시 전통가옥들이 보인다. 나무로 지은 스웨덴의 옛날 교회와 탑들을 구경하는데

슬슬 다리가 아파온다. 여행의 힘은 튼튼한 다리에서 나온다는데, 다리가 부실한 나는 비실거리기 시작한다.

옛날 스웨덴의 장원을 끝으로 박물관순례를 마치기로 한다. 장원마당에 앉아 석양을 바라보며 상쾌한

스톡홀름공기를 느껴본다. 녹색도시 스톡홀름이 밝게 빛난다. 우리는 마지막 힘을 다해 일어섰다.

자! 이제 밥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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