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벤더가 피는 마을 발랑솔 (Valensol)
라벤더마을, 발랑솔(Valensol)을 찾아가는 길. 솔솔 불어오는 바람결에
은은한 라벤더향기가 느껴진다. 반가운 얼굴로 저 멀리, 프로방스 들판을
바라본다. 살랑 이는 바람을 따라 거대한 보라색 꽃물결이 일고 있다.
프로방스에서 라벤더를 만나는 일은 쉬우면서도 어렵다. 라벤더 꽃은 동네 길을 산책하다가도
쉽게 볼 수 있지만, 대지를 온통 보라색으로 물들여 놓은 것 같은 라벤더꽃밭은 쉽게 찾을 수 없다.
내가 살고 있는 엑상프로방스에서도 자동차로 1시간 이상, 오뜨 프로방스 지역으로
달려가야 이런 라벤더꽃밭을 만날 수 있다.
라벤더꽃밭을 달려 도착한 마을 발랑솔. 언덕을 따라 자리 잡은 참 소박한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분수와 빨래터가 활기차게 느껴진다.
마을길을 따라 천천히 산책을 시작한다. 집들은 거의가 낡고 오래됐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돌흙이 떨어져나간 곳도 보인다.
그래도 사람들은 참 정갈하게 마을을 간직하고 있다.
집집마다 꽃을 매달고, 파스텔톤으로 덧문을 칠하며 치장을 하느라 열심이다.
짙은 화장으로 세월이 만들어놓은 주름살을 감추려는 중년여자들처럼 서글프면서도 귀엽다.
발랑솔은 인구 2670명이 사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풍경이 빼어나게 아름답지도,
마을출신 유명인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해마다 여름이면 이 마을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왜 일까? 바로 라벤더 때문이다.
프로방스의 보물 라벤더는 발랑솔 사람들에게 최고의 관광 상품이다. 라벤더덕분에 발랑솔의 농부들은
부자가 되었고, 꽃구경을 오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마을사람들의 삶이 더 풍요로워졌단다.
라벤더 꽃이 만개하는 7월 중순(올해는 7월17일)에는 마을에서 성대한 축제가 열린다.
프로방스 전통의상을 입은 마을사람들이 퍼레이드를 벌이며 라벤더꽃다발을 나누어주는 흥겨운 축제다.
라벤더축제가 끝나면 바로 추수가 시작된다. 더 이상 보랏빛 라벤더꽃밭을 볼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러나 베어낸 라벤더 꽃은 다양한 제품으로 다시 태어난다. 말린 라벤더 꽃은 탈취제나 방향제로
또 전갈 같은 벌레를 퇴치하는 방충제로 쓰이고 라벤더를 천연 가공한 제품들은 수도 없이 많다.
라벤더 오일, 라벤더 향수, 라벤더 비누와 샴푸 같은 목욕용품들, 라벤더 스킨과 로션 같은 화장품들,
라벤더꿀, 라벤더와인, 라벤더잼, 라벤더사탕 등등... 모두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라벤더 제품들이다.
발랑솔을 지나자 또 다른 라벤더꽃밭이 이어진다. 보라색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라벤더꽃밭에 풍덩 빠져들고 싶다. 라벤더꽃길을 천천히 거닐다가 주위를 둘러본다.
코끝을 스치는 향긋한 라벤더향기에 마음이 편안해진다. 노곤하게 행복한 향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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