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까시의 겨울은 따뜻했네...
프로방스로 놀러온 유선배, 영은과 기차를 타고 지중해마을 까시로 놀러갔다.
까시는 지중해를 따라 석회암바위가 늘어선 깔랑크 마을로 유명하고,
프랑스식 매운탕(?)인 부야베스요리도 잘 알려진 휴양도시다.
이곳에 사는 동안 수없이 까시를 찾아갔지만, 기차를 타고 간 것은 처음이었다.
기차역에서 도심까지는 버스를 타야한다. 대부분 마을들은 기차역과 가까웠는데, 까시는 꽤 멀었다.
버스를 타고 도심으로 들어가는 동안 멋진 경치가 펼쳐졌다.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경치에
겨울추위를 녹일 기세로 쏟아지는 햇살이 있어서 더없이 행복한 여정이다.
버스에서 내려 구시가지로 들어가는 길.
상록수가 많아서 푸르르지만 겨울의 표정을 감출 수는 없다.
햇살이 쏟아져도 거리는 스산한 겨울냉기가 도둑고양이처럼 숨어있다.
구시가지로 들어서자 아침시장이 한창이다.
한바탕 까시주부들이 장을 보고 갔는지, 시장은 설렁설렁 파장분위기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여기저기 노엘장식들도 보였다.
그런데 거리가 너무 조용했다.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여름의 까시와 대조적인 풍경이다.
그래도 한적한 어촌마을을 찾은 것처럼 정감이 넘쳤다.
늘 하던대로 우리는 다리가 아프도록 아침시장을 둘러보고 까시 골목길을 걸어다녔다.
마음 같아서는 바닷가 절벽에 있는 깔랑크도 가고 싶지만...그곳은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먼 거리다.
대신, 요트들이 즐비한 항구로 나왔다. 바다를 끼고 늘어선 카페와 레스토랑에는 제법 손님들이 북적거렸다.
겨울철 별미, 성게를 파는 장사들도 보였다. 그들이 손질해주는 성게를 사가지고
카페로 들어가서 화이트와인을 곁들여 먹으면 맛이 환상이란다. 별로 성게를 좋아하지 않지만...
기념인데 먹어볼까? 망설이며 성게손질을 하는 잘생긴(?) 프랑스청년을 바라보았다.
유선배와 영은은 성게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2:1 다수결에 밀려서 성게를 포기하고 바닷가산책을 계속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프랑스 시인 프레드릭 미스트랄은 유난히 까시를 사랑했단다.
무엇이 그를 사로잡았는지 한 마디로 설명 할 수 없다.
투명한 바다와 어우러진 원색의 중세마을인지, 마르세유까지 이어진 새하얀 깔랑크 물결인지...
우리는 바닷가 산책을 즐기며 특별한 까시의 추억을 만들었다. 유선배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밝히지 못하지만,
우리 세 여자를 한바탕 웃게 만든 즐거운 추억이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바다가 잘 보이는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봄보다 더 따뜻했다. 잠시, 우리는 계절을 잊고 봄처럼 따뜻하고 여름보다 시원한 수다에 젖어들었다.
그때, 정신 차리라는 듯, 산타클로스 일행이 나타났다. 맞다. 지금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겨울이다.
크리스마스는 구시가지에 있는 공원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서 스케이트를 타는 아이들.
따뜻한 지중해 햇살을 받으며 타는 스케이트는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부러운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다시 바닷가로 산책을 나갔다.
<까시의 깔랑크는 배를 타고 즐길 수도 있다. 깔랑크를 3개, 5개, 7개 보는 것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지중해를 가르며 바라보는 깔랑크의 매력에 빠져보는 것도 좋다.>
<까시의 자랑, 깔랑크. 이렇게 멋진 석회암 바위군락 깔랑크들이 마르세유까지 주욱 이어진다.>
<까시의 하트형 해안. 까시에서 라시오타로 넘어가는 바닷가 절벽 길에서 바라본 경치다.>
이제, 까시를 떠나야 할 시간이다.
이별을 서러워하는 연인들처럼 우리는 눈으로 가슴으로 까시의 정취를 꼭꼭 눌러 담는다.
까시와 헤어지기 싫은 우리의 발걸음이 천근만근 무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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