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후작(Marquis de Sade)이 살았던 마을 라코스트(Lacoste)
루베홍산 마을을 찾아서 유람을 다니는 길. 산자락에 혹은 산꼭대기에
오롯이 자리한 마을에 들어설 때마다 똑같은 의문이 피어오른다.
‘도대체 프로방스 땅에는 얼마나 많은 돌들이 존재하는 걸까?
돌이 얼마나 많기에 돌로 집을 짓고, 길을 만들었을까? ’
‘새디즘’으로 잘 알려진 사드후작이 다스렸던 마을, 라코스트도 온통 돌 천지다.
다른 마을과 차이가 있다면 돌의 빛깔이 유난히 희고 빛난다는 것이다.
밋밋한 돌들이 살짝 지겨워졌을까? 마을로 들어서는데 늘씬한 미녀들이 바쁜 손길로
돌담을 단장하고 있다. 작업을 하는 폼이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 미술학도거나 전문 화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다가온다.
사드후작이 살았던 라코스트 성은 폐허가 된지 오래다. 성을 다시 짓는 일이 불가능해 보인다.
허물어진 성에서 묘한 매력이 느껴진다. 사드후작의 기괴한 흉상을 바라볼 때는 가슴 시린
서글픔이 차오른다. 그러나 라코스트 성은 슬픔의 공간이 아니다.
한 여름 밤, 이곳에서는 대형음악회가 열리고 북적이는 사람들로 축제가 계속된다.
성을 나와 마을로 내려가는 길. 라코스트에서 나온 흰 돌을 깔아놓은 언덕길이 정갈하게 이어진다.
돌집과 돌담 그리고 돌길.... 마을 전체가 돌로 지어놓은 샤또 같다. 세월의 더께가 쌓였어도
반들반들 윤이 나는 골목길을 따라 걷는다. 너무 고요해서 내 발소리만 들린다.
마을인구가 4백 명밖에 안 된다더니...카페에서 노닥거리는 마을사람들도 안 보인다.
마을 곳곳을 돌아다닌다. 작은 마을에 유난히 갤러리가 많다. 라코스트 성으로
올라가던 길에 보았던 늘씬한 미녀아티스트들과 갤러리가 자연스럽게 오버랩 된다.
마을을 나서는 길. 갑자기 돌로 지은 마을 라코스트의 운명이 궁금해진다.
돌로 건축된 로마문명처럼 건재할 것인가, 아니면 사드후작의 성처럼 폐허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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