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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스위스

스위스로 떠난 행복여행3-라우터브루넨, 뮈렌, 인터라켄

 

스위스로 떠난 행복여행3-라우터브루넨, 뮈렌, 인터라켄 /2009년 8월 16일

더 멋진 곳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는 희망이 적중했다.

베른을 떠나자마자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졌고, 협곡 안에 들어 앉은 마을 라우터브루넨에

도착하는 순간, 나는 또 다른 스위스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라우터브루넨은 ‘울려 퍼지는 샘’이라는 뜻으로 해발 797m의 U자형 협곡 중앙에 위치한 마을이다.

이름처럼 골짜기마다 폭포가 흘러내리는 절경을 연출하고 있다.

숙소를 인터라켄으로 정할까, 아니면 라우터브루넨으로 할까 갈등했었는데...

이곳으로 숙소를 잡은 건 정말정말 잘 한 일이다. 

 

 

 

 

                                 <라우터브루넨의 상징, 슈타우프바흐 폭포>

 

 

 

 

 

스위스 산악마을은 한 여름에도 서늘한 날씨를 자랑한단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예외인가보다. 라우터브루넨의 한낮은 다소 덥다.

우리는 천천히 마을을 산책하다가 뮈렌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라우터브루넨에서 뮈렌으로 가려면 케이블카와 산악열차를 갈아타야한다.

왕복요금은 1인당 대강 12.8유로. 융프라우요흐로 올라가는 요금보다 무지무지 싸다.

아들은 갑자기 거금을 들여서 융플라우요흐로 올라갔던 아픈 추억이 생각나는지 씁쓸해한다.

유럽여행길에 스위스 인터라켄에서 하룻밤을 자고, 여정에 쫓기듯 융플라우요흐에 올랐는데...

세상에... 날이 흐려서 아무것도 안 보였단다. 기차를 탈 때만해도 날씨가 멀쩡했는데,

산에 오르니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가 가득했고, 날씨는 덜덜 떨릴 정도로 추웠단다.

그날은 마침 우리 아들의 생일날이었다. 정말 우울한 생일날이었단다.

그런데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니 아주 좋다. 뮈렌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는 약간 추운 듯 싶더니

막상 뮈렌에 도착하니 따뜻한 햇살이 가득하다.  


 

 

 

 

 

뮈렌은 라우터브루넨의 U자형 계곡이 잘 보이는 마을이다.

해발 1,639m에 위치했고, 전기자동차와 마차만 다니는 청정지역이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베르너 오버란트의 3대봉우리를 모두 볼 수 있다.

 

 

 

 

 

 

뮈렌역을 나오자마자 깨끗하고 달콤한 공기가 온 몸으로 느껴진다.

빙하를 품고 있는 웅장한 알프스 산들이 눈앞에 아찔하게 펼쳐진다.

햇살이 참 따뜻하다. 한적한 곳에 몸을 누이고 파란하늘과 초록색, 빙하색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산들을 바라본다. 갑자기 온 몸이 노곤해지며 소로록 잠이 쏟아진다.

 

 

 

 

 

 

 

얼마를 잤는지 눈을 뜨니 주위에 아무도 없다. 헉! 이럴 수가~

내가 잠깐 잠든 사이에 가족들이 나를 버렸나(?)보다... 혹시 영영 이산가족이 될까

겁나서 멀리 가지도 못하고 주변을 왔다 갔다 하며 가족들을 찾아본다. 흑! 없다.  

 

 

 

 

 

  <뮈렌에서는 베르너 오버란트의 3대봉우리인 융프라우, 묀히, 아이거를 모두 볼 수 있다>

 

 

 

 

 

 

그렇게 얼마를 기다렸을까... 잠시 나를 버린 가족들이 히히하하 웃으며 돌아오고 있다.    

엄마는 내가 하도 달게 자는 것 같아서 차마 못 깨우셨단다. 에고~생전 안 자던 낮잠은 왜 잤는지...

아마도 알프스의 넉넉한 품이 너무 포근했었나보다. 뮈렌을 구석구석 돌아보지 못했지만 할 수 없다.

그냥 이렇게 뮈렌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우리 방에서 바라 본 풍경. 알프스로 오르는 기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간다.>

 

 

 

 

다시 라우터브루넨으로 돌아온 우리는 각자 취향에 따라 움직이기로 한다.

남편과 아들은 슈타우프바흐 폭포를 구경하러 갔고(거기서 아들은 고등학교 동창을 우연히 만났단다),

엄마와 나는 숙소 발코니에 앉아서 진하게 커피를 마시며 수다타임을 갖기로 한다.

모녀의 수다는 끝이 없다. 물론 수다의 80%는 내 몫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랬었다.

왜 그렇게 할 이야기가 많았는지, 학교에서 돌아오는 순간부터 엄마~를 부르며 뛰어 들어와서

그날 있었던 이야기보따리를 시시콜콜 풀어놓곤 했었다. 5남매의 맏이인 나는 엄마를 차지하는 일이

쉽지 않았었다. 우리 형제들은 모두 경쟁하듯 엄마를 찾아서 각자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엄마는 오롯이 내 차지다. 히히히 

 

 

 

 

 

 

 

이른 저녁을 먹은 우리는 인터라켄 구경을 나섰다. 아들은 인터라켄이 두 번째다.

괜히 어깨가 으쓱해진 아들이 관광가이드처럼 우리를 안내한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남편과 나의 눈이 그윽해진다. 

  


 

 

 

 


인터라켄을 산책하면서도 엄마와 나의 수다는 계속된다.

아들은 내가 ‘엄마, 엄마’ 하고 부르는 소리가 이상하단다.

엄마가 ‘엄마’를 부르는 소리가 낯설게 느껴지나 보다.

하긴, 내 나이가 되면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라고 해야 하는데...

철없는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그냥 ‘엄마’가 좋다.       



 

 

 

 

 

원래 인터라켄은 2~3일은 묵어야 이 작은 마을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단다.

유람선을 타거나 시내를 돌아보고, 알프스등정과 하이킹 그리고 레포츠까지 즐기면 인터라켄을

진정으로 다녀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럼 우리는 뭐야? 뭐긴...

그냥 우리 식대로 인터라켄을 다녀가는 거지.

 

 

 

 

 

 

 

우리는 서역과 동역을 이어주는 1.5km 길이의 회에베크 거리를 산책하는 것으로

인터라켄 구경을 대신한다. 거리에는 동양인 여행자들이 참 많다.

곳곳에서 한국말도 들려온다. 이곳이 얼마나 한국인에게 인기가 좋은 곳인지 실감난다. 

 

 

 

 

 


인터라켄을 산책하다가 아들이 저녁을 먹었었다는 식당 앞에서 기념촬영을 한다.

이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식당 앞에 걸린 메뉴에는 한국어도 있다. 

 

     

 

 

 

 

인터라켄을 산책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으아~ 해 떨어지기 전에 그린델발트도 구경하려고 했는데...

인터라켄에서 너무 오래 머물렀었나보다. 우리는 부지런히 차를 몰아 그린델발트로 향한다.

 

 

 

 

 

 

그러나 한 발 늦었다. 아무리 한 여름이라지만 산마을의 해는 더 일찍 떨어지는 법이다.

마을 어귀까지 빙하가 흐른다는 빙하마을 그린델발트는 이미 어둠 속에 갇혀있다.

에고~ 아쉽다. 아이거북벽의 웅장한 모습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인다.

엄마와 아들은 가로등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그린델발트의 멋진 모습에 감탄한다.

너무 짧은 만남이어서 더 아쉬웠던 그린델발트. 

우리는 마음의 눈으로 그린델발트를 바라보다가, 발길을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