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로 떠난 행복여행1 /2009년 8월 15일
드디어 오매불망 기다리고 기다리던 스위스여행을 떠난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친정엄마와 남편 그리고 아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이번 여행을 위해 우리부부는 몇 달 전부터 스케줄을 짜느라 밤마다 행복한 고민에 빠졌었다.
스위스로 떠나는 노정부터 스위스에서의 동선 그리고 잠을 잘 호텔선정과 여행지에서 할 일들을
계획하고 상상하면서... 우리는 얼마나 이번 여행을 기다렸는지 모른다.
<시스테홍의 여름. 아주 잠깐 들리기엔 너무 섭섭할 정도로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다>
스위스여행 디데이는 8월15일 광복절.
아침 일찍, 우리는 마음에 속에 태극기를 내걸고 엑스 우리 집을 출발했다.
엑스에서 스위스로 가는 길은 다양하다.
우리는 그중에 시스테홍과 그흐노블을 거쳐서 쥬네브로 향하는 길을 택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스위스 땅을 밟았을 때 갔던 여정을 그대로 답사하는 셈이다.
<시스테홍에서 그흐노블로 넘어가는 국도에서 만난 마을. 사실, 우리는 엄마와 아들한테
시스테홍과 그흐노블을 아주 잠깐이라도 보여주고 싶은 욕심에 이 길을 택했는데,
도시보다 오가는 길이 더 환상적이었다.>
<그흐노블의 물방울 모양 케이블카.>
쥬네브로 가는 길. 차안은 우리들의 수다와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실없는 이야기에도 우하하 웃음이 터져나온다.
친정엄마를 모시고 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다니 꿈만 같다.
나는 행복의 절정에 선 사람처럼 들뜨기 시작한다.
이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집을 떠난지 6시간만에 우리는 드디어 쥬네브에 도착했다.
한 여름, 스위스의 날씨는 장난이 아니다 싶을 정도로 덥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숨이 턱 막혀온다.
어렵게 주차를 하고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레만호의 대분수로 달려간다.
물줄기가 지상 140m까지 뿜어올라간다는 대분수를 바라보며 잠시 더위를 잊어본다.
더위때문에 레만호 근처의 공원을 산책하는 일이 쉽지 않다.
그래도 추위에 벌벌 떠는 여행보다 땀을 뻘뻘 흘리는 여행이 백 배는 낫다고
생각하면서 쌩 삐에르 성당을 찾아간다.
12세기에 건축이 시작됐다는 쌩 삐에르 성당은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느낌이다.
2007년, 만추의 촉촉한 분위기 속에서 이 성당을 처음 찾았을 때와 전혀 느낌이 다르다.
초행길인 엄마와 아들에게 마구마구 잘난척을 하면서 가이드노릇을 하고 싶은데...
에잉~ 이곳이 칼뱅이 설교를 한 이후 신교의 교회가 되었다는 것 밖에 모르겠다.
텅빈 성당 안은 조용하고 차분하다. 우리는 사뿐사뿐 조용한 발걸음으로 성당 안을 둘러본다.
이곳도 규모가 제법 크다. 그러나 우리가 유럽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다른 성당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선가 가끔은 성당구경이 살짝 지겹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성당을 나와 국제연합 유엔본부로 간다.
토요일 오후, 국제연합 유렵본부 앞이 시끌시끌하다.
국제연합 정문 앞에서 열심히 구호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란 내의 폭력사태와 그 부당성을 알리는 사람들 같다.(나의 추측이지만)
무심한 국제연합 유럽본부는 응답이 없고, 주변에는 우리같은 관광객들만 보인다.
대체 저 사람들은 언제부터, 얼마동안 저렇게 땡볕에서 땀을 흘리며 항의시위를 하고 있었을까?
왠지, 히히하하 웃으며 여행을 즐기던 우리가 미안해진다.
쥬네브를 떠나 로잔으로 가는 길. 구릉지대의 푸른 포도밭이 아름답다.
포도밭 사이로 보이는 스위스의 예쁜 집들과 파란 하늘의 뭉게구름이 한폭의 그림같다.
달리는 차안에서 찍은 사진은 늘 실패작이 된다는걸 알면서도 경치에 취한 나는 자꾸만 셔터를 눌러댄다.
로잔은 스위스에서 다섯번째로 큰 도시다.
우리에겐 올림픽 위원회 본부 IOC가 있는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우리는 성당구경은 지겹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제일 먼저 구시가지에 있는 노트르담 사원을 찾아간다.
우리는 사원 근처에 주차를 하고, 스위스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고딕양식 건물인 사원을 둘러본다.
그리고 로잔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사원 앞 광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광장 옆으로 잘 만들어진 돌계단이 보인다. 시내에서 이곳 사원까지 이어진 길이다.
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돌계단을 오르는 여행자를 보며 배낭여행의 추억을 떠올린다.
뜨거운 태양아래서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한 달간 유럽을 헤매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아빠엄마 덕분에 편안하게 자동차여행을 즐기고 있으니...
자신이 늙은 건지 신분상승이 된 건지 헷갈린단다.
사원에서 바라보는 로잔시내 전경은 여전히 환상적이다.
꽃을 좋아하는 친정엄마는 꽃으로 장식한 건물과 광장에 환호한다.
꽃밭에 파묻혀서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으시다.
소녀적인 감성과 호기심이 철철 넘치는 우리 엄마. 누가봐도 칠십살 난 할머니 같지 않다.
스위스는 물가가 비싼 나라다. 호텔비도 엄청나다. 4명이 하룻밤을 자려면 최소한 2백유로는 내야한다.
고민 끝에 우리는 호텔대신 호스텔이나 캠핑장을 숙소로 정했다.
마침 스위스는 이런 숙박시설이 잘 되어있다.
우리끼리 여행할때는 호텔만 다녔기에 엄청 양심의 가책을 받고 있었는데...
엄마랑 아들이 레만호숫가에 있는 캠핑장 방갈로가 마음에 든다며 좋아한다. 휴! 다행이다.
숙소에 짐을 푼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우시 지구로 산책을 나섰다.
우리는 레만호를 따라서 한가롭게 산책을 즐긴다.
가끔 뱃고동을 울리며 커다란 배가 지나간다. 이곳이 호수인지 바다인지 헷갈린다.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였던 우리 몸이 노곤해진다.
특히 칠순 노인(?)인 엄마가 힘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런데 씩씩한 우리 엄마는 멋진 경치에 정신이 팔려서 힘든 줄도 모르신다.
우리는 오래도록 앉아서 레만호를 바라본다.
호수의 물결이 석양에 물들며 아롱아롱 빛난다. 아직도 날씨는 쨍쨍하니 덥다.
갑자기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날 밤, 우리는 시원한 맥주와 함께 여행 첫 날의 피로를 풀었다.
술을 못마시는 엄마도 저알콜 맥주로 기분을 내신다.
점점 아빠를 닮아가는 아들도 오늘 여행이 만족스럽다며 좋아한다.
그 소리에 이번 여행의 총책임자인 남편이 흐믓하게 미소를 짓는다.
나는 축배를 들며 내일 여행을 꿈꾼다.
오늘까지는 재방송이었지만 내일부터는 본격적인 스위스 여행이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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