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우리는 새벽닭족인 것 같다. 새벽닭도 울기 전에 눈을 뜬 우리 부부는 재빨리 라면을 끓여먹고 길을 나선다.
오늘 일정이 빡빡하다. 샤모니에서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들어가서 주마간산 식이지만 로잔(Lausanne)과
쥬네브(Geneve)를 돌아보고 돌아가야 한다. 아침 안개가 자욱한 샤모니를 떠나 골짜기로 골짜기로 접어든다.
산 하나를 넘으면 스위스 국경이겠지? 아! 스위스로 가는 길의 풍경도 범상치 않다.
<산을 넘으며 만난 작은 마을. 엽서사진이 따로 없다.>
막상 스위스로 가려니 환전을 안 해 놓은 것이 걸린다. 다른 건 괜찮다 치더라도 고속도로 통행료는 어쩐담?
에잇! 일단 가보자. 우리 꼬마 트윙고가 산을 하나 넘자, 드디어 스위스 국경이 나타났다.
여권까지 준비했는데 국경경비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뭐야~ 그냥 가도 되는 거야?
우리는 시시하게 국경을 지나 스위스로 들어섰다. GPS 톰톰이 알려준 대로 고속도로를 타고 로잔으로
달려가는데 아무리 봐도 요금을 받는 곳이 없다. 오잉? 스위스 고속도로는 공짠가?
(무식하면 용감하다던가? 여행에서 돌아와서야 우리는 스위스 고속도로는 1년 치 통행료를 한꺼번에 낸다는
사실을 알았다.) 모르겠다. 일단 달리고 보자.
로잔과 제네브를 가려는 건, 두 도시가 프랑스와 가깝고 레만호를 끼고 있기 때문이다.
<로잔 시내를 지나며 차안에서 한 컷!>
로잔은 스위스에서 5번째로 큰 도시.
우리에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있는 올림픽의 수도로 유명한 곳이다.
시간만 많다면 곳곳을 돌아보고 싶지만 그냥 지나쳐 가야할 도시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노트르담 사원만 얼른 보고 나왔다.
<로잔 성당에서 바라본 도시 풍경도 정말 멋지다>
Catherale Notre Dame 은 합부르크 왕가의 리돌프 황제와 교황 그레고리 10세에 의해 1275년에 지어진
스위스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고딕양식 건물이란다. 마침 일요일 오전이라 예배가 한창이어서 아쉽게도
내부를 자세하게 보지 못했다.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예배가 끝나는 시간에 다시 오라셨지만
우리에겐 그럴 시간이 없다.
<바다같이 넓은 레만호- 우리는 어릴때 보았던 드라마, '레만호에 지다'를 떠올리며 레만호를 돌았다>
로잔을 떠나 쥬네브로 향한다. 레만 호를 따라서 달리는 길은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짙어진 가을, 만추의 정취를 느끼며 더 없이 깨끗하고 아름다운 스위스의 마을을 달려서 쥬네브로 향한다.
떨어지는 낙엽들이 차도를 뒹구는 모습에 탄성을 지르며, 바다처럼 넓은 레만 호의 풍경에 감탄하며
쥬네브에 도착했다.
<유엔본부 맞은 편에 세워진 이 조형물의 의미는 무얼까? 짐작은 가지만...>
스위스 프랑스어권 지역의 중심인 쥬네브. 제일 먼저, 국제연합 유럽본부에 들렸다.
1930년에 세워진 국제연합 유럽본부는 1년에 7천 건 이상의 국제회의가 열리는 UN의 심장부다.
입장료를 낼 스위스 돈도 없고, 일요일이라 그런가 입장도 안 되는 것 같아서 주변을 돌면서
사진만 쾅쾅 박아댄다. 그려! 남는 건 사진 뿐이여.
국제적십자, 적신월박물관도 사진만 찍고 통과! 유니세프본부도 사진으로 통과!
마지막으로 생 삐에르 성당을 찾았다. 주차비를 낼 스위스 돈이 없기에 불법주차를 강행(?)하고 겁도 없이
성당을 찾아 나선다. 12세기에 건축이 시작돼 한 세기가 흐른 뒤에야 완성됐다는 Cathedrale St, Pierre는
규모가 엄청나다. 사진 한 장에 담아지지가 않는다.
이 곳은 칼뱅이 1536년부터 64년 타계할 때까지 설교한 이루 신교의 교회가 됐다고 한다.
최근 성당 지하에서 발굴된 로마 유적을 부속 고고학전시실에 전시하고 있다는데...
아깝다 볼 시간이 없다. 또 사진만 찍고 눈물을 머금고 돌아선다.
쥬네브 시내에서 ‘스타벅스’ 매장을 두 곳이나 보았다. 눈이 번쩍 뜨이는 것과 동시에 스위스 돈으로 환전을
안 해 놓은 것이 뼈저리게 후회된다. 엑스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없다. 그런데 나는 아직 프랑스식
진한 에스프레소커피에 익숙치가 않다. 그래서 난 가끔 스타벅스 커피가 그립고 고팠었었다.
그러고 보니, 배도 슬슬 고파진다. 어쩌지? 남편은 카드로 계산을 하자면서 밥을 먹자고 했지만
몇 분만 가면 바로 프랑스 땅인데...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차를 돌려서 프랑스국경을 넘는다.
에고~ 역시나 국경에는 아무도 없다. 그냥, 쌩~하니 자동차로 국경을 통과하려니 참 썰렁하다.
<엄청난 규모의 Cathedrale St, Pierre. 사진 한 장에 담는 건 무리다.>
이제, 우리의 여행이 끝나가고 있다.
낭만은 없지만 빠르고 안전한 고속도로를 무사히 달려서 집으로 가면 된다.
거리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정도! 이제부터는 GPS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자동차 기름값보다 비싼
고속도로 통행료만 잘 내면 집에 갈 수 있다. 여행은 집으로 무사히 돌아가기 위한 여정이라고 했던가.
프랑스에 와서 처음 맞은 연휴, 가을을 듬뿍 느끼며 떠났던 여행의 추억을 조용히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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