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로 떠난 행복여행5-취리히/ 2009년 8월17일
처음 여행계획을 세울 때 취리히를 갈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이 많았었다.
당연히 스위스 제 1의 도시 취리히를 들려봐야겠지만, 멀리 떨어진 취리히까지 다녀오려면
일정이 빠듯해져서 헉헉거리게 될 것 같았다. 대충 자동차로 주마간산식의 여행만 하게 될 것 같은데...
과연 취리히를 가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이 많았었다.
여행계획을 짜면서 취리히를 넣었다가 뺏다가 변덕을 잔뜩 부리던 우리는 결국 취리히를
후다닥 다녀오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그리고 정말 우리는 취리히를 후다닥 다녀왔다.
알프스를 넘자, 공기가 달라진 느낌이다. 취리히에 도착하자 기온도 달라졌다.
한 낮, 취리히의 기온은 33도를 넘어섰다. 헥헥 덥다. 취리히에 있는 연방공과대학
근처에 주차를 하고 우리는 타박타박 도시를 산책하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대성당. 12세기부터 1백년에 걸쳐 지어진 스위스 최대의
로마네스크양식 성당으로 프랑크 제국의 가장 위대한 왕 샤를마뉴가 지었단다.
성당구경을 하고 나오니 라마트강과 어우러진 취리히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강 너머로는 성모성당과 유럽에서 가장 큰 시계가 달려있다는 성 페테 성당도 보인다.
더운 날씨 탓인지, 취리히 산책은 쉽지 않다. 몇 걸음만 걸어도 땀이 흐르고 목이 마르고 지친다.
뜨거운 햇살이 부담스럽다. 그래도 멀리 취리히까지 왔는데 이깟 날씨에 질 수는 없지!
나는 용기를 내서 다시 취리히구경을 나선다.
취리히는 2천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다. 상공업과 금융의 중심지로, 취리히가 스위스의
수도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만큼 유명한 곳이고, 꼭 한번쯤 와보고 싶었던 도시인데...
너무 기대가 커서 그랬나...도시를 산책하면서 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휘리릭 빠르게 취리히산책을 한 탓일 수도 있다.
그래도 취리히는 스위스 제1의 도시다. 작은 골목길 하나하나도 깨끗하고 아기자기하고 아름답다.
바그너와 페스탈로찌 등 예술가와 학자를 배출한 도시답게 지적인 느낌도 든다.
터덜터덜 우리의 산책은 성 페테 성당까지 계속된다. 이 성당의 뽀족한 첨탑은 13세기에 지어졌단다.
첨탑에는 지름 8.7미터에 시침 3미터, 분침 4미터짜리 거대한 시계가 달려있다.
유럽에서 제일 큰 시계탑이란다. 지금 시간은 3시 10분. 우리는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지 못할 시간,
그러나 우리에겐 가장 소중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성당근처를 서성인다.
성당 안에서 잠시 더위를 식힌 우리는 다시 취리히 시내를 돌아다닌다.
오후의 햇살은 여전히 뜨겁다. 시원한 강물에 첨벙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이 강물은 깨끗할까? 그때였다. 어디선가 풍덩~ 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돌려보니 청소년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씩씩하게 강물로 뛰어들고 있다.
우와~ 시원하겠다. 부러워라...우리는 질투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
뭘하는 아이들인지, 취리히 지역주민인지 아니면 우리같은 여행자인지 모르겠지만...
재미나게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느낌이다.
이제 취리히를 떠날 시간이다. 산책이 길어져서 주차한 곳까지 돌아가려면 한참을 걸어야 한다.
으윽~ 이 더운 날씨에... 다시 주차장까지 걸어갈 생각에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이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남편이 그냥 취리히 호숫가에서 기다리고 있으란다.
남편과 아들이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우리 모녀는 잠시 호숫가에서 여유를 부린다.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고 기념품 가게를 서성이다가 멋진 사진엽서를 산다.
엄마는 여행지마다 기념엽서를 사신다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많이 못 사셨다.
아마도 바쁜 우리 여행일정 탓이리라.
잠시 후 나의 멋진 보디가드겸 가이드, 두 남자가 탄 자동차가 다가온다.
"어이~ 타셔!!"
우리는 이렇게 야타를 당하며 취리히를 떠난다.
덥다고, 생각보다 도시가 어수선하다고 툴툴거렸지만 그림엽서처럼 아름다웠던 도시 취리히.
우리는 이렇게 후다닥 취리히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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