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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오스트리아

사운드오브 뮤직 그리고 잘츠부르크

 


사운드 오브 뮤직 그리고 잘츠부르크

빈에서 잘츠부르크까지 자동차로 3시간. 시간여유가 없는 우리는 차 안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로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며 잘츠부르크로 달려간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경치가 환상이다. 잘츠부르크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4시.

우리는 호텔에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출격준비를 서두른다.


 

 

 

 

 


잘츠부르크는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해진 도시다.

벌써, 30년도 더 된 어느 일요일... 범생이 여고생이었던 나는 종로에서 새벽 반 수업을

마치고 혼자 쭐래쭐래 허리우드 극장을 찾았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가슴을 뛰게 했다.

영화는 끝났지만 영화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나는 그 길로 레코드가게로 달려가서

‘사운드 오브 뮤직’ 판을 사들었고, 수도 없이 음악을 들으며 영화 속 장면들을,

영화 속의 아름다운 풍광들을 떠올렸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우주여행만큼 어려웠던 그 시절,

나는 직접 영화 속 풍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감히 하지 못했었다.


 

 

 

 

 

 


여행을 앞두고 남편과 다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았다.

옛날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감동적인 명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영화 내용보다 영화 속 풍경들이 더 눈에 들어온다.

아! 내가 추억의 명화 속으로 들어가게 되다니... 정말 꿈만 같다.

잘츠부르크 시내를 걸으며 영화 속 장면들을 떠올리던 우리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으로 발길을 옮긴다.


 

 

 


 

구시가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이 성은 1077년 게브하르트 대주교가

남독일 제후의 공격에 대비해서 짓기 시작했고, 17세기에 완성이 되었단다.

성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니, 잠깐 사이에 성에 다다른다.



 

 

                              (케이블 카 안에서 바라 본 잘츠부르크 시가지) 

 

 

              (성 입구에서 바라 본 잘츠부르크 시가지. 잘츠강과 어우러진 풍경이 환상이다.)

 

 


 

성은 멀리서 바라보던 것보다 규모가 크다. 중부유럽의 파괴되지 않은 성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요새를 목적으로 지어서 그런가,

겉에서 볼 때는 단조로워 보였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구조가 복잡해 보인다.

 

 

 

 

 

 

 

 

 

성안을 둘러보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성안에 전시된 무기며 공예품들의 역사적 가치를 판단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다. 중간중간 성 밖으로 보이는 경치에 환호를 보내며

우리는 다리가 아프도록 성 안을 돌아다녔다.

 

 

 

 

                 (가이드 투어 중.. 나는 프랑스어, 남편은 영어로 설명을 듣는다. ㅎㅎ)

  

 

                      (성의 제일 높은 곳에서 바라 본 잘츠부르크 시내.)

 

 

 

성 관람의 마지막 코스인 가이드투어를 할 때는 다리가 뻣뻣해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좋다. 우리는 성의 역사를 듣고, 무시무시한 고문시설을 둘러보고, 성의 망루에

올라 가슴이 확 트이도록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면서 마음껏 성을 즐기고 다녔다. 

 

 

 

 

 

 

 

생각보다 성 관람 시간이 길어졌다. 모차르트 동상이 있는 광장에서

커피 한 잔 하려던 여유도 접어버린다. 우리는 왜 이렇게 맨 날 허둥거리며

점찍듯이 여행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면서도 늘 똑같은 여행스타일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디를 가든 꼭 발 도장을 찍고, 보고 싶은 건 봐야하니 정말 못 말린다.


 

 

 

 

 

모차르트 생가는 문이 닫혔다. 그러고 보니 벌써 7시가 넘었다.

 

 

 

 

 

 

우리는 잘츠부르크의 대표적인 번화가, 게트라이드 거리를 걷는다.

이 거리가 특히 유명한 건 가게의 특징을 살린 아름다운 간판 덕분이다.

현란하고 정신 사나운 우리네 간판과 여러모로 비교된다.

간판 하나에도 그 나라의 문화와 국민성이 담겨있는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

미라벨 정원으로 가는 길은 한적하다.  


 

 

 

 

17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미라벨 정원은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다.

정원 안에 있는 미라벨 궁전은 1606년 디트리히 대주교가 연인 살로메를 위해 세운 것이란다.

 

 

 

 


영화 속의 마리아는 아이들과 함께 이 정원에서 ‘도레미 송’을 불렀다.

특히, 노래의 마지막 부분인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나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도레미 송을 부르며

재연배우가 된다. 적극적으로 영화를 추억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미라벨 정원에서 바라 본 호엔 잘츠부르크 성의 풍경도 아름답다.

꽃향기가 만발한 정원을 산책하는 일이 더 없이 즐겁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저절로 까불이가 된다.


 

 

 

 


다음 날...(6월 24일)

어제, 밤늦도록 잘츠부르크를 돌아다니면서 깜박하고 못 간 곳이 있었다.

영화 속 마리아가 천방지축 수녀생활을 했던 논베르그 베네딕트수도원이다.

호엔짤츠부르크성을 케이블카로 오르고 내린 까닭에 수도원 생각을 못했었다.

이대로 인스부르크로 출발할 수는 없다. 우리는 아침 일찍 수도원을 찾아 나선다.

 

 

 

 

 

 

 

수도원 내부는 자세히 볼 수 없었다. 그래도 자그마한 성당은 이른 아침인데도 열려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수도원을 둘러보고, 주위를 왔다 갔다 하면서 영화 속 장면을 다시 추억해 본다.

시간이 흘렀지만 생각만큼 풍경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966년에 만들어 진 영화 속의 풍경을 2010년에 다시 만날 수 있다니...

대한민국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곳 유럽에서는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인 것 같다.

 

 

 

 

 

잘츠부르크는 매년 7,8월에 국제적인 음악축제가 열리는 도시다.

축제기간 중에 이곳을 여행했다면 더 많은 추억을 가져갔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몰려온다. 그러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우리는 잘츠부르크가 더 이상 영화 속의 도시가 아닌...

우리들의 추억이 담긴 도시가 되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인스부르크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