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발견-인스부르크2
산을 내려온 시간은 오후 3시 반. 이럴 줄 알았다. 박물관 폐관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우리는 허둥거리며 티롤민속박물관으로 달려간다.
이곳은 남편이 인스부르크에서 꼭 들려보고 싶은 곳이란다.
민속박물관 구경은 먼저 왕궁교회부터 시작된다.
이곳은 1809년 혁명 전까지 티롤의 국립교회였다는데,
교회 안에는 르네상스 조각으로 꾸민 막시밀리안의 무덤이 있다.
시간에 쫓기느라 대충대충 교회를 둘러보려던 우리는
무덤을 둘러 싼 ‘검은 무리들’의 위용에 잠시 주춤해진다. 허걱~
우리에게 티롤지방은 예쁜 이름만큼이나 낭만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나 험준한 알프스 산골의 삶이 얼마나 거칠고 힘들었을지는 짐작이 간다.
민속박물관에는 티롤지방의 모든 것이 담겨있었다.
민속박물관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다. 전시실 곳곳에는 티롤사람들의 삶이 전격공개 되어있다.
산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한 티롤사람들, 그들의 삶은 거칠지만 소박했고
그래서 내게는 낭만처럼 다가온다.
민속박물관을 나와 부지런히 왕궁으로 발길을 돌린다.
아직 6시 전이니까 입장은 되겠지.. 싶었는데, 벌써 끝났단다. 에고~
마리아 테리지아가 로코코 양식으로 개조한 왕궁을 꼭 보고 싶었는데...아쉽다.
대신 우리는 인스부르크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시계탑으로 올라간다.
142개의 계단을 헥헥거리며 올라가는데, 갑자기 웃음이 나온다.
무릎이 부실하다는 핑계로 탑을 오르는 일은 절대사절이었는데...
오늘은 내가 앞장서서 시계탑을 올라간다. 여행은 사람을 변하게도 하나보다.
시계탑에서 서니, 인스부르크 전경이 내게로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멀리 하펠레칼슈피츠가 보인다. 황금지붕이 발 아래에 놓여있다.
와하하하~ 다리 아프게 시계탑까지 올라온 보람이 있다.
시계탑 계단을 다시 내려올 때도 힘든 줄을 모르겠다. 인스부르크의 에너지 덕분인가 보다.
성 안나 기둥을 보기 위해 마리아 테레지아 광장으로 가며 생각한다.
만약, 마리아 테레지아가 오스트리아에 존재하지 않았다면...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오스트리아의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을까? 너무나 잘났지만 내 취향이 절대로 아닌
이 여걸이 갑자기 무서워진다. 마리아 테레지아 가족의 기념탑이라고 할 수 있는
개선문까지 산책을 하고 나니 다리가 슬슬 아파온다.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다. 우리는 다시 버스와 트랩을 번갈아 타고 다니며
시내구경을 한다. 다리를 쉬면서 눈으로 구경을 실컷 할 수 있으니 정말 좋은 여행법이다.
우리가 탄 트랩이 시내를 벗어나서 산마을로 들어간다. 내친 김에 종점까지 갈까...
망설이다가 트랩을 바꿔 타고 시내로 나온다. 배가 고프다.
우리는 황금지붕이 보이는 카페 레스토랑에 자리를 잡았다.
앉아만 있어도 로맨틱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시원한 오스트리아맥주와 함께 나는 샐러드요리를
남편은 슈니첼을 주문했다. 남편이 실수로 슈니첼 한 조각을 떨어트렸다. 아까워라...
마침, 지나가던 개가 이게 웬떡이냐며 슈니첼을 먹는다.
얼른, 개 주인 부부가 고맙다며 짓궂은 인사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다는 반가운 소식도 알려준다. ㅎㅎㅎ
저녁을 먹고 일어서려는데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악단이 앞장을 서고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마을사람들이 떼를 지어 행진을 한다.
곧 축제가 시작되려나 보다. 생각지도 않던 축제구경까지 하다니...
인스부르크가 점점 더 좋아진다. 이러다가 이곳에 눌러앉고 싶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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