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뻥뜨하 큰 장날
벙투(Le mont Ventoux)산 발아래 넉넉하게 자리 잡은 마을 까뻥뜨하.
이곳은 혼(Rhone)강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 미스트랄이 잠시 몸을 쉬어가는 곳이다.
여행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황토 빛 건물과 아기자기한 골목길
그리고 미식가들을 자극하는 프로방스 특선 요리로 유명한 마을이다.
엑스 우리 집을 떠나 서북쪽 방향으로 한 시간 반쯤 달렸을까...
우리는 멀리 방투 산이 보이는 마을 까뻥뜨하에 도착했다.
마을주변은 생각보다 썰렁한 모습이다.
그러나 구시가지로 접어들자 와글와글한 시골장터가 눈앞에 펼쳐진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찾아간 곳에서 만난 큰 시장은 우리를 들뜨게 한다.
마을 전체가 북적북적 축제분위기다. 이 마을에서는 매주 금요일마다 이렇게
시장이 열린다는데, 규모가 어마어마하게 크다. 아흘(Arles)의 큰 시장만큼 대단하다.
갑자기 처음 아흘을 찾았던 날의 기억이 떠오른다. 거리를 따라 늘어선 시장규모가 어찌나 컸던지
우리에게 아흘을 로마유적과 반 고흐의 도시라기보다 큰 시장이 섰던 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시장이 들어선 마을길은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과 여행자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프로방스의 태양을 먹고 자란 싱싱한 채소와 과일을 파는 가게를 지나자
프로방스음식을 만들어 파는 가게가 보인다. 집에서 직접 담근 각양각색의
올리브들도 맛깔스럽게 보인다. 이 곳이 미식가 마을이라는 소문이 실감난다.
알록달록 화려한 프로방스 그릇을 파는 가게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다가
고서적들이 잔뜩 쌓인 가게로 간다. 프랑스어를 모를 때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혹시 괜찮은 책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뒤적거리게 된다. 물론 아직도 프랑스어로 책을 읽는 일은 엄청난 스트레스다.
그래서 아무리 책값이 싸도 쉽게 사지 못한다.
시장구경을 끝낸 우리는 구시가지 한적한 골목길로 접어든다.
자선원이 있는 이 골목길은 낡았지만 운치가 느껴진다.
그런데 시장이 크기는 굉장히 큰가보다. 골목길을 빠져나가자 또 시장이 보인다.
화려한 부띠끄가 늘어선 거리도 예외는 아니다. 오늘만큼은 시장사람들에게 상권을 내주고
뒤로 물러서있는 모습이다. 시장구경에 다시 정신이 팔린다. 그러다가 문득 고개를 드니 하늘에
강렬한 그림들이 걸려있다. 예술가의 도시다운 발상이다.
우리의 발길은 성당으로 이어진다.
이곳은 옷가게와 신발가게 그리고 알록달록 화려한 프로방스 천들을 파는 가게가 서있다.
신발을 싸게 파는 가게 앞에는 여행자들까지 몰려서 정신이 없다.
괜찮은 스카프가 있으면 하나 살까 싶어서 눈여겨보지만 마음에 드는 것이 없다.
우리는 조용히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사진 안쪽으로 보이는 출입문은 로마시대의 유적이란다)
성당을 나서자, 다시 시장 길이 시작된다. 아마도 마을을 떠날 때까지 시장을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다. 와글와글 복작복작한 시장 길을 걸으며 가만히 마을을 돌아본다.
그리고 시장과 사람들의 활기를 뺀 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 본다.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냥 우리는 까뻥뜨하를 큰 장날로...
활기찬 프로방스 마을로 기억해야겠다.
가는 방법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아비뇽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아비뇽TGV기차역(마을까지 30키로)과 중앙역(마을까지 26키로)에서
마을을 지나가는 기차를 타거나... 시외버스를 타는 방법도 있다.
아비뇽 시외버스터미널에서 까뻥뜨하까지 15분 혹은 30분 간격으로 버스가 다닌다.
첫차는 6시55분에 출발하고 15분 혹은 30분 간격으로 출발시간이 일정치 않으므로
반드시 터미널에서 시간표를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막차는 19시56분.
주말과 공휴일에는 버스운행이 줄어든다.
9:30, 11:45, 14:30, 17:00, 19:15,19시56분 등 하루 6회.
요금은 어른 2유로. 왕복으로 차표를 끊으면 할인도 된다.
까뻥뜨하 정보는...www.capentras.f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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