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 생 미셸 (Mont St-Michel)
노르망디지방의 가을이 차갑게 저물던 날, 몽 생 미셸을 찾아 나선다.
스산한 기운이 온몸을 파고든다. 갑자기 내가 떠나온 프로방스 땅의 따뜻함이 그리워진다.
북으로, 북으로 브레따뉴와 노르망디의 경계를 넘나들며 자동차를 달린다.
드디어 바다위에 떠있는 고색창연한 성, 몽 생 미셸이 보인다.
8세기 초, 아브랑슈의 사제였던 성 오베르는 꿈속에서 이 땅에 수도원을 세우라는
대천사 미카엘(생 미셸)의 계시를 받는다. 계시가 계속되자 오베르주교는 수도원을
짓기 시작했으나 바위 위에 건물을 짓는 일은 무모한 도전이었다.
결국 주교는 수도원의 완성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고 공사는 그의 사후에도 계속되었다.
16세기에 완성된 수도원은 그러나 슬픈 전설의 주인공이기도하다. 수도원을 찾는 수도사와
순례자들이 갑자기 밀려든 바닷물에 휩쓸려가 목숨을 잃기도 했고, 프랑스혁명 때는
혁명군이 수도사를 내쫒고 50년간 감옥으로 이용하기도 했단다.
우리는 섬 입구에 주차를 하고 거대한 몽 생 미셸 섬과 마주선다.
거친 바위산 위에 우뚝 선 수도원풍경이 벅찬 감동으로 밀려온다.
저절로 쿵쾅쿵쾅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우리는 크게 숨을 고른 뒤,
섬을 향해 걷기 시작한다. 차가운 바람에 코끝이 매워진다.
섬 입구부터 수도원까지는 대로(Grande rue)라는 이름이 민망할 정도로 좁은 참배로가 이어진다.
식당과 카페 그리고 선물가게들이 늘어선 이 길은 벌써부터 사람들로 북적인다.
우리는 대로(Grande rue) 대신에 수도원으로 가는 또 다른 길, 성곽을 따라 걷는 길로 접어든다.
바위산을 에워싼 성벽과 돌집들이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다. 그냥 바라보아도
황홀한 풍경이다. 노르망디 바다의 쓸쓸한 갯벌이 분위기를 더해준다.
성벽을 따라 걷기를 30분. 걷기보다 멈춰 서서 경치를 바라 본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다.
드디어 수도원입구에 도착했다. 수도원 입장료는 일인당 8.5유로.
8백 년에 걸쳐 건설된 수도원은 중세의 건축양식이 혼합돼 독특한 느낌을 준다.
수도원 내부는 로마네스트 양식과 고딕양식이 공존하고 특히 13세기에 증축된
북쪽 건물은 고딕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단다.
꼭대기 층에 있는 회랑은 정갈하고 아름답다. 이중으로 늘어선 원형기둥 사이로 보이는 정원은
막 샤워를 끝낸 아이의 얼굴처럼 말끔하다. 이 회랑을 천천히 산책하며 신심을 불태웠을
수도사들과 순례자들을 생각해 본다.
수도원에서 바라 본 바다는 황량하다. 조수간만의 차이가 심하기로 유명한 바다다.
지중해바다가 쾌활하고 따뜻한 느낌이라면 노르망디의 바다는 너무 깔끔하고 차분해서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다. 그러고 보니, 남프랑스 사람들과 북프랑스 사람들의 특성과도 조금 닮은 듯하다.
수도원을 나와 참배 길을 따라 내려간다. 돌담 사이로 부는 바람이 스산하다.
우리는 대로 양옆으로 늘어선 기념품가게를 기웃거리다가 근처 레스토랑으로 들어간다.
따뜻한 음식으로 몸을 녹여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몽 생 미셸의 특산이라는 오믈렛과 삶은 홍합요리.
거대한 오믈렛은 공갈빵처럼 잔뜩 부풀어 있다가 숟가락이 닿자마자 푹 꺼져버린다.
크림이 흐르는 오믈렛의 맛은 그작저작. 차라리 별 기대 없이 시킨 홍합요리가 더 맛있다.
배가 부르면 마음이 느긋해지고 행복해지는 법이다. 우리는 기분 좋은 얼굴로
섬 산책을 다시 시작한다. 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렇게 사람들로 가득한 길은
다소 피곤하지만 활기가 넘친다. 역시 관광지를 빛내는 건 활기찬 관광객들인 것 같다.
몽 생 미셸 가는 길
빠리에서 출발한다면,
1> 빠리 몽빠르나스 역에서 헨느(Rennes)까지 TGV를 타고 와서(약 2시간) 몽 생 미셸행 버스를 탄다.
헨느에서 뽕토흐송(pontorson)까지 기차를 타고 다시 버스를 갈아타는 방법도 있다.
뽕토흐송에서 몽 생 미셸까지는 9키미터. 급하면 택시를 탈수도 있는 거리다.
2> 빠리 몽빠르나스 역에서 돌 드 브레따뉴(Dol De Bretagne)까지 TGV를 타고 와서
(약 2시간 40분) 몽 생 미셸행 버스를 탄다.
브레따뉴 지방의 도시들, 헨느(Rennes)와 돌 드 브레따뉴(Dol De Bretagne)
그리고 뽕토흐송(pontorson)에서는 몽 생 미셸로 출발하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자세한 버스시간표와 요금정보는 www.destination-montsaintmichel.com
그밖에....
프랑스어와 영어로 운영되는 몽 생 미셸 관광안내소 www.ot-montsaintmichel.com
사이트에 접속하면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길을 떠나다 > 프랑스 구석구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례자의 길에서 만나다2-콩크(conques) (0) | 2011.06.16 |
---|---|
순례자의 길에서 만나다1-르 쀠 엉 블레이(Le Puy-en-Velay) (0) | 2011.06.15 |
르와르고성지대1 (0) | 2010.11.25 |
프랑스 서해안을 가다3/ 비아히츠, 라 휜느산 (0) | 2009.07.31 |
프랑스 서해안을 가다2/ 보르도, 알까숑, 바욘느 (0) | 2009.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