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서해안을 가다2/ 알까숑, 쌩떼밀리옹, 바욘느.
5월2일...
‘재불과기협 학술대회’는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일정이 잡혀있다.
그 사이, 가족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관광을 즐긴다. 여자들만 신나는 거다.
오전 일정은 보르도시내 관광이란다. 에고~ 어제 남편과 구석구석 돌아다녔던 길을 다시
돌아다녀야한다. 그런데 엑스가족들과 모여서 히히하하 웃으며 시내를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어느새 더 친해진 우리는 꼭 여고동창모임에서 여행을 온 것 같다며 즐거워한다.
<보르도 법과대학 건물. 이 독특한 건물을 처음봤을때 포도주박물관인 줄 알았다.>
오후 일정은 유명한 해변마을 알까숑을 방문하는 것. 보르도를 떠나 대서양을 향해 1시간쯤 달렸을까...
눈앞에 거대한 모래언덕이 나타났다. 바다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사막 같다.
알까숑은 예로부터 굴이 많이 나는 곳으로 유명하다. 여름에는 피서객으로 북적거리는 유명휴양지다.
아! 이렇게 멋진 바다와 모래언덕을 갖고 있는 프랑스가 새삼 부럽다.
희고 고운 모래는 살에 팍팍 박힌다. 우리는 150미터나 되는 계단을 걸어서 모래언덕을 올라간다.
정상에 도착하니 대서양바다가 시원하게 보인다. 그런데 바다에 발을 담그려면 1km는 걸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그냥 모래언덕에 털썩 주저앉아 수다를 떨기로 한다. 햇살이 뜨겁다.
곳곳에서 비키니차림으로 일광욕을 즐기는 여자들이 보인다. 살짝 부럽다.
이제 멋진 모래언덕을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우리는 모래언덕을 걸어서 내려가기로 한다. 사각사각 모래를 밟으며 내려가다보니
갑자기 개구쟁이처럼 뛰고 싶어진다. 에잇! 속력을 내서 달리기 시작했다. 와하하하 신난다~
내가 뛰기 시작하자 영희씨도 덩달아 뛴다. 뒤따라 오던 순애언니와 선옥씨가 재미있다고
깔깔깔 웃더니 곧이어 나를 따라서 뛰기 시작한다.
포근포근 고운 모래를 밟으며 뛰는 기분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신난다.
점잖은 싸모님(?)들이 갑자기 개구쟁이가 돼서 뛰는 모습이 우습다.
그 순간, 신나게 뛰어내려오던 순애언니와 선옥씨가 모래밭에 얼굴을 박으며 넘어진다.
푸하하하~ 넘어진 사람들도 구경꾼들도 한바탕 웃음보가 터진다.
짧은 소풍을 함께 한 우리는 더 친해진 느낌이다.
보르도를 떠나는 날 /5월 3일
공식적인 학술대회 일정이 끝났다. 그러나 그냥 헤어지기 섭섭한 회원들은 함께 쌩떼밀리옹으로 간단다.
유명한 보르도와인, 쌩떼밀리옹의 본고장을 찾아가는 것이다.
남편은 오늘 일정이 빡빡하다면서 쌩데밀리옹 행을 망설인다.
라휜느산에서 기차를 타려면 지금 바로 보르도를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쌩떼밀리옹을 안 가다니... 말도 안 된다.
남편을 설득해서 쌩떼밀리옹으로 차를 몰았다.
지평선너머까지 이어지는 푸르른 포도밭을 지나 도착한 쌩떼밀리옹.
마을에 도착하는 순간, 나보다 남편이 더 환호한다. 언덕위의 자그마한 마을, 그림 같은 중세마을의
풍경이 환상이다. 구불구불한 돌길 양쪽에는 와인저장소 꺄브와 카페가 즐비하다.
우리가 찾아갔던 꺄브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포도주시음을 하면서도 싱글벙글,
즉석에서 포도주를 사고 흐뭇해한다.
우리는 계획을 바꿔서 아름다운 쌩떼밀리옹을 더 돌아보고 점심을 먹기로 한다.
쌩떼밀리옹에서는 6월과 9월의 셋째주 일요일에 와인축제가 열린단다.
6월은 포도꽃 개화선언이고 9월은 포도열매 선언이다.
마을의 아기자기한 돌길을 걸으며 와인축제로 북적북적할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러나 이 작은 마을은 지금도 우리 같은 관광객들로 바글바글 축제분위기다.
쌩떼밀리옹을 떠나 바욘으로 가는 길은 온통 소나무 숲이다.
어제, 알까숑 모래언덕에서 바라본 소나무군락이 끝없이 펼쳐진 것 같다.
지중해 해안을 따라서 길을 달렸던 것처럼 대서양해안을 따라 바욘까지 갈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고속도로는 내륙에 있다. 지루하게 계속되는 소나무행렬을 따라 길을 달렸다.
그리고 도착한 도시 바욘느!
아두흐강과 지류인 니브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바욘느는 유서깊은 바스크지방의 중심도시다.
바욘느로 들어서는 순간 토요일 오후의 활기가 느껴진다.
생트 마히 대성당으로 향하는 길. 골목길 풍경이 독특하다.
오래된 건물은 낡은 느낌보다 고풍스럽다. 커다란 창의 덧문은 온통 붉은 색이다.
파스텔톤의 프로방스 덧문들과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사람들에게서도 프로방스사람들과 다른 낭만과 활기가 느껴진다.
생트 마히 대성당 앞은 축제분위기다. 관광객들과 현지인이 교묘하게 어우러져서
도시 분위기를 더 밝게 만드는 것 같다. 거리 곳곳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보인다.
여기저기서 흥겨운 연주소리도 들린다. 그렇게 얼마를 돌아다녔을까...
바스크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며 등장한다.
빵떡모자에 검은 의상. 내가 알고 있던 바스크전통의상을 직접 보니 신기하다.
바스크음악은 묘하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데.. 오늘, 그들이 연주하는 음악은 경쾌하다.
아주 잠깐 시내를 돌아다녔을 뿐인데... 나는 바욘느에게 홀딱 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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