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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프랑스 구석구석

프랑스 서해안을 가다1/ 뚤르즈, 무와싹, 보르도

 

프랑스 서해안을 가다1/ 뚤르즈, 무와싹, 보르도

 

5월의 첫날! ‘재불과기협 학술대회’가 열리는 보르도를 향해 새벽같이 길을 떠난다.

<프랑스에서는 ‘보르도’가 아닌 ‘보흐도’다. 그러나 편의상 보르도라고 표현한다.>


이번 여행일정은 포도주로 유명한 보르도(Bordeau)와 쌩떼밀리옹(St-Emilion)에서 2박3일

그리고 바욘(Bayonne), 비하히츠(Biarritz)에서 1박을 하고 피레네의 일부인 라 휜느(La Rhune)산에

올라서 바스크지방을 보고 오는 것이다.

보르도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 참가한 뒤, 그 근처를 여행하려니 일정이 빠듯하다.

물론 학술대회 참가자는 남편이고, 나는 가족자격으로 참가해서 놀기만하면 된다. ㅎㅎ 

 

 

 

 


엑스에서 보르도까지는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도 8시간이 넘는 거리다.

먼 곳인 만큼 그냥 갈 수는 없다.

가는 길에 뚤르즈(Toulouse)와 무와싹(Moissac)을 들려보기로 한다.

 


 

 

 

 

 

뚤르즈는 구시가지의 기와지붕이 석양에 붉게 물드는 모습 때문에 ‘장미마을’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핑크빛 도시다. 로마인이 처음 세웠다는 이 곳은 대학도시로도 유명하다.

인구가 40만 정도인데 학생인구만 12만 정도란다. 처음, 뚤르즈에 도착했을 때 느낌은 깨끗했다.

 

 


 

 

 

                    <생 세르낭 바실리크 성당/ 산티아고 데 콤포스델라로 가는

                     순례길의 연변에 있어 많은 여행객을 피레네로 배웅해 온 성당이다.

                     프랑스에서 아름다운 교회로 손꼽히는 곳이다>

 

 

 

                                <생 세르낭 바실리크 성당 내부의 웅장한 모습>

 

 

                <성당에는 성지순례자를 위한 각종 정보가 있다. 성지순례의 루트도 다양하다.>

 

 

                                 

 

 

 

뚤르즈에서는 근로자의 날 행사가 한창이었다. 시가행진을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곳곳에 은방울꽃, 뮤게(Muguet)를 파는 사람들도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근로자의 날에, 행운이라는 꽃말을 가진 은방울꽃을 주고받는다. 

 

 


 

 

                                         <시청사가 있는 카피톨 광장>

 

 

 

그런데, 웬지 도시가 스페인과 닮았다. 바르셀로나보다 마드리드의 느낌이다.

아마도 붉은 벽돌건물들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내게 스페인은 그닥 좋은 느낌이 아니라 그럴까...

커다란 도시를 잠깐 스쳐가듯 본 것이 무리라서 그럴까... 뚤르즈를 돌아다니는 동안 별 감동이 안 생긴다.

갈길이 먼 우리는 부지런히 차를 돌려 무와싹으로 향한다.

 

 

 

 

 

 

무와싹은 작은 마을이다. 순전히 보르도로 가는 고속도로 상에 있어서 쉽게 갈 수

있다는 이유로 선택 한 곳이다.(원래는 알비나 코흐드 쉬흐 시엘을 가고 싶었다)

우리는 여행책자에 소개된 내용을 읽고 그저 그런 작은 마을을 상상하며 무와싹으로 들어섰다.

순간 눈이 번쩍 뜨인다. 첫눈에 아기자기한 마을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무와싹에는 세계적으로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쌩 피에흐교회가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교회로 가기 전에 마을 전체가 품어내는 아름다움에 벌써 반해버렸다.

마침 교회의 회랑은 휴관이다. 그럼 어떠랴. 햇살이 쏟아지는 교회 광장을 걷는 것이 좋다.  

광장 카페에서 여유롭게 점심을 즐기는 프랑스인의 낭만을 보는 것도 즐겁다.

아! 배가 부르지 않았다면...시간이 많다면... 나도 광장 카페에서 식사를 하거나 커피 한 잔의

여유라도 즐기고 싶다.

 

 

 

 

 

 

이럴 때는 쫓기듯 여행을 하는 남편의 여행스타일에 살짝 짜증이 난다.

괜히 심술이 나서 찡찡거리는 나를 이끌고 남편은 무와싹의 강변을 걷자고 한다.

무와싹의 수로도 인상적이다. 우리가 무와싹에 머문 시간은 짧다.

그러나 짧았던 만큼 인상이 강렬했다.

 

 

 

 

                           <무와싹의 수로/ 수로와 연결된 강변의 풍경도 인상적이다>

 

 

다시 고속도로를 달려... 드디어 보르도에 도착했다.

네비게이터 톰톰이 알려주는대로 우리가 묶을 호텔을 찾는 동안 힐끗힐끗 보르도를 바라본다.

명성대로 굉장한 느낌이다. 우리는 서둘러 체크인을 하고 보르도관광에 나선다.

5월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그런가 호텔 프런트도 정신없이 바쁘다.

남편은 내일 하루 종일 학술대회 일정에 쫓겨 꼼짝도 못한다.

그러니까 오늘 꼭 보르도를 돌아봐야 한다.

 

 

 

 

 

보르도는 다른 대도시보다 깨끗하다. 아마, 다른 도시들처럼 도시의 중심이 구시가지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초행길이라 그런가 보르도 시내를 운전하는 일이 쉽지 않다.

길을 돌아돌아 코메디광장을 다시 돌아 간신히 깽꽁스광장 옆에 주차를 하고 시내를 돌아다닌다.

 

 

 

 

 

이제부터 걸어서 보르도를 탐방한다. 대극장이 있는 코메디 광장을 지나 거대한 쇼핑가를 따라 걸으며

쌩탕드레 대성당을 찾는데 길이 헷갈린다. 급하게 호텔을 나오느라 보르도 시내지도를 못 챙겨 온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오피스뚜우리즘도 못 찾겠다. 마침, 길에서 서성이는 경찰들이 보인다.

그들에게 다가가 자신 있게 프랑스어로 길을 물었다. 그런데 너무나 태연하게 길을 모른단다.

자기는 이곳 경찰이 아니라나? 뭐야? 정말 모르는 거야?  황당해서 그들을 바라본다.

그들의 표정을 보니 정말 모르는 것 같기도 하다.  

마침 지나가는 노부부가 내 말을 들었는지, 친절하게 성당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어렵게 찾은 성당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가장 오래된 부분은 11세기에 지어졌단다.

전형적인 프랑스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다. 대성당의 동쪽에 세워져 있는 뻬이 베흘랑 탑위로

올라가면 보르도 시가지를 한 눈에 볼 수도 있단다.

 

 

 

 

                    <가혼(Garonne) 강가. 멋진 산책로와 공원이 있는 보르도시민의 안식처>

 

 

 

 

 

 

다리 아프게 시내를 빙빙 돌아다녔다. 이만하면 보르도를 다 봤다는 만족감이 들 무렵

우리는 다시 차를 몰고 호텔로 돌아왔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길이 이리저리 돌아서 그렇지 호텔과 시내가 그닥 먼 것 같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10층에 있는 우리 방에서 시내를 내려다보니 대성당이 코앞이다.

결국, 우리는 걸어서 5분이면 갈 거리를 차를 몰고, 일방통행 길을 돌고 돌아서

멀리 다녀온 것이다. 에고... 호텔프런트가 바쁜 바람에 시내지도를 안 받았던 것이 화근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여행에서 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뼈저리게 깨닫는다.

(ㅋㅋ 무모한 가이드도 이제부터는 지도를 열심히 챙기고 봐야겠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