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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터키

터키에서 보낸 일주일2

 

 

터키에서 보낸 일주일2

 

아침을 먹던 남편이 주위를 둘러보면서 꼭 양로원에 온 것 같단다.

그러고 보니, 호텔식당은 온통 노인천국이다. 백발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모습들이 참 행복해 보인다. 우리도 저들처럼 오순도순 늙어갈 수 있다면 좋겠다.   

 

 

 

 

 

 

 

 

 

 


오늘 일정은 안탈랴를 출발해서 데니즐리로 이동, 파묵깔레를 보는 것이다. 안탈랴에서 데니즐리까지는

토루스산을 넘어서 240km를 달려가야 한다. 버스가 안탈랴를 벗어나자 툭툭 빗방울이 떨어진다.

오늘 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일기예보는 들었지만, 빗속에서 파묵깔레를 돌아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산을 넘어가는 길, 빗줄기가 굵어진다. 가이드 무스타프가 우리에게 터키를 소개한다.

산악가이드 출신이었다는 그는 긴 머리에 꼬질꼬질한 외모와 달리 지적이며 철학적인 사람이다.

그는 터키의 역사와 현재상황 그리고 국제정세 속에서의 터키를 자부심과 애정을 갖고 소개하더니

터키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문제점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프랑스관광객들을 상대로 사르코지에 대한

반감도 거침없이 드러낸다. 정치논쟁을 즐기는 프랑스인들과 삐딱선인 무스타프의 만남은 환상의 궁합이다.

데니즐리로 가는 길, 가이드 주변에 앉은 프랑스인들은 그와 날카로운 논쟁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다.


 

 

 

 

 

 


       (우리들의 가이드 무스타프. 그는 심각한 얼굴로 툭툭 농담을 해서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다행히 파묵깔레의 날씨는 좋았다. 비는 그쳤고, 구름사이로 햇살도 비쳤다.

우리는 무스타프를 따라서 석회붕지역과 고대로마유적지가 한곳에 어우러져 있는 히에라폴리스로 들어선다. 

 

 

 

 


 

 

 

 

 

 


히에라폴리스는 BC190년 페르가몬의 왕 에우메네스3세가 세운 고대도시다.

도시이름은 전설적인 영웅 텔레포의 아내 히에라에서 유래됐고, AD17년에 일어난 대지진으로

허물어진 도시를 다시 건립했단다. 그 후, 이곳은 로마 고위관료들을 위한 여름휴양지가 됐다.

석회온천을 즐길 수 있는 이곳은 병을 치료하는 휴양지로도 유명하단다.


 

 

 

 

 

 

 

 

 

 


새하얀 석회층 앞에 서자 저절로 탄성이 흘러나온다.

왜 이곳을 솜으로 만든 성, 파묵깔레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하얀 석회질 지층과 맑고 푸른 물이 어우러진 모습이 천상의 풍경이다.


 

 

 

 

 

 

 

 

 

 

 

 

 

파묵깔레를 산책한다.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잔뜩 걷어 올리고 석회층에 첫발을 내 딛는다.

짜르르 얼음추위가 몰려온다. 생각보다 석회층은 단단하고 차갑다. 우리는 따뜻한 온천물을 찾아서

부지런히 석회층을 내려간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자 이제야 살 것 같다. 폭신폭신 발밑의

감촉도 부드럽다. 낯설고 신기한 풍경에 기분이 들뜬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감돈다. 


 

 

 

 

 

 

 

 

 

 

 

 

                       (얼음 산 같은 석회층을 산책하며 내려다 본 파묵깔레 마을 전경.)

 

 

                 

 

      <로마시대 온천욕장. 차가운 날씨에 수영을 즐기는 여자들이 보인다. 저들이 관광객일까

       아니면 관광객들의 눈요기를 위해 고용된 사람들일까... 궁금하다.>


 

 

 

                              (열주로. 도시의 메인도로로 길 양끝으로 도미티안 문과 비잔틴 문이 있다.)


 

 

 

 

                        (네크로폴리스. 터키에 남아있는 가장 큰 규모의 묘지군이다.)


 

 

 

 

 

히에라폴리스 정상에서 북문까지... 우리는 아고라와 아르카피아 거리를 지나서 열주로와

도미티안 문 그리고 바실리카욕장과 죽은 자들의 땅, 네크로폴리스를 산책한다.

수천 년 동안 거친 바람과 뜨거운 태양 그리고 무서운 폭우와 지진을 이겨낸 로마의 유적들이

우리를 맞아준다. 아주 잠깐 지구별로 소풍을 나온 우리들과 달리 그들의 삶은 영원하다.

로마 제국이 역사 속에서 건재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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