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 보낸 일주일5
오늘은 카파도키아를 떠나 남쪽 휴양도시 안탈랴로 이동하는 날이다.
터키 중부에서 남쪽까지 들판을 지나 산을 넘어서 가야하는 거리는 540km.
가이드는 중간에 카파도키아 근처의 지하호텔을 구경하고 코냐에 있는 박물관까지
들리려면 시간이 촉박하다면서 출발을 서두른다. 차가운 아침공기를 가르며 버스가 출발한다.
차창 밖으로 카파도키아 하늘을 산책 중인 열기구들이 인사를 보낸다. 아듀! 카파도키아여...
카파도키아에서 멀지 않은 시골마을에서 지하호텔을 구경한 우리는 다시 버스에 오른다.
버스는 넓은 터키의 평원지대를 지난다. 파릇파릇한 밀밭이 계속 이어진다.
드문드문 나타나는 낡은 농가의 풍경도 슬슬 지루해진다. 스르르 눈이 감긴다.
비몽사몽 중에 가이드와 주할머니가 논쟁을 벌이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그들의 논쟁주제는 패스포트같다. 패스포트? 앗! 내 여권!!!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다. 호텔에서 체크아웃을 하면서 여권을 안 찾아온 것이다.
세상에, 이런 실수를 하다니...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 되는 실수를 하다니...
자칭타칭 꼼꼼이인 우리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기가 막혔다.
화들짝 놀란 나와 달리 가이드는 침작하다. 우선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안심시키더니 호텔로 전화를 건다.
그리고 우리 여권이 무사하다면서 내일 안탈랴로 출발하는 여행팀 가이드가 책임지고
여권을 가져다주겠단다. 그러면서 이 모든 일이 리셉셔니스트가 우리를 한국관광팀으로
오해해서 벌어진 일이란다. 우리가 리셉션에 키를 반납할 때 체크아웃이 아니라 키를 맡기고
근처 관광을 나가는 한국팀이라고 생각했단다. 에고~ 호텔에 유독 한국여행객들이 많더니...
어쨌든 제일 큰 잘못은 우리 여권을 스스로 챙기지 못한 우리에게 있다.
이른 점심을 먹은 우리는 코냐에 있는 Mevlana 이슬람수도원과 박물관으로 향한다.
메발나는 이슬람수도승들이 흰 옷을 입고 빙글빙글 돌며 신에게로 가까이가려는 춤,
투흐나지(터키식 이름은 모름)의 창건자다. 이슬람신도들에게는 메카와 같은 곳으로
수도원은 못 들어가지만 박물관은 마음껏 즐길 수 있단다.
코냐를 출발한 버스는 남으로 남으로 토루스(taurus)산맥을 넘어 안탈랴로 향한다.
산속은 아직 겨울이 한창이다. 터키로 겨울여행을 와서 지금까지 한 번도 겨울을 못 느꼈었는데
잘 됐다. 휴게소에 도착한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눈싸움을 하며 터키의 겨울을 즐긴다.
험준한 산맥을 넘자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지금 안탈랴에도 비가 내리고 있단다.
참 다행이다. 2월은 터키의 우기라는데 지금까지 요리조리 비를 잘 피해 다녔다.
지금처럼 비가 올 때는 항상 버스를 타고 이동 중이었고, 구경을 할 때가 되면
해가 쨍쨍했었다. 우리의 날씨 복은 정말 막강한가 보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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