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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독일

독일을 달린다7-퓌센,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독일을 달린다 7- 퓌센 그리고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오늘은 한 동안 내 가슴을 뛰게 했던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만나러 가는 날이다.

뮌헨에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있는 퓌센까지는 자동차로 2시간 거리.

목적지가 가깝다는 심리적인 안정감 때문인지 우리는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뮌헨을 출발한다.

그런데 호텔을 나와 자동차에 짐을 싣고, 시동을 거는 순간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으윽! 어제 내가 날씨 복이 좋다면서 너무 오두방정을 떨었나보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달린지 한 시간. 다행히 비가 그쳤다. 뮌헨 쪽 하늘엔 먹구름이

가득한데 퓌센 쪽 하늘은 맑고 파랗다. 하하 그럼 그렇지. 다시 한번 나의 자만심이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런데 퓌센으로 들어가는 길이 험난하다. 마을 입구부터 차량의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차례를 기다리며 주차를 하는데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한다. 지금이 관광 성수기라는 사실을 깜박하고

너무 여유를 부린 것 같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저 멀리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보인다. 내 마음 속에 고이고이

담아두었던 성을 현실에서 만나는 감동의 시간이다. 언제였던가. 십년도 넘은 것 같다.

인터넷을 뒤적거리다가 우연히 찾은 노이슈반슈타인 성에게 마음을 빼앗긴 나는 노트북

배경화면에 성을 담아두고 틈이 날 때마다 성을 바라보았다. 언젠가는 저 곳에 꼭 가고 싶다는

야무진 꿈도 꾸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황홀하고 행복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성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다. 매표소 입구부터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30분 넘게 서 있어도

도무지 줄이 줄어들지 않는다. 날은 점점 더워지고 슬슬 짜증이 나려는 순간 누군가 다가와서

중간정보를 알려준다. 표를 사려면 앞으로 한 시간은 더 기다려야한다는 말과 함께 영어가이드투어는

5시에만 가능하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헉! 로만틱 가도를 달려 저녁 8시까지 로텐부르크 호텔로

들어가야 하는 우리에게 오후 5시 가이드투어는 불가능한 시간이다.

엥! 여기까지 왔는데...성안에 들어가지도 못하다니...억울하다.

 

 

 

 

 

 

 

 

 

포기가 빠를수록 여행은 상큼해진다. 우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올라가는 숲길로 접어들었다.

 

 

 

 

 

 

 

 

 

맞은 편 언덕으로 노란색 호엔슈방가우 성이 보인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지은 루트비히 2세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이 성은 1836년 루트비히 2세의 아버지 막시밀리안 2세가 세웠단다.

소박한 겉보기와 달리 실내는 귀중한 예술품으로 장식이 되어있단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가는 숲길은 운치가 넘쳤다. 마차나 버스를 타는 것보다 직접 내 발로

걸으며 느끼는 풍경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런데 살짝 다리가 아프다. 내려올 때는 버스를

타야겠다. 드디어 노이슈반슈타인 성에 도착했다. 가슴이 쿵당쿵당 뛰기 시작한다.      


 

 

 

 

 

 

 

 

 

 

 


성 내부까지는 못 들어가지만, 성 입구에서 성을 느끼고 바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는 뜨거운 햇살 아래서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바라보며 불운한 성의 주인 루트비히 2세를 생각한다.

17년 동안 성을 짓느라 엄청난 재산을 쏟아 붓고, 미치광이로 몰려서 스틴베르그 호수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이한 루트비히 2세. 동화처럼 순수한 마음에 잘생긴 외모를 가진 이 남자를...죽게 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멋진 외경을 바라 볼 수 있는 마리엔 다리. 이제 저 다리로 가서 성을 바라 볼 차례다.>

 

 

 

 

 

 

 

         <성 입구는 가이드투어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우리처럼 성구경을 하려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했다.>

 

 

 

 

 

 

    <마리엔 다리로 가는 길에서 바라 본 노이슈반슈타인 성. 이쪽에서 바라 본 성의 모습도 아름답다.>

 

 

 

 

 

 

 

 

 

짐작은 했었지만 성을 바라 볼 수 있는 마리엔 다리는 인산인해다. 혹시 이러다가 다리가 끊어지는

건 아닌지... 은근히 솟구치는 걱정을 뒤로하고 우리는 사람들을 따라서 다리로 들어섰다.

 

 

 

 

 

 

 

 

 

 

 

복잡해 보이는 다리 위에서는 나름대로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 노이슈반슈타인 성을

바라보는 행복을 누리는 순간이라 그런가 모두들 편안하고 충만한 표정들이다.

우리도 그들 틈에 서서 성을 바라본다. 바라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풍경이다. 

 

 

 

 

 

 

 

 

 

 

아쉬운 발걸음으로 성을 내려오자 바쁜 일정이 우리를 다그친다. 또 다시 빡빡하게 잡아놓은

우리의 여행일정을 탓해보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성을 내려온 시간이 3시 30분. 8시에 문을

닫는 로텐부르크 호텔에 도착하려면 느긋하게 로만틱 가도를 달리겠다는 욕심도 포기해야 한다. 



 

 

 

 

 

 

 

 


‘로만틱 가도’가 이름처럼 로맨틱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마인강변의 뷔르츠부르크에서 퓌센까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중세의 교역로였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어쩐지 로만틱 가도를

달려보고 싶다는 바람으로... 우리는 한 시간쯤 로만틱 가도를 달린 뒤,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이제부터 로텐부르크를 향해 전 속력으로 달려가야 한다.


 

 

 

 

 

 

 

 

 


로텐부르크, 정확하게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7시 30분.

해가 질 때까지 아직 두 시간은 더 돌아다닐 수 있다.

우리는 호텔에 짐을 내려놓기 무섭게 로텐부르크 구경을 나섰다.


 

 

 

 

 

 

 

 

 

 

 


독일의 유명한 로만틱 가도와 고성가도가 교차하는 도시, 로텐부르크는 ‘중세의 보석’으로

불리는 곳이다. 독일의 다른 도시들처럼 전쟁으로 파괴된 후, 재건된 도시가 아니라

독일의 중세 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역사적인 곳이다.


 

 

 

 

 

 

 

 

 

 

독일의 중세마을은 정말 아름다웠다. 동화나라를 걷고 있는 기분이다. 로텐부르크 성안을

산책하는 발걸음이 점점 가벼워진다. 내 입에서 프랑스의 그 어떤 마을보다 아름답다는

찬사가 저절로 흘러나온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동화책이 그려진다.

 

 

 


 

 

 

 

 

 

 

도시를 걷다보니 갈증이 난다. 카페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로텐부르크를 더 느껴보고 싶은데... 이상하다,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가는 곳마다 바글바글 와글와글 맥주를 마시던 사람들로 붐볐는데...


 

 

 

 

 

 

         <시청이 있는 마르크트 광장. 여기도 다른 도시와 달리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없다.>

 

 

 

 

 

 

 

궁금증은 성 야곱 교회 근처에서 풀렸다. 교회 광장으로 들어서는데 와인 잔을 든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다. 광장에서는 와인 축제가 한창 무르익고 있었다. 독일에서 와인을 마신다?

갑자기 적응이 안 된다. 물론 독일에서도 와인이 생산되고 있다. 라인강가를 따라 이어지는

포도밭도 유명하다. 그런데 맥주는 독일, 와인은 프랑스라는 이분법으로 머리가 굳은 나는

이 상황이 이상하게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내일이면 독일을 떠나 프랑스로 들어간다.

다시 와인으로 개주(?)를 할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다.  


 

 

 

 

 

 

 

 

  <로텐부르크는 건물뿐 아니라 기념품들도 아기자기하다. 그래서 더 동화나라를 여행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긴긴 여름해가 떨어질 때까지 도시를 걷다보니 저녁이 늦어졌다.

배가 든든해지자 피로가 몰려온다.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 지쳐서 쓰러진다.

그래도 동화나라를 다녀온 마음은 즐겁기만 하다. 내일 아침에 다시 만나는

로텐부르크는 또 어떤 느낌일까.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