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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독일

독일을 달린다5-체코 프라하로 건너가다.

 

 


독일을 달린다 5-체코 프라하로 건너가다

 

오늘은 독일을 떠나 체코 프라하로 가는 날이다. 체코는 우리 네비게이터 톰톰의 관할구역(?)이 아니다.

이제부터 우리는 달랑 지도 한장에 의지해서 체코를 돌아다녀야한다. 어제 밤 내내 끙끙거리며 지도를 

연구하던 남편이 비장한 표정으로 시동을 건다. 그래도 여행을 떠나는 마음은 들뜨고 즐겁다.

베를린을 떠나 381Km를 달린 우리는 드디어 체코의 수도 프라하로 들어섰다.

 

 

 

 

 

 


체코의 수도, 프라하는 한여름 햇살과 여행객들의 열기로 쨍쨍 빛나고 있다.

베를린을 떠날 때 입었던 옷이 덥고 무거워서 견딜 수가 없을 정도다. 복잡한 시내를 통과하는데,

에어컨을 빵빵 틀어도 땀이 줄줄 쏟아진다. 예약한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민소매에 반바지를

갈아입고. 환전을 하고 시내로 나간다. 아! 드디어 프라하 땅을 밟는다.


 

 

 

 

 

 

 

 

 


까를다리는 몰려든 여행객들로 가득하다. 여행객들이 뿜어내는 행복에너지가 곳곳에서 넘친다.

우리는 그들의 에너지를 느끼며 까를다리를 건넌다. 여기저기서 흥겨운 음악소리에 마음이 저절로 들뜬다.


 

 

 

 

 

 

 

                         <까를다리를 건너 말라스트라나 지구로 들어서자마자 만난 광장.>


 

 

 

 

 

카를다리를 건넌 우리는 프라하 성으로 오르는 언덕길 네루도바거리로 접어든다.

화려하고 멋진 바로크양식 건물들이 즐비한 거리에는 외국대사관과 기념품가게,

카페, 레스토랑 등이 들어서 있다. 집집마다 특징을 살려 조각한 19세기 심벌이 인상적이다.


 

 

 

 

 

    <프라하 성이 있는 흐라트치니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 거리의 음악가들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프라하성에서 바라 본 풍경. 화려하고 정갈한 붉은색 지붕들이 내 가슴을 뛰게 한다.>

 

 

 

 

 

 

흐라트치니 언덕위에 세워진 프라하성은 9세기 중엽부터 짓기 시작해서 14세기에

완공됐다는데, 지금처럼 화려하고 정교한 모습을 갖추게 된 건 18세기 무렵이란다.

프라하 성은 구경거리가 많은 곳으로 유명하다. 궁전과 정원, 성당의 건축물들은

건축시기가 다르고 건축양식이 달라서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체코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성 비트 대성당. 카메라에 담기가 힘들 정도로 큰 성당이다.>


 

 

 

 

프라하 성을 천천히 산책하며 한때 강성했던 프라하의 과거를 더듬어본다.

체코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트성당과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로마네스트 양식의

성 이지 성당을 구경하는데 다리가 아파온다. 걸으며 바라보는 일은 그만하고

이제 앉아서 프라하 성을 느껴보라고... 내 몸이 신호를 보내온다. 

 

 

 

 

 

 

 

                                      <프라하 성을 나오는 길>

 

 

 

                           <프라하 성을 나서자마자 바라 본 프라하 시내 전경.>


 

 

          <프라하 성에서 바라 본 까를다리. 저기까지 또 뜨거운 햇살을 견디며 걸어가야 한다. 헉!>


 

 

 

  <프라하 성 옆에 있는 포도밭. 포도가 주렁주렁 열렸다. 체코에서 가장 오래된 포도밭이라는데... 정말 그럴까?>


 

 

 

 

 

차를 타는 것보다 두 발로 땅을 딛고 걷는 여행이 더 마음에 남는다.

한 여름 땡볕이 우리 걸음을 지치게 해도 괜찮다. 우리는 온몸으로

프라하를 느끼며 프라하를 걷는다. 그런데 구시가광장으로 들어서는

순간 아주 원초적인 문제로 우리여행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구시가 광장. 마침 체코전통음식을 파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구시청사와 천문시계. 화려한 천문시계는 인형, 천문시계, 달력이 복합적으로 구성돼 있다.>

 


 

 

 

 

광장에 가득했던 음식냄새가 내 식욕과 갈증을 자극했다. 나는 광장에 앉아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음식을 먹자고 했고, 여행만 시작하면 전투모드로 몸이 바뀌는 남편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다면서 계속 시내를 산책하자며 나를 재촉했다.

순간, 내가 먹는 타령만 하는 한심한 인간으로 전락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남편을 따라 타박타박 시내를 걷는데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잔뜩 삐쳐서 입이 퉁퉁 나온

나는 여기저기 다녀보자는 남편의 제안을 무시하면서 계속 저기압 상태를 유지했다.

 

 

 

 

 

 

          <잔뜩 삐친 상태로 걸어갔던 화약탑. 1475년에 세워진 구시가지의 출입문이란다.>

 

 

 

 

       <역사적인 사건, ‘프라하의 봄’이 일어났던 바츨라프 광장. 아직도 삐친 상태였던 나는

              귀찮다는 이유로 광장을 제대로 돌아보지 않았다. 아! 지금은 살짝 후회된다.>


 

 

 

 

 

이런 상태로 여행을 계속할 수는 없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여행을 망치게 된다.

나는 얼른 마음을 수습했다. 하긴, 남편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호텔을 예약하고, 경비를 책임지고 직접 운전까지 해야 하는 입장이니 얼마나 힘들까.

그런 남편을 고마워하기는커녕 투덜거리기만 했으니...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솟구쳤다.



 

 

 

 


저녁을 먹은 우리는 천천히 프라하시내를 빠져나와 까를다리로 향했다.

카를 4세가 1357년에 놓기 시작한 까를 다리는 1342년에 홍수로 떠내려갔고,

1406년에 폭 10미터, 길이 520미터의 다리로 다시 건설했단다.

 

 

 

 

 

 

 

노을이 지기 시작하자 까를 다리의 분위기가 차분해진다. 한낮의 활기는 거의 사라졌지만

프라하 성의 야경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열기는 아직 뜨겁다. 어슬렁어슬렁 다리를 몇 번이나

왕복했는지 모르겠다. 드디어, 프라하 성의 조명이 불을 밝히기 시작한다.

 

 

 

 

 

 

강가에 앉아 아름다운 프라하 성의 야경을 바라본다. 밤새도록 앉아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여행 5일째 날이다.

딱 중간지점까지 왔다. 내일은 다시 독일 땅으로 들어간다. 아! 이제, 프라하를 떠날 시간이다.

우리는 아쉬운 마음과 함께 프라하의 밤을 우리 가슴 속에 꼭꼭 눌러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