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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독일

독일을 달린다3-포츠담 그리고 베를린 첫날

 

 

 


독일을 달리다3- 포츠담 그리고 베를린 첫날

낯선 곳에서 맞는 아침은 늘 어색하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일찍 눈을 뜨게 된다.

오늘은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베를린까지 556km를 이동하는 날이다.

이른 아침식사를 끝낸 우리는 부지런히 체크아웃을 하고 길을 떠난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우리는 내내  이렇게 울창한 숲을 지나갔다. 참 욕심나는 나무들이다.>

 

 

 

 

 

 

 

 

 

베를린으로 들어가기 전, 우리는 먼저 포츠담으로 향했다. 베를린에서 20km 떨어진 포츠담은

우리에게 2차 세계대전 전후 처리를 논의한 ‘포츠담 선언’으로 유명한 곳이다.

우리나라 남북분단을 만들어낸 뼈아픈 역사의 현장, 포츠담으로 들어서는데 아련하게 가슴이 저려온다.

그 누구를 탓하랴. 강자들의 역사에 휘말린 약자의 설움인 것을...그렇지만 포츠담은 미워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다. 우리는 상수시 궁전이 있는 상수시 공원으로 향했다.    


 

 

 

 

 

 

 

 

 

 

상수시 공원은 6개의 궁전, 극장, 미술관 등이 있는 광활한 공원이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문도 여러 곳이라

메인 게이트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공원구경을 제대로 하려면 반나절 이상 걸린다는 소문이 맞는 것 같다.

우리는 상수시궁전과 가장 가까운 곳에 주차를 하고 공원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궁전이 있는 공원풍경이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만났던 쇤부른 궁전의 정원과 느낌이 비슷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도 쇤부른 궁전처럼 베르사유 궁전을 모방해서 18세기에 지어졌단다.

 

 

 

 

 

 

 

 

              <궁전으로 올라가는 계단 양옆에는 이렇게 작은 온실들이 있다.

                                  그 안에서는 따뜻한 지방 출신인 무화과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상수시(sans souci)는 불어로 걱정이 없다는 뜻이다. 이름처럼 걱정 없이 태평천하를

누리겠다는 의미로 궁전이름을 지었나보다. 우리도 여행의 모든 걱정 근심을 내려놓고

상수시 궁전을 거닐다가 피크닉을 즐겼다. 아름다운 궁전을 바라보며 먹는 점심이 꿀맛이다.

우리 옆에 자리 잡은 여행자가족은 슈퍼에서 사온 햄과 치즈에 토마토를 얹어서 즉석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다. 음식냄새를 맡은 비둘기들이 몰려든다.

우리는 비둘기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평화로운 공원 분위기에 젖어든다.

 

 

 

 

 

 

 

 


베를린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 난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우리는 신발 끈을 더 단단히 묶고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향한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지라 몸은 천근만근 피곤하지만 마음이 자꾸 우리를 앞서 나간다. 


 

 

 

 

 

 

 

 

 

  

월요일 오후, 베를린 풍경이 평화롭다. 한 여름 햇살은 뜨겁기보다 부드럽다.

도시를 걸으며 느끼는 베를린은 힘이 있고 남성적이다. 독일의 강철심장이라는 별명이 꼭 들어맞는 느낌이다.

브란덴부르크로 가는 길, 우리는 잠시 ‘분단의 아픔’을 떠올린다. 한때 우리와 동병상련의 아픔을 공유했으나

지금은 통일의 기쁨을 만끽하면서 유럽의 중심도시로 우뚝 선 베를린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브란덴부르크 문은 우리나라 판문점과 함께 분단의 상징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우리는 1989년11월 9일 독일이 통일 되던 그날을 기억한다. 텔레비전으로 철옹성 같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을 지켜보면서 부러움을 이기지 못해서 질투의 화신처럼 몸을

부르르 떨었던 순간을 기억한다. 지금 우리는 그 역사의 현장,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서 있다.

 

 

 

 

 

 

 


복잡 미묘한 우리의 감회와 달리 브란덴부르크 문 앞은 평화로운 분위기다.

아테네신전의 문을 본떠서 만든 이 문 위에 서 있는 '승리의 4두 마차'가 석양에 밝게 빛난다.

 

 


 

 

 

 

 

 

 

 

한없이 문을 바라보던 우리는 베를린의 샹제리제 거리로 불리는 ‘운터 덴 린덴’을

따라 산책을 시작한다. 슈로스 다리까지 이어지는 이 거리는 걷기에도 좋은 길이다.

우리는 공원처럼 이어진 보행자 길을 따라 걸으며 거리 양옆으로 이어지는 백화점과

고급 부티크들을 바라본다. 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야외카페에 앉아 맥주를 한잔 기울인다.

 

 

 

 

 

 

 

 

 

 

거리를 따라 걷다가 훔볼트대학에 도착했다. 프리드리히 2세의 동생 하인리히의 궁전에 세워진

이 대학은 유명한 언어학자 훔볼트의 제안으로 1809년에 설립됐단다. 우리는 대학주변을 서성이며

이 대학을 다녔던 마르크스와 헤겔, 아인슈타인 그리고 그림형제를 떠올린다.


 

 

 

 

 

 


대학본관 앞에 앉아 해바라기를 하다보니 배가 고프다. 나머지 베를린 여행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 일정은

여기서 접어야 할 것 같다. 우리는 다시 운터 덴 린덴 거리를 따라 브란덴부르크 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티어가르텐을 따라 걸으며 바라보는 베를린은 깨끗하고 웅장하다.

파리처럼 로맨틱하지 않지만 선이 굵은 남성의 매력이 풍긴다.

해가 저문다. 우리 마음은 벌써 내일로 향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