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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독일

독일을 달리다2-프랑크푸르트

 

 

 


독일을 달리다2 -프랑크푸르트 (8월14일)


여행이 시작되면 우리의 하루는 길어진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심한 경우는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구경을 다닌다.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더 많은 것을 보고 다닌다.

짧은 시간에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자는 것이 우리 여행의 모토니까.


 

 

 

 

 

 

 

 

 


여행 둘째 날. 습관처럼 일찍 일어난 우리는 아침을 먹고 도시산책을 나선다.

일요일 아침, 하이델베르크는 깊은 잠에 빠져있다. 인적이 사라진 거리에는 적막만 흐르고 있다.

타박타박 우리의 발소리만 들린다. 어제와 똑같은 풍경인데, 사람들이 사라진 거리가 생소하게

느껴진다. 우리는 도시의 단잠을 깨우고 싶은 심술을 억누르며 강가로 나간다.

 

 

 

 

 

 

 

 

 

 

강을 따라 걷는 사이, 싱그럽고 달콤한 공기가 우리를 감싸 안는다.

그래 여기까지. 지금이 하이델베르크와 이별을 하기에 적당한 시간이다.


 

 


 

 

 

 

 

 


하이델베르크를 떠난 지 한 시간 만에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 도착했다.      

역시 거리에 사람들이 거의 없다. 일요일 오전이라 그런 가, 프랑크푸르트에서 제일 번화가라는

자일 거리도 썰렁하다. 이곳이 독일 금융과 상업의 중심지고 교통의 요충지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자일거리. 보행자전용도로인 이곳은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번화한 쇼핑지역이다.>

 

 

 

 

 

 


일요일의 도시는 황량하다. 상점들이 문을 닫은 거리는 죽은 도시 같다. 그 거리를 걷는

우리는 주인도 없는 집을 찾아온 나그네 같다. 할 수 없다. 주인은 없지만 기왕 찾아왔으니

재미나게 놀다가야지...  라고, 마음을 먹는 순간 우리 눈앞에 멋진 건물이 불쑥 나타난다.   


 

 

 

 

 

 

 

 

 

 

 

 

 

독특한 건축물 ‘마이 자일My Zeil’로 들어서자 비로소 도시를 여행하고 있다는 실감이 든다.

마이 자일은 대단한 건축의 발견이다. 인간의 상상력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건축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한순간에 알려주는 꿈의 공간이다.

 

 

 

 

 

 

 

 

 

 

 

우리는 어린 아이들처럼 마이자일을 돌아다녔다. 잠시 잊고 살았던 대도시의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난다. 건물의 맨 위층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도시를 바라보는데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우리를 쓸쓸하게 만들었던 일요일의 악령이 사라진 것 같다.


 

 

 

 

 

 

 

 

 

 

자일거리를 지나 도착한 곳은 황제의 성당이라는 카이저 돔. 95미터나 되는 첨탑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고딕양식 성당으로 852년에 세워졌단다. 이제 성당구경은

지겹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우리 발길은 자꾸 성당으로 향한다.

 

 

 

 

 

 

 

 

 

 

 

카이저 돔은 성당 내부보다 밖의 분위기가 더 좋다. 계단에 앉아 해바라기를 즐기다가 

폐허처럼 남아있는 로마시대 잔해를 바라본다. 도심에서 즐기는 망중한의 여유가 참 좋다. 

 

 

 

 

 

 


 

              <뢰머 광장 중앙에는 있는 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 동상.

                                    오른손에는 검을 왼손에는 저울을 들고 화사한 모습으로 서 있다.>

 

 


 

 

 

 

 


성당을 나와 몇 걸음 걸었을까. 눈앞에 화사한 광장이 펼쳐진다. 기원전 50년경에 로마군이

주둔했었다는 뢰머광장이다.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광장에 도착하는 순간

마음이 들뜨기 시작한다. 광장을 둘러싸고 선 구시청사와 니콜라이 교회 그리고 노천카페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분위기에 저절로 동화된다. 몇 시간이고 이곳에 앉아 광장을 바라보아도 좋을 것 같다.


 

 

 

 

 

 

   <괴테생가. 프랑크푸르트 최고명문가 출신인 괴테가 나고 자란 곳이다. 2차대전 때 파괴됐다가 복원됐단다.>

 

 

 

 

 


괴테생가를 나온 우리는 본격적인 도시탐방을 시작한다. 우리는 도시여행을 할 때마다 

모든 교통편을 이용할 수 있는 일일교통권을 산다. 그래야 가장 경제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구경하고 싶은 곳을 다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서는 9.5유로짜리 그룹일일교통권을 샀다. 이표 한 장만 있으면

다섯 명까지도 함께 다닐 수 있다니...정말 신나는 교통티켓이다.


 

 

 

 

 

 

 

 

먼저, 버스를 타고 도착한 곳은 독일영화박물관. 박물관 앞에서 자동차퍼포먼스가

한창이고, 레드카펫을 밟고 올라간 박물관 내부는 관광객들로 가득하다.


 

 

 

 

 

 

 

 

영화박물관을 나서는데 비가 내린다. 건축박물관으로 들어가서 비를 피하며 도시를 바라본다.

프랑크푸르트는 생각했던 것보다 차분하고 정갈한 도시다. 대도시의 번잡스러움을

상상했었는데 실제로 만난 프랑크푸르트는 단정하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이다.

 

 


 

 

 

 

 

 

도시구경에 넋을 잃다보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지만 우리는 구경부터 하고

밥을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남편은 여행모드에 돌입하면 밥 먹는 일을 종종 잊어버린다.

그래서 늘 배고프다, 밥 먹자는 말은 내 입에서 나온다.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찾아간 작센하우젠의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았다. 차라리 잘됐다. 우리는 낮술을 마시기로 하고 다시 뢰머광장으로 갔다.

푸짐한 소시지 안주에 맥주 그리고 유명한 프랑크푸르트의 아펠바인을 마시자 여행이 더 행복해 진다.

집에서는 입에도 안 대던 맥주가 왜 이렇게 맛있고 당기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독일 땅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의 술 취향이 와인에서 맥주로 바뀐 것 같다.  


 

 

 

 

 

 

 

              <버스 안에서 찍은 거리 풍경. 식당가에서 발견한 한국식당이 반가워서 한 컷!>


 

 

 

 


우리의 음주여행은 계속된다. 버스나 트랩을 타고 가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려서 걷고 구경하고,

지치면 또 다시 버스를 타면서 우리는 쉬엄쉬엄 구석구석 프랑크푸르트를 돌아다닌다.


 

 

 

 

 

 

 


프랑크푸르트 탐방은 해질녘까지 계속됐다. 제일 마음에 들었던 뢰머 광장은 세 번이나 찾아갔고,

아침에 산책을 했던 자일거리도 또 걸어 다녔다. 걷기와 바라보기를 계속하다보니 어느 순간,

내 몸 안의 에너지가 모두 소진된 느낌이 든다. 이제, 오늘의 여행을 마무리해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