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의 나라- 튀니지2/11월 21일
6시 30분. 어둠 속에서 제르바 리조트를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다.
프랑스 전국에서 모인 여행자들이 서로 인사를 나눈다.
외국인은 우리뿐이다. 앞으로 7일 동안 동고동락을 할
여행친구들인데... 아직은 서로를 보는 시선이 서먹서먹하다.
제르바 섬을 떠나 본토로 가려면 페리를 타야한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연육교를 몇 개나 놓았을 텐데...
그래도 페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는 기분은 좋다.
바닷바람이 상쾌하다. 지중해 너머로 아침 해가 살짝 얼굴을 내민다.
버스 안에서 가이드가 튀니지를 소개한다. 농업국가인 튀니지는
올리브와 대추야자의 나라란다. 올리브 생산은 세계 2위고,
대추야자는 세계 3위란다. 본토에 도착하는 순간,
잘 자란 올리브나무가 길가에 도열해 있다.
황토를 배경으로 서 있는 초록빛 올리브나무가 싱그럽다.
오늘 일정은 혈거인의 마을 마뜨마따(Matmata)를 보고,
사하라사막의 관문인 두즈(Douz)에서 소금사막을 만나고,
오아시스도시 토쥐르(Tozeur) 시내를 산책하는 것.
350km를 달려 튀니지를 동서로 횡단하면서
세 개의 도시를 방문하는 바쁜 일정이다.
제일 먼저 도착한 혈거인 마을 마뜨마따(Matmata).
집들이 땅을 파고 들어가 앉아있다. 한 여름에 섭씨 53도까지
올라가는 이 땅에서는 꼭 필요한 집들이다. 사막의 더위와
싸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튀니지 사람들의 삶과 지혜가 느껴진다.
(보여주는 집 안주인이 맷돌을 가는 시범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겐 익숙한 맷돌이
프랑스인들에게는 신기한지, 카메라 세례가 쏟아졌다.)
마뜨마따의 지형은 달의 표면을 닮았단다. 광활하게 펼쳐진 구릉지대는
사막과 황폐한 산의 중간형태다.
사막은 아니지만 사막 같은 지형을 달려 사하라의 문, 두즈(Douz)에 도착했다.
모래바람이 심하게 분다. 옵션을 선택한 일행들이 낙타를 타고 사하라
트래킹을 동안 우리는 호텔에 남아서 휴식을 즐긴다. 주렁주렁 열매를 매단
대추나무 사이를 오가면서 산책도 즐긴다. 바람에 은은한 꽃 향기가 실려 온다.
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는 토쥐르(Tozeur)로 출발한다.
드디어 소금호수를 만날 시간이다. 튀니지 여행을 계획하면서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다. 버스가 끝없이 이어지는 사막을 달린다.
소금호수로 가는 길은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달랐다.
한때 바다였던 이곳은 인공조림을 한 대추야자나무가 무성하다.
대추야자나무 숲을 지나자 드디어 우기를 앞두고 거의 말라버린
소금호수가 나타난다. 우리는 덩그러니 남은 배 한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기념으로 사막의 꽃이라는 장미석을 산다.
이곳에서 150키로만 달려가면 알제리가 나온다는 팻말도 보인다.
가이드가 알제리 사람들과 허물없이 국경을 넘나들던 옛날이
그립다며 말끝을 흐린다.
토쥐르로 가는 길. 길을 걷던 청년들이 버스를 향해 분노의 손짓을 보낸다.
재스민 혁명의 여파로 더 살기가 팍팍해진 상황이라 한가롭게 놀러 다니는
관광버스가 미웠나보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그렇지만 관광객을 불러들여야
나라의 경제가 돌아가는 튀니지 현실을 생각하면 미워도 참아야 하지 않을까?
갑자기 혁명 이후의 튀니지를 느끼고 싶어서 여행을 왔다는 브레통 아줌마,
마리엔느의 표정이 궁금해진다.
오아시스 도시 토쥐르 마디나에 도착했다.
마디나는 도시의 구시가지를 말한단다.
흙벽으로 쌓은 도시의 집들은 사진을 보고 상상했던 모습과
비슷하지만 왠지 실망스럽다. 도시는 쇠락했고 구질구질하다.
자칭 토쥐르의 영화배우라는 아저씨가 짠 나타나서 우리들을 이끈다.
알고 보니, 그는 구경하는 집 사장님이다. 기념품가게와 찻집을 운영하는 그는
선뜻 자신의 옥상을 개방해준다. 우리는 옥상에서 토쥐르 시내를 구경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사장님의 찻집도 둘러본다.
대추나무에 둘러싸인 황토마을은 사막의 바람 때문인지 건조한 느낌이다.
그래도 마디나의 골목길을 산책하는 기분은… 좋다.
'길을 떠나다 > 튀니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스민혁명의 나라-튀니지6 모나스티흐, 엘젬, 제르바섬 (0) | 2012.07.19 |
---|---|
재스민 혁명의 나라-튀니지5-튀니스, 까타곤, 시디 부 사이드 (0) | 2012.07.17 |
재스민혁명의 나라- 튀니지4-사비탈라, 케루안, 모나스티흐-쑤스 (0) | 2012.05.08 |
재스민혁명의 나라-튀니지3 토쥐르, 넵타, 사막탐험 (0) | 2012.05.07 |
재스민 혁명의 나라 튀니지 1-제르바 섬 도착 (0) | 2012.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