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민 혁명의 나라- 튀니지5 /2011년 11월 24일
오늘은 드디어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로 가는 날이다.
이른 아침부터 출발준비를 서두르고 호텔 밖으로 나온다.
흠. 어제 밤 깜깜할 때 도착한 호텔이 이렇게 생겼군...
우리는 뒤늦게 호텔과 인사를 나누고 튀니스로 떠난다
고속도로를 따라 늘어선 경치가 프로방스와 비슷하다.
튀니지의 북쪽은 유럽과 닮았고 사막이 많은 남쪽은 아프리카 그 자체다.
인구 백만 도시 튀니스는 튀니지의 수도다. 튀니스 곳곳에는 아직도 혁명이 진행 중이다.
가이드는 자랑스럽게 재스민 혁명이 일어나던 순간을 이야기해 준다.
독재자 밴 알리의 부인이 일했던 미용실도 알려준다.
속물근성으로 똘똘 뭉친 것처럼 보이는 가이드, 그래서 별로 정이 가지 않는
그가 말하는 재스민 혁명이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혁명을 이야기하던 가이드가 메디나의 수크를 함께 돌아보잖다.
원래 프로그램은 수크서 자유 시간을 갖는 거였는데...
다함께 시장구경을 한다니 다행이다.
우리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시장을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우리를 향수가게로 데려간다. 아하! 그럼 그렇지.
튀니스의 시장은 향수로 유명한 곳이다. 다행히 가게 주인은 바가지를 씌우지도
강매를 하지도 않았다. 나는 마음에 드는 장미향수를 하나 사 갖고 향수가게를 나온다.
수크를 나온 우리는 카르타고의 유적을 찾아간다. 페니키아인들이 세운
막강한 고대도시 카르타고는 로마와 3차례의 전쟁 끝에 멸망했다.
한니발 장군이 이끌던 포에니 전쟁에서 페니키아인들이 승리를 했다면
역사는 또 어떻게 달라졌을까? 재미있는 상상을 해 본다.
지중해가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국립고고학박물관에서 다시
카르타곤 문명과 그 위에 세워진 로마시대의 흔적들을 만난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며 시대별로 달라지는 모자이크 조형물을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로마시대의 욕장(지금의 리조트시설?)이 있는 카르타곤 지역은 튀니스의 대표적인 부촌이란다.
꽃이 만발한 거대한 주택들이 즐비하다. 바다를 배경으로 남아있는 로마시대의 욕장은 한 폭의 그림 같다.
그 옛날에도 이런 휴양시설이 있었다니... 어마어마한 돌들이 화려했던 전성기를 말해주는 것 같다.
튀니지여행을 하며 쿠스쿠스는 맛이 없다는 나의 편견이 깨졌다.
프랑스에서 먹던 쿠스쿠스는 별로였는데, 이곳의 쿠스쿠스는 전부 맛있다.
전문레스토랑에서 먹은 쿠스쿠스를 카메라에 담지 않은 것이 후회가 될 정도다.
점심을 먹고 도착한 곳은 시디 부 사이드. 이번 여행에서 제일 기대했던 곳이다.
유명작가들의 아지트라는 시디 부 사이드의 카페에서 칵테일 한잔을 마시는 낭만을 생각했던 곳이다.
풍경은 환상적이었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며 메종 블랑블루를 한없이 바라본다.
스페인의 영향을 받은 하얀 벽에 파란대문집들. 튀니지언 블루가 나를 유혹한다.
시디 부 사이드에 들어서는 순간, 여기다 싶었다.
이곳에서 적어도 하루는 묶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 소설가 앙드레 지드가 작품을 구상했던 '카페 데 나트'. 모파상과 생떽쥐베리도 이곳에서
일몰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단다. 나도 저곳에서 커피를 마셨다면 예술가의 영감을 받았을까? 하하하>
가이드가 허락해준 자유시간은 1시간 15분. 마을을 산책하기에도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다.
우리는 카페에서의 칵테일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마을을 구석구석 돌아다닌다.
11월 말의 튀니스 날씨는 덥지도 춥지도 않고 정말 좋다.
우리는 웃음을 가득 머금은 얼굴로 시디 부 사이드의 골목길을 거닐며 행복을 이야기한다.
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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