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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ut! 프로방스/프로방스 마을탐방

엑스 근처 작은 마을-벙타브헨

 

꽃마을 벙타브헨(Ventabren)

2008년 2월, 우리는 벙타브헨과 처음 만났다. 

주말 오후의 심심함을 잊고자 근처로 드라이브를 나갔던 길, 우리는 우연처럼

만개한 벗꽃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작은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이름도 몰랐다. 그냥, 2월에 왠 벗꽃? 파커를 입고 벗꽃놀이를 하다니 참 신기하다...

프로방스 날씨가 따듯하기는 정말 따뜻한가 보다...

이런 마음으로 마을을 돌아다녔다. 특히 마을 아래쪽에 있는 풍차가 참 낭만적이었다.

 

 

 

 

그리고 1년 4개월이 지난 2009년 6월.

우리는 엑스 외각에 있는 까지노에서 장을 보고, 그냥 집으로 돌아오기가 섭섭해서

'아주 잠깐만'이라는 단서를 달고 엑스 근처의 다른 마을로 차를 몰았다. 

 

 

 

 

벙타브헨 입구를 들어서는데... 마을풍경이 낯설지 않다.

"어? 여기... 그때 그 벗꽃 피었던 마을 아니야?"

"맞다. 맞네..."

 

우리는 가끔씩 이 마을 이야기를 했었다.

"그때 벗꽃 피었던 마을 기억나? 거기가 어디였지?"

"글쎄... 여기서 멀지 않았는데... 경치가 참 좋았었지?"

"응. 다시 한 번 가고 싶다. 벗꽃 필 때, 다시 가볼까?"

 

그런데 올 봄에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벗꽃 마을 벙타브헨은 생각도 못하고 지나갔다.

 

 

 

 

인연이 또 닿았는지, 우리는 다시 이 마을을 찾았다.

예전에는 벗꽃에 반해서 마을 외곽을 돌았으나 이번에는 마을 중심으로 가깝게 다가가본다.

언덕에 위치한 마을은 입구부터 화려하다.

 

 

 

 

 

마을 곳곳이 화려한 꽃동산이다.

벗꽃은 지고 없으나 대신 갖가지 화려한 꽃들이 마을에 만발했다.

나는 즉석에서 이 마을의 별명을 지어준다. 꽃마을! 아니, 꽃동네가 더 어울리나?

 

 

 

 

이 마을 사람들은 정말 꽃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인가보다.

돌집과 돌계단 그리고 돌담을 가득 덮고 있는 담쟁이도 산뜻하다.

대체 이 마을엔 어떤 사람들이 살길래... 이렇게 집앞을 깨끗하게 가꾸고

이렇게 온 동네를 꽃으로 치장할까?

여기 사는 사람들은 뭐하는 사람일까?  이 사람들, 집안은 또 어떻게 꾸미고 살까?

 

 

 

 

 

돌계단을 오르락 내리락, 돌집 사이를 왔다갔다하며

프로방스 특유의 집들, 파스텔톤의 덧문이 아름다운 집들을 바라본다. 

그런데 이 마을에 샤또가 있다는 팻말이 보인다. 팻말을 따라서 마을로 난 돌계단을

따라서 언덕을 오른다.

 

 

 

 

언덕을 오르자 마을 풍경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프로방스의 주황색 지붕들이 오롱조롱 보인다.

지붕 사이로 시프러스 나무가 삐죽이 얼굴을 내밀고 인사를 한다.

멀리 교회시계탑에서 뎅그랑 뎅그랑 종소리도 울린다.

 

 

 

 

 

 

                      <이 동네에 친구가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매일매일 놀러올텐데...>

 

                  

 

                     <멀리, 마을의 풍차도 보인다. 작년 2월엔 풍차 앞의 큰나무에 벗꽃이 만발했었다> 

 

 

 

 

언덕을 올라오니, 무너진 성터와 함께 마을 공동묘지가 보인다.

그 옛날, 이 마을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사랑을 하며 삶의 뿌리를 내렸던 사람들이

지금은 지나간 과거를 추억하며 편안하게 마을의 제일 높은 꼭대기에 누워있다.

천국의 계단을 오른 것일까?

자신의 고향을 내려다보며 영원히 몸을 누인 그들은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마을 언덕을 내려오는데 깔끔한 레스토랑이 보인다.

프로방스 곳곳에는 작지만 맛있고 전통있는 식당들이 많다.

주방장 요리솜씨만 훌륭하다면 식당의 간판이 크거나 화려할 필요가 전혀 없다.

벙타브헨에서 만난 레스토랑 '타블르'. 아직 문을 열기 전이라 들어가 보지 못했지만 

어쩐지 맛있는 프로방스식 음식을 맛 볼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다시 언덕으로 시선을 돌리니... 지금은 무너져서 기둥만 남은 샤또가 보인다.  

이 마을이 지금도 아름답지만 옛날에는 더 굉장한 곳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는데... 휘이익 바람이 분다.

꽃마을 벙타브헨에서, 꽃들이 나무들이 바람에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