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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나, 유학생 맞아?

설날 떡국잔치

 

엑스에서의 설날

프랑스 땅에서 두 번째 설날을 맞는다. 나이 먹는 건 싫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떡국은 끓여먹었다.

작년에는 빠리에 사는 친구 미순이가 떡국 떡을 사주어서 남편과 오붓하게 끓여먹었고,

올해는 선배언니가 우리 집을 방문하면서 사온 떡을 냉동실에 꽁꽁 고이고이 아껴두었다가

푸짐한 설날 잔치를 벌였다. 한국에서라면 설날, 떡국을 끓여먹는 일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내가 사는 엑스와 막세이 근처에는 떡이 없기 때문에 떡국을 먹는 다는 건 엄청난(?)행운이다.

그런데 올해, 나는 떡국을 두 번이나 거하게 먹었으니 나이를 한꺼번에 두 살이나 먹은 셈인가?


 

 

 

                                   <생트 빅뚜아흐에서 맞은 새해 첫 일출>

 

물론 프랑스에서 설날은 없다. 당연히 노는 날도 아니다.

더구나 올해 설날은 월요일이라 남편은 출근하고 나도 학교를 가는 날이다.

그래서 한국시간에 맞춰서 일요일 저녁에 우리끼리 떡국을 끓이고 간단한 반찬을 만들어서

설날 상을 차렸다. 귀밝이술로 와인을 한 잔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우리끼리 설날을 보내자니 좀 섭섭한 생각이 들었다.

원래 설날이란 식구들끼리 왁자지껄 모여서 음식을 장만하고, 세배를 하고 덕담이 오가는 명절인데...

여기서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나는 아주 작은 설날 잔치를 하기로 했다.


 

 

 

 

 

월요일은 마침 올가, 선옥씨와 함께 점심을 먹는 날이니 우리 반 도훈이까지 초대해서 함께

떡국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얼마 없다. 12시부터 2시까지, 우리의 설날 잔치는 후다닥 진행됐다.

오전 수업이 끝나자마자 손님들을 집으로 데려왔고, 나는 부지런히 떡국을 끓였다.

미리 준비해 놓은 육수에 미리 준비해 놓은 고기와 파 그리고 떡을 넣은 다음 계란지단과 김을

고명으로 올려놓은 떡국은 10분 만에 완성됐다.

일제의 첨가물을 넣지 않은 자연식품에 영양만점, 맛 또한 좋은 떡국에 모두들 감탄한다.

선옥씨와 도훈이는 멀리 타국에서 생각도 못했던 떡국을 먹게 돼서 감격한 눈치였고,

한국음식을 처음 먹는다는 올가는 맛있다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떡국을 먹는다.

물론 인사치레였겠지만... 부드러운 음식인 떡국은 외국인에게도 맛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평소, 올가는 음식을 조금씩 먹는다. 그래선가 그녀는 다른 러시아아줌마들처럼 뚱뚱함과는 거리가 멀다.

날씬하다 못해 살짝 마른 듯한 몸매의 비결은 아무래도 조금씩 먹는 그녀의 식습관 때문이지 싶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떡국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반찬으로 내 놓은 김치와 장조림 그리고 다른 음식에

과감하게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먹어 본 김치도 맛있다는 표정이다. 다행이었다.

디저트로 커피에 과일까지 먹고 나니 벌써 두 시가 다 되어온다.

후다닥 가방을 챙겨들고 오후 수업을 들으러 집을 나서는데 기분이 상쾌하다.

소박하지만 설날 상을 차리고, 좋아 친구들과 함께 새해 첫날을 보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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