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느(Rognes)
일요일 오후, 지루함이 몰려드는 시간이면 어슬렁거리며 산책을 나선다.
오늘은 집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 호느(Rognes)로 향한다.
우리 집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으니 그다지 먼 곳은 아니지만
무심하게 지나치기만 했을 뿐 한 번도 들른 적이 없는 마을이다.
호느로 향하는 길. 베르동계곡에서 흘러나온 물을 가두어 두었다는 저수지를 만났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저수지의 멋진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우선 저수지주변부터 산책할까? 몇 걸음 옮기는데, 프랑스아저씨가 다가온다.
반갑게 인사를 한 뒤, 자기에게 물어볼 것이 있으면 물어보란다.
관리인이냐고 물으니 그건 아니란다. 헉! 그럼 뭐야?
별로 물어볼 것도 궁금한 것도 없지만 말을 걸어온 아저씨 체면을 생각해서
이것저것 질문을 한다. 프랑스아저씨는 강한 남프랑스 사투리로 열심히 이런저런
설명을 하더니... 자기는 바빠서 이만 가 본단다.
친절하지만 참 이상하고 엉뚱한 사람이다. ㅎㅎ
호느 마을은 조용하다 못해 썰렁하다. 나처럼 어슬렁거리는 산책객도 없다.
평소 같았으면 마을 사람들로 붐볐을 퐁텐주변도 한가하다.
1568년에 지어진 이 분수는 마을의 젖줄이고 상징이란다.
마을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집안에 꽁꽁 숨어서 할 일없이 어슬렁거리는
우리를 염탐하고 있는 것일까? 구시가지, 작은 골목길을 걷는데 그 흔한
개 짖는 소리도 안 들린다. 유령마을에 온 것 같다. 그래도 대낮이니 다행이다.
호느는 낡았지만 깔끔한 마을이다.
정겨운 생각이 저절로 들어서 우리 발걸음도 덩달아 느릿느릿해진다.
마을 골목길을 돌아나가니 샤뻴 에 에흐미따지 쌩 막쌜랑(Chapelle et ermitage Saint Marcellin)이 나타난다.
12세기 로마네스크양식으로 지어진 이곳은 17세기에 은자들의 예배당이었단다.
일요일 오후, 예배당 문은 꼭꼭 잠겨있고 그 앞에서 재잘재잘 떠들며 노는 프랑스소녀들만 보인다.
휴~그래도 마을 사람을 만난 셈이니 다행이다. 귀여운 소녀들을 사진에 담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시 골목길을 돌아 나와서 찾아간 곳은...
샤뻴 쌩 드니스.(La Chapelle Saint Denis)
마을로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이 샤뻴은 마을을 지나칠 때마다
눈여겨보았던 곳으로 이 마을의 자랑거리란다.
짧은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초록색 들판을 붉게 물들인 빨간 양귀비가 무성하게 피어있다.
가녀린 줄기 끝에 대롱대롱 달린 빨간 입술같은 양귀비꽃.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 그런데 프로방스의 빨간 양귀비는 잡초란다.
밀밭을 침범한 경우는 더 확실한 잡초취급을 받는다는데...
너무 아름다워서 미워할 수 없는 잡초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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