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상프로방스는?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는 인구 13만 명의 작은 도시다.
이 아기자기한 중세도시는 15세기에 처음으로 대학이 생기고 대법원이 들어서서
프로방스 지방의 법과 정치와 학문의 중심지가 되었던 곳이다.
그래서일까,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는 대도시 막세이유보다 이곳 집값이 더 비쌀 정도고,
거리는 일년 내내 찾아 드는 관광객들과 젊은 학생들의 활기로 넘쳐난다.
(시청앞 광장. 결혼식을 마친 커플과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북적북적 흥겹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만 와글거리는 곳도 아니다. 한가한 오전시간, 거리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
차지가 될 정도로 노인들도 많이 사는 곳이다. 2007년쯤인가? 이 곳이 세계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 가장 선호하는 도시로 뽑혔다는 기사를 본 적 있었다.
그러니까 결론은 젊음과 노년층이 함께 공존하며 만족하며 사는 이상적인 곳인 셈이다.
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지만 막세이나 니스처럼 큰 도시가 아니라 그런가 치안도 비교적 안전하다.
엑상프로방스는 과거에 프로방스 백작이 다스리던 지역의 수도로 번성했다는데,
어떤 이들은 이곳을 로마문화 속의 프랑스라고도 부른단다. 그 이유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마도 아흘이나 아비뇽처럼 로마시대 유적이 남아있지도 않고,
로마문화의 영향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곳이라 그런 것 같다.
흔히 프랑스인들은 엑상프로방스(Aix-en-provencer, 이곳 발음으로 표기하면 엑서헝 프허어벙스)를
엑스(Aix)라고 부른다. 엑스? 아무것도 아니라는 엑스냐고? 물론 아니다.
하하 나 역시, 처음에 이 도시를 엑스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고 어감이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엑상프로방스라는 긴 이름보다 엑스라는 짧은 이름이 부르기도 쉬우니까
나도 지금부터 이곳을 엑스라고 부를 생각이다.
(엑스 시내 드골광장에 있는 큰 분수. 매년 7월14일, 이곳에서 불꽃축제가 열린다)
엑스는 물의 도시다. 엑상프로방스라는 이름도 기원전 124년, 로마 시대의 장군 섹티우스가
샘이 많이 솟아나는 이 땅을 다스려서 '섹티우스의 물'로 불렸던 것에서 유래한다.
로마시대 유적은 없지만 이름의 유래가 된 샘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엑스에는 모두 백 개가 넘는 샘과 분수가 있다는데, 직접 세어보면서 확인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크고 작은 분수와 샘이 많다.
백 개가 넘는 다는 말이 거짓말은 아닌 것 같다.
엑스의 상징은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분수가 있는 드 골 광장(place du Generale de Gaulle),
일명 호똥드(Rotonde)와 그 옆으로 길게 늘어선 플라타너스 가로수길 꾸흐 미하보(cours Mirabeau)다.
이곳이 엑스의 메인스트리트인데, 호똥드에서 보았을 때 왼쪽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늘어선 거리고
오른쪽은 은행과 부동산에이전시 등이 있는 구역이다.
물론 건물 1층이 그렇다는 이야기고, 대부분 건물 2층부터는 살림집들이다.
물의 도시 엑스답게 미하보 거리에도 분수가 세 군데나 있다.
모노프리 백화점 앞에 있는 분수 (La fontaine des neuf canons)는 1691년에 조성됐고,
그 다음에 위치한 이끼로 뒤덮인 분수(La fontaine d'eau chaude)는 온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1734년에 만들어졌다. 맨 마지막에 있는 분수(La fontaine du roi rene)는 1819에 조성된 분수로
헤네 왕의 분수라는 이름처럼 왕의 동상이 함께 서 있다.
엑스의 볼거리들은 거의가 시내중심, 구시가지에 몰려있다.
구시가지의 풍경은 중세마을 그대로다. 그러나 구시가지를 벗어나면 바로 멋진 메종들이
즐비한 프로방스의 전원을 만날 수 있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프로방스의 태양 아래서
도시와 전원의 삶을 한꺼번에 느끼며 살 수 있는 도시, 엑상프로방스.
지금부터 나는 천천히 구석구석 엑스 산책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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