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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ut! 프로방스/프로방스 도시산책

화가, 세잔을 따라나선 엑스 산책길1

 

  


 

세잔을 따라 나선 엑스 산책 길 1


엑상프로방스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화가이자 현대미술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폴 세잔의 고향이다.

그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빠리에서 활동하던 시절을 빼고 줄곧 엑스에 살면서

죽는 순간까지 그림을 그렸다. 그래서 엑스에는 그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그가 태어나고 자란 집부터 그가 다닌 학교들 그리고 그가 자주 다녔던 카페와

그가 그림을 그렸던 화실과 그가 그림을 그리러 다니던 길들까지... 

 

 

 

 

 

 

 

 

 


세잔은 또 엑스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다. 세잔과 동향사람이라는 그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른다. 더구나 매년 세잔을 추억하면서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줄을 잇자 엑스사람들은

세잔을 관광 상품화하기도 했다. 호똥드에는 화구를 메고 그림을 그리러 가는 세잔의 동상이 서 있고,

거리 곳곳에는 그의 자화상이 그려진 간판이 있다.

 

엑스 로피스투히즘에서는 세잔의 유적을 찾아가는 지도를 만들어서 나누어주기도 한다.

여행을 하면서 유명인의 발자취를 만나는 일은 색다른 즐거움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화가를 찾아가는 길은 더 없이 매력적인 산책길이다.

 

 

 

 

 

 

 

 

(세잔의 발자취를 기록한 엑스 시내지도.1번부터 34번까지..모두 그의 흔적들이다)

 

 

 

세잔을 찾아 나선 길... 나는 먼저, 로피스투히즘에서 받은 세잔의 지도를 펼쳐본다.

영역표시라도 해 놓은 것처럼 엑스 시내 구석구석에 그의 흔적들이 남아있다.

지도에 표시된 곳만 해도 서른 네 곳이다. 세잔의 절대추종자라면 몰라도 그가 수도 없이

이사를 다니면서 잠시 살았던 집과 그의 어머니가 살았던 집까지 찾아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더구나 세잔을 따라 가는 산책길은 구시가지를 벗어나 교외까지 나가야 하니...

세잔을 따라나선 나의 일 단계 산책은 엑스시내 남쪽을 중심으로 중요한 곳만 돌아보는 코스로 잡는다.

 

 

 

 

 

 

 

 

 

 


산책길의 첫 번째 방문지는 세잔이 다녔던 콜레지 미녜(college Mignet)다.

(세잔 지도에 표시된 15번 유적지) 로피스 투히즘을 나와 빌라흐(rue de Villars)길로 접어든다.

 

 

 

 

 

 

 

 

 

 

세잔극장과 레스토랑 ‘빠사쥐’가 있는 골목을 지나 까디날르(rue de Cardinale)길로 들어서자

왼쪽으로 3층짜리 긴 미색 건물이 보인다. 이 건물이 바로 콜레지 미녜, 미녜중학교로

세잔이 에밀 졸라를 처음 만난 곳이다. (그 당시, 이곳은 고등학교였다)

 

세잔은 당시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에밀 졸라를

도와주면서 우정을 쌓아나가기 시작했단다.

 

 

 

 

 

 

 

 

                     (미녜중학교 건물. 정문 안으로 들어가면 물론 운동장도 있겠지?)

 

 

 

 

 

빠리에서 태어난 에밀 졸라는 토목기사였던 아버지를 따라서 6살 때인 1946년에 엑스로 이사를 왔다.

엑스의 식수공사를 하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자(엑스 외곽에 에밀 졸라아버지의 이름을 딴 졸라댐도 있다)

가세는 급속도로 기울었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를 해야 했던 에밀 졸라는 조숙하지만

우울한 성격을 가진 아이로 자라났단다. 그러나 부잣집 아들이었던 세잔과 만나서 우정을 쌓으며

그의 성격도 조금씩 밝아졌다는데, 세잔이 그에게 어떤 힘이 되어주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그들은 엑스 남쪽에 있는 락(l'Arc)강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도 했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며 예술과 문학의 꿈을 키웠고, 빠리 유학시절에는 함께 어려움을 나누기도 했단다.

 

 

 

 

 

 

 

 

 

 

 

 

미녜중학교를 지나 그 길로 조금 내려가자 네 마리 돌고래광장(Place des 4 Dauphins)이 나온다.

이름은 광장이지만 물을 뿜어내는 돌고래 네 마리가 있는 분수가 전부인 작은 네 거리 같은 곳이다.

 

 

 

 

 

 

 

 

 

 

 

분수너머로 뾰족한 생 장 말트 교회 지붕이 보인다. 교회를 따라서 골목길을 조금 걷자

금방 뮤제 그하네 앞이다. 엑스를 대표하는 이 미술관은 말트주교가 1825년에 17세기 건물을

구입해서 1838년에 박물관으로 개조한 곳이다.

18세기 엑스를 대표하는 화가 프랑스와즈 마히위스 그하네(François Marius Granet, 1775년~1849년)는

이 박물관을 위해서 많은 후원을 하고 예술작품들도 기증을 했다는데, 이런 그의 박물관사랑을

기리기 위해서 엑스시는 1949년에 그의 사후 1백 주년을 기념해서 박물관 이름을 ‘뮤제 그하네’로 바꾸었다.

 

 

 

 

 

 

 

 

                                            (뮤제 그하네 전경)

 

    

 

 


2006년에는 이곳에서 세잔의 사후 1백 주년 기념 전시회(Cezanne en Provence)가 열렸고,

44만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뮤제 그하네에는 주로 16세기부터 20세기 회화와 조각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1984년 빠리 오르세 미술관이 엑스시에 기증한 세잔의 작품도 8점이 전시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세잔이 한때 이곳에서 미술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당시 말트 주교는 후학양성을 위해서

이곳에 공짜로 미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세웠는데, 청소년 세잔은(1857년부터 1862년까지) 이 학교에서

데상과 모사수업을 들으며 미술의 기초를 쌓았다고 한다.

그리고 1859년에는 엑스 시가 주최하는 미술전에서 2등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매달 첫 번째 일요일에는 뮤제 그하네를 공짜로 관람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특별전시회를

열 때는 야박하게도 입장료를 받는다. 예전에 집 근처 공원에서 만난 한국인 관광객들한테

잘난척하고 매달 첫 번째 일요일은 박물관이 공짜라는 정보를 알려주면서 뮤제 그하네를

꼭 가보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그들과 헤어진 다음, 나도 공짜로 미술관구경이나 해볼까 싶어

뮤제 그하네를 갔더니, 에고고.. 입구에서  10유로나 하는 입장료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침 피카소 특별전시회가 열리고 있어서 공짜관람은 취소가 된 것 같다.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괜히 아는 척을 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알려준 셈이 됐다.

나의 신용도에 금을 그은 피카소가 갑자기 원망스러웠다. ㅎㅎㅎ

 

 

 

 

 

 

 

 

 

 


뮤제 그하네를 나와 바로 옆에 있는 에글리제 생 장 드 말트교회로 향한다.

1897년, 이곳에서 세잔의 어머니 마담 세잔의 장례식이 거행되었단다.

교회 안은 겉보기보다 소박하다. 자리에 앉아 잠시 다리를 쉬면서 경건한 교회분위기를 느껴본다.

 

 

 

 

 

 

 

 

 

 

 

다시 생 장드 말트 교회를 나와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간다.

이 길은 곧 이탈리아 거리와 만난다. 이곳에서 좌회전을 해서 이탈리아거리를 걸어 내려간다.

상점과 레스토랑들이 양 옆으로 늘어서있는 이탈리아 거리는 언제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다.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올망졸망 복잡한 오거리가 나온다.

 

 

 

 

 

 

 

            (작은 골목까지 세면 육거리지만 공식상으로는 오거리다. 물론 작은골목길들이지만...)

 

 

 

 

 

 

 

세잔 지도에 나온 동선은 마헤샬죠프(rue du Marechal Joffre) 거리로 꺾어지라고 되어있지만

나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골목, 오페라(rue de l'Opera)거리로 들어선다.

이곳은 쥐드뽐므(THEATRE DU JEUDE PAUME)라는 공연극장이 있는 골목으로

길의 왼쪽에 있는 극장을 지나 조금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세잔이 태어난 생가가 보인다.

 

 

 

 

 

 

 

 

 

                      (세잔이 태어난 생가. 눈을 크게 뜨고 찾아야 한다. ㅎㅎㅎ)

 

 

 

 

 

대 화가의 생가라고 특별한 모습을 기대했더라면 실망할 만큼 세잔의 생가는 썰렁하다.

정갈한 황토 빛 건물이 주는 느낌은 나쁘지 않지만 별다른 이벤트는 없다.

'이 집에서 화가 뽈 세잔이 1839년 1월 19일 날 태어났다' 고 프랑스어로 써 놓은 것이 전부다.

그나마도 글씨가 작고, 또 프랑스어를 모른다면 생가확인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도 된다. 

 

 

 

 

 

 

 

 

 

 

 

 


세잔의 생가를 확인한 뒤 그 길을 따라서 다시 내려간다. 길의 왼쪽, 쥐 드 뽐므극장 방향으로

'아틀리에드 솔라이'가 보인다. 이곳은 세잔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각가인 필립 솔라리의

아틀리에다. 솔라리의 아틀리에를 살펴본 뒤, 길을 따라 내려가면 다시 오거리가 나온다.

내가 선 위치에서 정면으로 미하보 거리가 보인다.

 

 

 

 

 

 

 

 

 

 

미하보 거리로 접어들자, 포도를 들고 서 있는 헤네 왕의 동상이 보인다.

분수 앞에 서서 미하보 거리를 바라본다.

세잔의 카페,'데 뒤 갹송Des Deux Garçons'이 바로 앞에 있다.

 

 

 

 

 

 

 

 

 

 

세잔이 단골로 다녔다는 이유로  엑스의 명소가 된 이 카페는 오늘 세잔을 따라 나선

산책길의 중간종착지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이, 갹송들이 

손님들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부지런히 서빙을 하고 있다.

 

이 카페의 이름, '뒤 갹송'은 이곳에서 서빙을 하던 갹송 두 명이라는 뜻이다.

제일 처음 이 카페가 생겼을 때, 갹송이 두 명밖에 없었는지, 아니면 유명한 갹송이 두 명이 있었는지,

그것도 아니면 두 명의 갹송이 카페를 차린 것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이 카페의 갹송들은 그 어떤 곳보다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는 것이다.

 

카페테라스에 앉은 내 어깨 위로 프로방스의 햇살이 쏟아진다.

나른한 행복감이 졸음처럼 밀려온다.

다시 세잔을 따라서 산책을 떠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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