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첫 여행 (2007년 11월 1일~ 4일까지 여행기)
11월 1일은 프랑스의 공휴일이다. 더불어 남편 회사에서는 11월 1일을 기점으로 연휴를 준다.
올해는 3일과 4일이 주말이라 자동으로 나흘 연휴가 이어졌다. 프랑스에 와서 처음으로 맞는 연휴.
뭘 할까...아니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행복한 고민이 이어졌다.
더구나 11월 2일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다.ㅎㅎㅎ 프랑스에 온 덕분에 자동으로 결혼기념일을 챙기게 됐다.
우리는 보르도지방을 걸쳐 대서양연안을 다녀올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재불 한국 과학기술자협회 31차 정기총회가 그흐노블(Grenoable)로 정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좋았어! 그흐노블로 가는 거야! 자연스럽게 우리의 여행지도 프랑스 혼 알프(Rhone-Alpes) 지방으로 정해졌다.
총회 일정이 잡힌 그흐노블에서 꼼짝없이 2박을 하고, 샤모니로 가서 애기유듀미디를 등정하고, 스위스 국경을
넘어서 레만호를 따라 달리면서 로잔과 쥬네브를 다녀오는 것이 우리의 여행일정이었다.
흠.. 3박4일에 혼 알프지방과 스위스까지 여행을 한다? 모두들 우리의 계획이 무리라며 말렸다.
내심 우리를 책임질 꼬마렌터카 트윙고가 과연 그 험난한 일정을 무사히 달릴 수 있을까 걱정되는 눈치였다.
나도 은근히 걱정이 돼서 스위스는 포기할 작정으로 환전을 해 놓으라는 남편의 말을 무시(?)하고 말았다.
그런데 결론은 천하무적 우리 부부가 무사히 꼬마 트윙고를 몰고 천 킬로미터를 넘게 달려서 스위스 땅까지
밟고 왔다는 것이다. 귀가 시간도 연휴 마지막 날 저녁 7시! 집에 와서 따뜻한 밥을 지어서 저녁까지 먹었으니
내가 생각해도 우리 부부는 참 못 말린다.
<그흐노블로 가던 길에서 만난 시스테홍. 우리 집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다>
연휴 첫날 일정은 총회가 열리는 그흐노블에 무사히 도착만하면 되는 것.
부지런한 성격 탓에 새벽같이 일어나서 아침을 먹자마자 출발~ 상쾌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고속도로를 달려
GAP까지 가고, 그 다음은 국도로 그흐노블에 도착하면 되니까 일정은 여유만만이다. 아무리 놀며놀며 가도
오후 2시면 도착할 것이다. 어느 곳이나 그렇지만 날씨가 따뜻한 곳보다 추운 지방이 더 정갈하고 깨끗한 법.
우리가 사는 엑스, 프로방스 지방은 날씨는 최고지만 더운 지방답게 쬐금 지저분한 단점이 있다.
우리의 꼬마 트윙고가 북동쪽으로 올라감에 따라 기온은 점점 떨어졌고, 그에 비례해서 주위 환경은
더 깨끗해졌다. 아름다운 산간마을 시스테홍에 들려서 사진을 찍고 노느라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우리는 국도를
달리며 마음껏 프랑스의 작은 마을들을 만끽했다. 한국에서도 작고 아름다운 마을들을 이름도 모르고
지나쳤듯이... 특히 세헤(Serre)의 아름다운 풍경은 지금도 눈에 선하다.
<시스테홍에서 그흐노블로 가는 국도. 산을 넘으며 만난 아름다운 프랑스마을>
국도를 따라서 그흐노블로 가려면 험준한 산을 넘어야 한다. 대관령고개처럼 굽이굽이 난 산길을 따라
차를 달리는데 유난히 캠핑카며 보트를 뒤에 실은 자동차들이 눈에 띤다. 아마도 연휴를 맞아 지중해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같다. 그래서일까? 우리 반대차선은 차들이 엄청나게 늘어서있다.
주차장 그 자체다. 씽씽 달리는 우리가 민망할 정도다.
차 안에서 미리 준비해 간 점심을 먹으며 눈이 아프도록 프랑스의 예쁜 산간마을을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그흐노블. 그런데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산을 넘으면서부터 느꼈지만 체감온도가 뚝뜍 떨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얼른 샤모니에서 입으려고 준비해 두었던 오리털 파커를 꺼내 입었다. 그래도 덜덜덜 떨린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흐노블은 우리나라 대구 같은 분지라서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무진장 추운 곳이란다.
그흐노블 도착 시간은 오후 1시. 2시부터 접수라는데 그 동안 뭐하지? 우리는 할 일 없이 시내를 빙글빙글 돌았다. 이제르 강과 드라크 강의 합류지점에 있는 그흐노블은 1968년에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곳.
북쪽에는 네롱의 바위산, 서쪽에는 르 무슈로트이 봉우리들, 동쪽은 눈 덮인 베르동산백 등 산으로 에워싸여
있는 산악도시다. 스탕달의 고향이기도 한 그흐노블은 2차 대전 당시 도시의 상당부분이 파괴돼서 다시 세워진
곳이란다. 그래서일까? 도시가 참 깨끗하다. 남편은 엑스와 비교를 해가면서 깨끗한 그흐노블 칭찬이 늘어진다. 칫! 그래도 난 내가 사는 엑스가 더 좋더라.
재불 한국 과학기술자 협회에서 주관하는 저녁은 7시 30분부터. 그 전까지는 자유시간이다.
우리는 그흐노블 관광에 나섰다. 제일 먼저 구 시가지를 돌아 본 뒤, 바스티유 성채(Fort de la Bastille)로 갔다. 비누방울 같은 케이블카를 탈까, 갈등하다가 튼튼한 두 다리를 믿고 직접 올라가기로 했다. 16세기에 세워진
바스티유 성채의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으면 멀리 몽블랑까지 보인다는데... 씩씩하게 걸어 올라가기를 1시간.
점점 멀어지는 도시 풍경이 아름답다. 도시를 한 눈에 내려다본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비슷비슷하게 이어지는 도시 풍경이 지루하게 느껴진다더니...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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