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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프랑스 구석구석

가자! 모나코로... 니스로....

모나코와 잠깐 들렸던 니스

 

드디어 우리 차가 나왔다. 워낙 느릿느릿한 프랑스라 자동차를 사고 3개월은 기본으로 기다려야 한다는데,

우리 차는 예상보다 무려 한 달이나 빨리나왔다. 차를 받았으면 시승식을 해야 하는 법!

남편은 주말에 어디론가 놀러가자며 들썩들썩한다.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이번 주는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냐, 에잉 나 프랑스어 공부할 것도 태산처럼 밀렸는뎅...

이렇게 주절주절 투덜투덜 거리면서도 새벽같이 일어나서 주섬주섬 먹을 것을 싸고 남편을 따라 나섰다.

이번 여행의 목적은 모나코와 이탈리아 국경을 찍고 돌아오는 것!

<그럼 우리는 하루 만에 프랑스와 모나코, 이탈리아 3개국을 여행하는 셈이다. ㅎㅎ>

 

GPS 톰톰을 믿고 엑스시내를 지나 무사히 A8번 고속도로로 진입, 신나게 달리기 시작했다.

깐느를 지나자 지중해 바다가 보이기 시작한다. 얏호~ 지중해 바다를 2주일 만에 다시 만나다니...

내가 프랑스에 와 있고 엑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이 난다.

 

 

 

 

                      <기차역에서 바라 본 모나코 전경.>

 

 

              

                                   <대공궁전 앞에서...>

 

모나코는 작은 나라다. 면적은 1.95킬로제곱미터로 바티칸 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지만

프랑스와는 국경도 없다. 절벽을 깎아놓은 듯한 도시, 화려한 치장을 한 느낌을 주는 나라다.

관광지답게 일요일인데도 모든 주차시설은 유료. 모나코 기차역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모나코 탐방에 나섰다.

우선 대공궁전이 있는 모나코빌 구역. 궁전광장에는 관광객들이 제법 모여든다.

궁전은 생각보다 화려하지 않다. 지중해바다를 바라보면서 운치 있게 커피를 마시고,

절벽을 따라 난 길을 걸어서 항구로 내려왔다.

 

 

 

 

 

 

화려한 요트와 재미난 놀이시설이 함께 어우러진 항구의 모습도 특이하다.

역시 관광지를 온 느낌은 다르다. 카지노로 유명한 몬테카를로 구역은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한다.

 

 

 

 

까지노 뒤로 넓은 공원이 있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공원은 지중해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하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우리부부도 이곳에서 한없이 지중해를 바라보았다. 

 

 

 

일반인들은 진입도 못하게 했던 분수광장 앞에는 페라리 스포츠카가 잔뜩 있다.

절벽을 깎아서 만든 도로의 열악함을 활용해서 매년 F1 경기를 열고 그로 인해 돈을 수억 벌고 있으니

모나코는 단점을 장점으로 활용할 줄 아는 천재적인 나라 같다.

도박과 담을 쌓은 우리는 카지노 실내를 대충 훑어보고 말았는데...남편은 그것이 내내 걸린단다.

카지노 관광을 갔으면 10유로 정도라도 투자해서 놀아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인데... 글쎄...

도박에 빠져든 사람들도 시작은 그렇게 경미하지 않았을까?

차라리 그 돈 10유로로 맛있는 커피를 마시는 게 낫지 싶다.

 

 

 

 

 

모나코를 둘러보고 이탈리아 국경을 찍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몰았다.

지중해를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는 내 의견을 반영해서 잡은 코스는 망통해안으로 난 길.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망통의 해안에는 리조트 분위기를 즐기려는 듯 꾸며놓은 파라솔이 가득하다.

지중해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점식식사. 보기만 해도 멋지다.

 

 

 

 

                    <모나코에서 망통으로 가는 해안도로.>

 

 

                    <망통해안에서... 11월 중순인데 날씨가 늦봄처럼 제법 덥다.>

 

스위스처럼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국경초소엔 아무도 없다.

휭~ 차를 달려 국경을 통과하니 이탈리아 산악마을이다. 큰 차이는 없지만 약간 분위기가 다르다.

선입견 때문인가, 왠지 이탈리아 풍경이 프랑스보다 초라해 보인다. 집들도 더 낡았고,

사람들의 행색도 프랑스와 다르다. 나중에 본격적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하면 더 많은 것을 느끼겠지...

새벽같이 떠나서 일까, 다시 프랑스로 들어오는데 오후 2시가 조금 넘었다. 그냥 집에 가기는 섭섭하고...

다시 해안도로를 달려서 니스를 거쳐서 깐느까지 대충 훑어보기로 했다.

 

 

 

니스에 도착하니 사람이 바글바글. 역시 관광지답다. 대충 자동차로 돌아보려고 했는데 도로마다 가득한

차량 홍수에 정신이 없다. 프롬나드 데장글레 거리가 있는 니스해변도로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계획을

수정해서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차를 세우고 걸어 다니며 니스를 느껴보기로 했다.

여름에 배낭여행을 했던 아들이 니스해변에서 신나게 놀았다는데... 녀석이 어떤 경로로 어떻게 니스를

돌아다녔을까? 남편은 분명히 니스 빌 역에 도착해서 시가지의 주도로인 장 메드생 대로를 따라 걸어 나와

마세나 광장을 거쳐서 니스해안으로 갔을 거라는 추론을 하고.. 우리도 그 길을 걸어보잖다.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리가 니스해변에 서 있으니까 아들이 걸었던 길을 거꾸로 걷게 되는 셈이다.

 

 

 

 

 

 

니스 빌 역까지 가는 길은 꽤 멀었다. 짧은 겨울해가 벌써 어둑어둑해진다. 날씨도 제법 쌀쌀해진다.

꼭 니스 빌 역을 봐야 해? 내가 투덜거리기 시작하자 남편이 얼른 돌아가자고 한다.

유럽여행을 하다보면 비슷비슷한 풍경에 지치게 된다더니 우리도 슬슬 그런 증세가 나타나는 것 같다.

벌써 저물기 시작한 해 때문에 깐느는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니스의 야경을 감상하지 못하고 돌아온 것이 아쉽지만 괜찮다. 니스는 우리 집하고 가까우니까.

두 시간이면 뚝딱 다녀올 수 있는 거리니까. 다음에 아들이 오면 다시 놀러오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