뽐뻬이와 쏘렌토 그리고 나뽈리/ 3월2일
우리의 여행이 늘 그렇듯이 오늘 일정도 바쁘다.
뽐뻬이를 거쳐서 쏘렌토와 나뽈리까지 다녀오는 것이 오늘의 일정.
우리는 호텔에서 주는 아침도 포기하고 새벽같이 길을 달려 뽐뻬이로 향했다.
세상에... 뽐뻬이는 첫인상부터 충격적이다. 도시로 들어서는 입구가 온통 쓰레기강산이다.
나중에 마피아들이 쓰레기처리를 담당하면서 벌어진 사회적인 문제라는 걸 알았지만...
이로 인해 이탈라아에 대한 인상이 마구마구 구겨졌다.
뽐뻬이유적지 입구는 그런대로 깨끗한 느낌이다.
주차를 하고 유적지로 들어서는데... 이게 웬 행운? 오늘은 뽐뻬이 유적지 입장이 공짜란다.
영문은 모르겠지만 공짜라니, 이 얼마나 좋은가... 거의 20유로가 굳었다. 우하하하
뽐뻬이는 기원전 8세기부터 휴양지로 개발된 곳이란다.
그러나 79년 8월 베수비오화산의 거대한 폭발은 화려했던 뽐뻬이를 한 순간에 삼켜버렸다.
18세기에 발굴되기 전까지 뽐뻬이는 영원히 사라졌었다.
<비너스의 집. 프레스코화의 비너스가 고혹적이다>
지금 우리는 2천 여년전의 로마를 걷고 있다.
날씨도 화창하다. 이탈리아의 3월은 미친 3월이라고 불릴 정도로 날씨가 엉망이라는데...
쨍쨍한 햇살이 뽐뻬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감탄사가 저절로 튀어나온다.
이 멋진 곳이 3미터나 되는 화산재에 파묻혀 있었다니...새삼 인간이라는 존재가
우리가 만든 세상이 자연 앞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고대인의 문화공간이었다는 대극장의 규모도 어마어마하다.
우리는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뽐뻬이를 구석구석 돌았다.
여기는 누구네 집이네... 여기는 공중목욕탕이었네... 들리는 집마다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러다가 들어간 집. 앗! 여기는? ㅋㅋ 루파나레.
창녀의 영업장소였다는데 각 방문 위에 그려진 그림들이 재미있다.
<민망해서 그림을 찍은 사진은 못 올림>
그런데 막상 영업장소(?)에 들어가 보니 침대가 넘넘 작다.
오잉? 로마인들이 이렇게 키가 작았나?
<목신의 집. 뽐뻬이 정복자인 로마의 술라장군 처조카 푸블리오 술라의 집으로 추정된단다>
햇살이 점점 뜨거워진다. 뽐뻬이는 어느새 관광객들로 붐빈다.
폐허가 된 도시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남편은 폐사지를 좋아하는 취향이라 이곳 뽐뻬이를 더 마음에 들어한다.
<제우스 신전을 바라보며>
<아폴로 신전>
뽐뻬이 유적지는 생생하다.
화산폭발과 함께 사라졌던 뽐뻬이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흔적으로 남아있다.
화산재에 묻힌 안타까운 모습이지만... 우리는 그들의 흔적을 바라보며 고대인의 삶을 상상해본다.
<마리나 문. 언덕 서쪽, 항구쪽으로 난 문이다>
그런데 뽐뻬이를 이렇게 만든 베수비오 화산은 어떻게 생겼을까?
우리는 화산은 당연히 뽐뻬이 근처에 있으리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베수비오를 찾아나섰다.
그런데 뽐뻬이 근처를 몇 바퀴나 돌아도 베수비오 화산으로 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다.
이렇게 눈부신 햇살아래서 길찿기라니... 에잇! 먼저 쏘렌토부터 갔다가 오자.
뽐뻬이를 벗어나자 눈부시게 파란 바다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해안 풍경과 함께 나타난 작은 도시 쏘렌토.
시간만 있다면 쏘렌토에서 하룻밤을 자고 아말피 해안을 따라서
지중해의 보석같은 도시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리는 타쏘광장부터 시작되는 아기자기한 쏘렌토 시내를 돌아보고
다시 발길을 뽐뻬이로 돌린다. 그런데 베수비오 화산을 어떻게 찿지?
다시 베수비오화산을 찾아 나선 길은 험란했다.
뽐뻬이 시내를 뱅글뱅글 돌다가 지쳐서 잠시 쉬려고 접어든 성당 앞에서
우리는 친절한 이탈리아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은 영어와 이탈리아말을 섞어가며
화산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베수비오로 가는 길은 뽐뻬이 다음 도시에서 연결돼 있었다.
화산이 당연히 뽐뻬이 근처에 있겠지..하는 생각으로 미리 조사를 안 해온 것이 문제였다.
베수비오를 찾아 헤매다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려고 한다.
부지런히 베수비오를 향해 차를 몰아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분화구로 들어가는 길은 이미 문이 닫혔다. 에고~ 고생고생해서 찾아왔는데...
화산 입구만 보고 돌아서려니 발길이 안 떨어진다. 5시라지만 아직 해가 쨍쨍한데... 아깝다.
이제 마지막 남은 찬스, 나뽈리의 저녁노을을 보기위해서 우리는 부지런히 발길을 돌린다.
나뽈리는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악명높은 도시다.
도시를 주름잡는 소매치기와 무질서한 교통질서 시끄러운 소음과 쓰레기...
그래도 항구에서 보는 저녁노을은 아름답다잖아...
실날같은 희망을 안고 찿아간 나뽈리는 입구부터 교통지옥이었다.
일요일인데도 어찌나 차가 막히는지 항구에 닿기도 전에 해는 이미 저물었고,
어둠 속에서 바라 본 나뽈리는 한 눈에 봐도 지저분하다.
무질서한 교통질서와 시끄러운 소음, 날리는 쓰레기가 짧은 시간에 다 느껴진다.
주차를 하고 저녁을 먹어야 하는데 도무지 용기가 안 난다. 할 수 없다. 그냥 가자!
서둘러 나뽈리를 떠나면서도 왠지 아쉽다.
왜, 누가 아름답다던 항구 나뽈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길을 떠나다 > 이탈리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오는 날의 베네치아2 (0) | 2010.07.03 |
---|---|
비오는 날의 베네치아1 (0) | 2010.07.02 |
이탈리아로 간다4 (0) | 2009.07.12 |
이탈리아로 간다3 (0) | 2009.07.07 |
이탈리아로 간다1 (0) | 2009.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