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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떠나다/이탈리아

이탈리아로 간다3

 

로마와 바띠깐시국 / 3월 3일

남편과 함께 여행을 하면... 나는 그냥 패키지여행을 하는 편안한 여행자가 된다.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모든 일을 남편이 다 알아서 하기때문이다.

대신 나는 툭툭 지나가는 말로 그에게 아이디어를 준다. 별 건 아니지만...

남편이 치안이 위험한 로마에서 주차를 걱정하면...

'그럼, 호텔에 차를 주차하고 버스타고 돌아다니자'는 의견을 내는 것이다. 

 

"오! 좋은 생각인데? 근데, 당신 로마에서 버스나 지하철을 탈 자신있어?"

"그냥 타 보는 거지 뭐. 남들도 다 하는데...뭐 어렵겠어?"

 

일단 큰소리부터 치고본다. 그래야 남편이 자신감을 갖게 되니까.

그런데 큰소리는 쳤지만 막상 로마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이것저것 겁이 난다.

우리 호텔에서 로마시내까지 기차와 지하철 그리고 버스를 갈아타야하는 것도 두렵고

소매치기가 극성을 부린다는 로마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무서웠다.

그래도 우리는 오늘 하루, 자동차와 잠시 헤어져서 뚜벅이가 되기로한다.

호텔에서 기차역까지는 도보로 10분 거리. 외곽이라 그런가 작은 간이역이 꾸질꾸질하다.

 

 

 

 

 

 

오늘 일정도 만만치 않다. 바띠깐시국과 로마시내를 모두 돌아보려면 서둘러야한다.

우리는 이른 아침, 교외선열차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먼저 바띠깐시국의 박물관으로 향한다.

관람시간도 많이 걸리고 입장하려면 엄청나게 줄을 서야 한다는 곳이다.

 

 

 

 

 

이제 우리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라는 바띠깐 박물관 탐험을 시작한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가, 비수기라 그런가 다행히 입장을 기다리는 줄이 길지 않다.

더 좋은건, 6유로만 더 내면 한국어로 된 오디오해설기를 빌릴 수 있다는 거다.

 

 

                 

 

           <라오콘-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이 신에게 벌을 받는 모습을 조각한 것>

 

삐냐정원을 거쳐서 벨베데레의 뜰로 가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조각이 진열돼있다.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이 신에게 벌을 받는 처절한 모습을 조각한 라오콘 (Laocone),

메두사의 머리를 들고 있는 잘생긴 페르세우스와 헤르메스도 보인다.

동물의 방과 뮤즈여신의 방, 원형 전시관과 그리스 십자가형 전시관, 아라찌의 회랑과

라파엘로의 방을 지나...드디어 씨스티나 예배당에 다다른다.

 

 

 

 

 

천재화가 미켈란젤로의 걸작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이 있는 방이다.

예배당 안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다른 전시관과 달리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으나

관람객들은 슬쩍슬쩍 사진을 찍는다. 우리도 그 틈에서 찰칵!

 

 

 

 

 

16세기 초, 교황 율리우스2세는 바띠깐을 세계 권위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당대 최고의 예술가에게 건축과 장식을 맡겨 오늘날 바띠깐박물관의 기초를 다져놓았다.

그 후, 6백년에 걸쳐 바띠깐은 전 세계의 명작을 수집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단다.

그렇게 오랜 세월동안 만들고 가꾼 박물관을 몇 시간 만에 뚝딱 돌아보는 일이

조금 미안하다.

 

 

                   

 

 

 

그렇지만 바띠깐박물관의 규모에 눌린 우리는 다리가 아프고 배도 슬슬 고프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우리는 쥬세페 모모가 설계한 달팽이 모양의 나선형 계단을

빙빙 돌아 박물관을 나선다.

 

 

 

 

 

싼 삐에뜨로 광장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25미터 높이의 오벨리스크.

37년 칼리쿨라 황제가 자신의 경기장을 장식하기 위해서 이집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우리가 그 유명한 싼 삐에뜨로 광장에 서다니... 감동의 물결이 가슴속에서 출렁거린다.

 

 


 

 

 

 

르네상스와 바로크 예술의 결정판이라는 싼 삐에뜨로 대성당.

어마어마한 건축자금 때문에 교회는 면죄부를 발행했고, 마틴 루터는 이의 부당함을

알려 종교 개혁의 신호탄이 되기도 했단다. 그러나 어찌됐든 성당은 웅장하고 아름답다.

성당으로 들어가면 오른쪽 옆에 미켈란젤로의 걸작 <삐에따>가 있다.

성모마리아가 숨을 거둔 예수를 안고 있는 가슴이 찡한 모습이다.

성스러우면서도 진한 모성애가 느껴진다.

 

 

 

 


 

성당 안에는 베르니니가 바로크 스타일로 만든 거대하고 우아한 청동기둥이 있고,

싼 삐에뜨로의 동상과 옥좌, 그리고 지하무덤과 꾸뽈라가 있다.

 

 

 

 

 

 

싼 삐에뜨로 광장의 기둥은 4열씩 30행으로 세웠다.

그런데 어느 한 점에 서면 신기하게도 기둥이 전부 하나로 겹쳐 보인단다.

 

 

 

 

 

 

싼 삐에뜨로 광장을 나와 로마시내 탐방을 계속한다.

남편이 제일 보고 싶어 했던 빤떼온으로 가는 길, 싼딴젤로 성을 지나친다.

황제의 묘로 사용하기 위해 135년에 지었다지만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빤떼온은 ‘모든 신의 신전’이다. 기원전 27년 올림푸스의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아그리빠가 지었다. 화재로 인해 125년에 재건했지만 원형을 거의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다. 경이로운 이 건물은 43.3m의 건물 안에 기둥이 하나도 없다.

반원형의 지붕 한 가운데 있는 지름 9cm의 구멍으로 건물은 조명이 가능하다.

자연채광창인 셈인데 비가 내릴 때도 많이 들이치지 않는단다. 신기하다.  

 


 

 

 

 

소문과 달리 3월 초순의 로마는 따뜻하다. 햇살이 점점 뜨거워진다.

뜨레비분수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가 유명하다지만 거기까지 가기엔 너무 멀다.

빤떼온을 나서자마자 큼직한 아이스크림을 사먹는다.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음미하며

뜨레비분수로 향한다.

 

 

 

 

나뽈리 궁전의 벽면을 이용해서 만들었다는 분수 주위를 돌아보고, 분수 주변에 앉아서

한가롭게 구경을 하고, 분수를 떠나기 전에 의례적인 행사처럼 동전을 던진다.

로마에 다시 오고 싶은 소망을 담아서 던진 동전들이 바닥에 수두룩하다.

이 분수는 영화<로마의 휴일> 때문에 부자가 된 분수가 아닐까?  

 

 

 


 

영화 때문에 또 유명해 진 곳이 있다. 스페인 광장. 광장 계단은 인산인해다.

그래도 비수기 때라 우리가 앉을 자리도 있다.

로마는 우리가 여행을 함께 하면서 처음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타본 곳이다.

주차걱정을 안하니 편안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현지인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는 무작정 버스를 타고 로마시내 이곳저곳을 돌다가 싼지오반니교회로 들어갔다.

여행책자에 소개돼 있지 않았지만 화려하고 웅장한 곳이다.    


 

 

 

 

 

 

로마유적지탐방을 무사히 마치니 배가 고파온다. 이른 저녁시간이라 그런가...

문을 연 식당이 많지 않다. 대부분 저녁은 7시 30분부터 시작한다고 씌여 있다.

몇 군데 식당을 찾아다닌 끝에 작은 이탈리아 식당으로 들어갔다.

간단하게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있었지만 그래도 로마에서 제대로 된

이탈리아식 식사를 하자는 생각으로 찾아낸 식당인데, 음식 맛이 별로다.

나보다 남편이 더 마음에 안 든다며 불만이다. 그래도 팁은 줘야겠지?

약간의 갈등을 하면서 계산서를 받아드니 맨 위에 정체모를 항목으로 돈이 찍혀있다.

이게 뭐냐고 묻자 당당하게 서비스요금이란다. 푸하핫! 미리 서비스요금을 당당하게 떼어가는

이탈리아 식당 덕분에 팁에 대한 고민은 쉽게 끝났다.

그래 잘 됐네. 어차피 줄 팁인데... 그런데 왠지 찜찜하다.

서비스요금이 음식값에 포함되어 있어서 굳이 팁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프랑스식당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느낌이다. 하긴, 프랑스식당에서도 식사를 하고 팁을 주는데 뭘...


 

 

 

 

이탈리아는 어느 곳을 가도 영어가 통한다.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여행 중에

우리가 만난 이탈리아인들은 거의가 영어를 아주 잘했다.

능숙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이탈리아인들을 보면서... 관광대국의 저력을 느꼈다.

그런데 프랑스는? 이탈리아 못지않게 관광객이 넘쳐나는 프랑스에서는 왜 영어가 안 통하는 것일까?

아주 간단한 영어도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역시 프랑스인들은 개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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